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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Oct 28. 2020

임신 사실 알렸더니 "배우자는 무슨 죄냐" 반응에 실소

가급적 직접 만나 청첩장 전달..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도 반가워해


Q. 절친이 속도위반했다고 알려왔습니다. 그에게 힘이 되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A. 본인이 미혼이라면 친구의 이런 소식에 더욱 놀랐을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걱정해주기보다 친구의 앞길을 축하해주며 응원해주는 편이 나을 거예요. 결혼과 양육은 평생을 걸쳐 하는 장기전인데, 초반의 순서가 맞지 않았다고 전부 어긋난 건 아니니까요. 




 “와… 진짜?”     


결혼 소식을 전해 들은 ‘절친’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체면 차릴 관계가 아니어서 임신 소식까지 함께 전했는데, 그 맥락과 정서는 제각각이었다.      


친구들이 놀란 건 내가 속도위반을 했다는 사실보다, 천년만년 혼자 자유를 누리며 살 것 같던 내가 결혼, 출산을 빛보다 빠르게 거친 뒤 한 남성의 아내와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점이었다. 평소에 나 자신을 챙기기에도 벅찬 ‘찐 모습’을 자주 봐 왔던 친구들이었기에, 그들은 속도위반 자체보다 엄마로서 역할을 내가 잘할 수 있을지를 먼저 걱정했다. 함께 살게 될 배우자가 무슨 죄냐는 걱정도 덧붙였다.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 편이냐…. 


또 다른 그룹의 친구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아기가 생길 수 있냐면서, 결혼 후 3년 넘게 임신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던 그동안의 사연 보따리를 풀어놨다. 싱글일 때는 공감할 수 없었던 그 과정이 단박에 이해되면서, 얼떨결에 내가 조언을 하는 입장이 되기도 했다. 속도위반보다 집 마련, 육아휴직 등 결혼과 출산 과정에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선배도 있었다.      


내게 필요한 건 속도위반 자체에 대한 걱정보다, 출산 이후 결혼관이나 자녀 양육관 등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만큼 결혼과 출산을 겪고 있는 세대들이어서 더욱 현실적인 문제들이 고민되는 것 같았다. 


정서적으로 애매한 거리에 있는 지인들에게는 임신 사실을 자세히 말하진 않고, 청첩장을 나눠주러 만날 땐 직접 말했다. 눈앞에 있는 예비 신부이자 임산부에게 험한 말을 하는 ‘용자’는 거의 없다. 오히려 용기 내서 말해준 사실에 고마워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분은 내게 힘을 주려고 “결혼 전에 혼수까지 해 가네” 하면서 나를 안심시켜주기까지 했다.     


이런 반응은 좀 뒤끝이 남았다. “그러게 조심하지 그랬어”, “이제 어떡해?” 울 듯한 표정으로 나를 걱정하는 이런 말들은, 공감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나를 불안하고 우울해지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날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결정을 했고, 그 선택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임산부를 본다면 걱정하기보다 응원해 달라. 그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걱정은 타인이 나서서 하지 않아도 스스로 충분히 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확실한 건 받아서 고까운 사람들보다 받지 못했을 때 섭섭해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입장 바꿨을 때 섭섭할 것 같다면연락해 결혼 사실을 알리는 게 낫다     


구두로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지인 그룹별로 청첩장 모임을 계획했다. 비교적 많이 움직여도 안전한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또 평생 중 한 번 있는 일을 비대면으로 알리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을 때 섭섭할 것 같은 이들에게는, 오랫동안 연락이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소식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내게 연락 줘서 고마워했다.      


먼저 부모님과 관련된 친척은 가족관계도를 그려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다. 양가 부모님의 형제와 그 자녀들을 모아서 알리는 일이라 가장 수월했다. 대학 시절 열심히 활동했던 학보사, 대학원 교수님과 동기들, 나와 남자 친구가 속해 있던 동호회 등 단체로 묶인 이들에게 연락 돌리는 일은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결혼하면 모든 부서에 청첩장을 돌리는 분위기여서 이 관행에 그냥 묻어갔다.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대학원 선후배나 전 직장 동료 등은 알음알음 내 결혼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후 따로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네 왔다. 이들에게는 아직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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