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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잉 Feb 27. 2021

비대면 여행 맛집,영종도 마시안 해변

수도권 근거리서  '소확행'...조기탕 등 생선구이는 별미

ㄹㅆ


얼마만의 국내 여행 포스팅인가!

그동안 자잘하게 갔다왔던 곳은 없지 않았으나 올릴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이 공간이 생각나서 26일~27일 다녀왔던 영종도 여행일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고고씽


이 날은 원래 라섹 전 안과검진을 위해 연차를 낸 날이었으나

다음달부터 할머니네서 우리집으로 돌아온 아기와 평일을 함께 해야 하기에

그 전에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등 내 시간을 확보해볼까 해서 갑자기 일정을 잡게 됐다.


일단 시작은 강남에 있는 땀땀에서 분짜를 먹는 데서 시작!

안과가 강남에 있었으므로 *_*


개인적으로 진한 국물의 쌀국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곳의 쌀국수는 진할 뿐만 아니라 소곱창 쌀국수 등 다양한 형태의 음식도 있어서 마음에 든다.

11시 오픈인데 10시 50분부터 도착해서 대기하는 나란 여자..^^


고기만두에서 약간 고기냄새가 아긴 했지만 소스랑 같이 먹으니까 괜찮았다. 집에서도 만들어먹어 봐야징



이틀간의 일정은 이랬다.


26일

14:00 숙소 도착

16:00 해변가 산책(밀물)

18:00 저녁

19:00 일몰 보기

21:00 영화 감상

23:00 독서 


27일

07:00 기상

08:00 해변가 산책(썰물)

10:00 카페

13:00 점심

14:00 출발


신기하게 딱 24시간 동안 영종도에 머물렀다.

인천으로 택한 이유는 서울과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를 보고 싶기도 했고 

다음날 강서구 쪽으로 출근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인천이 그나마 대중교통 연계가 잘 돼 있어서다.

신논현에서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공항터미널에 도착하니 1시 30분 가량 걸렸다.


크고 한적한 공항...


공항에 사람이 없으니 그냥 건물만 엄청 큰 지하철 역 같았다.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가볼 수 있으려나..?


영종도 해변은 인천공항터미널에서 내려서 111, 306번 등을 타고 10여 분 가면 나오는 '무의도 입구' 정류장에서 걸어서 15번 정도 걸린다.

자기부상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는 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숙소는 정류장에서 내려서 10여 분 정도 걸어가니 나왔고,

들어가기 전에 밤에 먹을 술을 고르기 위해 이마트24에 들렸다.

와인을 크게 선호하진 않지만 이날은 와인도 땡겨서 작은 아이로 하나 사고,

가격 대비 우수한 맛을 자랑하는 100PIPERS를 샀다.

영화 보면서 홀짝홀짝 마셔야지 히히


1만원의 행복~!!



숙소 전경(왼쪽)과 내가 묵은 숙소 모습(오른쪽).


뚜벅이 여행이고 하룻밤 묵는거니까

해변과 가깝고 저렴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이번 숙소를 택했었다.

사장님 혼자 숙소를 운영하니 미비한 점이 많을 것이란 점도, 텔에 가까운 텔일 것이라는 점도 리뷰를 보면서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있었다.

근데 혼자 자니까 괜찮지 않느냐면서, 화장실 문이 고장나서 아예 없는 방을 배정해 주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금방 바꿔주긴 했는데..찝찝한 마음이 좀 오래갔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 아주 호전적인 리뷰를 남겨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냥 여기서 올리고 마는 걸로...

저런 응대 말고도 불쾌했던 점은 있었지만 그냥 생략하겠다.

아무튼 여자 혼자 갈 거라면 여기는 추천하고 싶진 않다.



마시란 해변으로 향하는 거리.


아침일찍부터 움직였던 데다가 햇빛이 너무 쨍쩅해서

한 4시쯤에 거리로 나섰다. 

목표는 선녀바위해수욕장이었으나 숙소에서 나가서 네이버 지도로 찍어보니





읭..?

햇빛은 뜨겁고 바람은 찬 이런 날씨에 한 시간 이상을 걸을 순 없어서;; 그냥 가까운 데 정착하기로 했다.

예전에 개포동에서 선바위역까지 자전거로 30분이라는 네이버 지도 검색 결과를 보고 

따릉이를 빌려서 탔는데 서초동까지가 1시간 걸렸던 경험이 있기에....

해변가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갈매기가 낮은 고도로 날고 있다. 내 머리에 똥쌀 건 아니지..?


자그맣게 차양해놓은 공간이 있길래

다이소에서 즉흥적으로 산 2000원짜리 작은 돗자리를 펴고 앉았더니

시야가 탁 트였다.


갈매기가 자꾸 한 곳으로 모여들길래 가봤더니

꼬꼬마 친구들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고 있었던 것...



아이들이 갈매기떼들의 왕이 된 느낌이었다...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갈매기들의 저 자세를 보라;




아니 근데 갈매기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크기가 한 신생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신생아 정상체중 3.5KG 안팎인데

사진찍으려고 가까이 가서 서니

날개까지 퍼드덕거려서 더 거대해진 갈매기들에게 위압감마저 느꼈다;



분위기에 취한다 으어


술을 챙겨서 나오지 못했는데

주변에 또 이마트24가 있길래ㅋㅋ 급히 가서 이걸 골랐다.

적당한 바디감에 드라이한 와인인데

공복에 긴장 풀린채로 먹으니까 알딸딸...

음악이 듣고 싶어서 유튜브로 재즈 채널 틀고

여기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도 좀 읽었다.

눕고 싶었는데 돗자리가 넘 좁아서 망...

슬슬 날도 풀리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캠핑용품을 준비해야겠다.

계속 앉아있으려니 더 추워지는 것 같아서 선녀바위 해수욕장을 더 걸어갔다.






중간에 절이 하나 나왔다. 여행 중에 만나는 종교 시설은 왠지 꼭 한번은 들리는 버릇이 있다.


해가 뉘엿뉘엿 저어가고 있는 걸 보니까

(사진 잘 못 찍는 똥손이지만) 일몰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셀카를 너무 많이 찍어서 핸드폰이 꺼진 상태여서 

고민하다 저녁을 먹으면서 핸드폰을 충천하고  일몰 시간을 기다리는 걸로.


원래 둘째날 가려고 봐뒀던 숙소 앞 음식점인데 그냥 이날 갔다.

용유역 주변에도 하나 있던데

거기는 2호점이고 내가 갔던 곳은 1호점인가봉가??

암튼 다음 지도 공식 명칭은 '원조1호 공항마을'이다.



갈치구이 정식. 17000원. 가격은 있는 편이지만 맛은 괜찮다.


맨 앞에 빨간색 음식이 굴무침인데 

저거랑 다른 나물을 큰 그릇에 다 때려박고 

밥에 쓱싹 비벼서 김이랑 갈치랑 싸서 먹으니까 핵꿀맛이었다.


나는 원래 여행갈때 맛집이나 주변 명소 등을 좀 찾아보고 가는 편이라 

이번에도 몇 군데 찾아봤더니 하나같이 다 가격이 착하지는 않았다.

조개구이, 생선구이 류의 메뉴가 제일 많았는데

1인분 기준 15000원 정도가 평균이 되는 것 같았다.

후기 보니까 개중에 맛이 별로라는 곳도 있었는데

내가 갔던 곳은 일단 맛있었다.

여기서 핸드폰 충전도 하고 

남은 음식은 포장해서 다음날 아침으로 먹고 히히



숙소 옆에 지대가 좀 높은 카페가 있어서 여기서 찍었다.

오늘은 구름이 많이 껴서 내가 생각했던 노을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파란 기운이 감도는 저녁바다를 보니 기분도 차분해졌다.




영종도해변의 일몰(위)과 아침 풍경(아래).


일몰은 한 5분 안에 빠르게 진행됐다.

약간 허탈해진 나는 다른 곳이라도 둘러볼까 했지만

어둡고 춥고 다리도 아파서 그냥 원래 계획대로 숙소에서 영화를 한 편 때리기로 했다.

허탈한 마음을 채워줄 닭꼬치를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랜 시간 고심해 영화 <아저씨>를 골라서 봤는데 

'왜 주인공한테만 CG를 입혔느냐'는 네이버 영화평점에 끄덕일 수밖에 없는 흐름...

영화 좀더 찍어주세요 제발요 


원래 다음날 6시에 일어나서 일몰을 볼 계획이었으나

6시 알람 소리를 듣고 다시 잠든 뒤 한 시간 뒤에 일어나서..

그냥 어제 싸왔던 갈치에 밥 먹고 숙소를 정리하고 8시쯤 나왔다.

오전 시간이 썰물 때여서 갯벌을 거닐어 보기로.


아침 바다의 청량한 공기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셀카도 엄청 찍고, 마스크를 벗은 채 공기를 힘껏 들이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갯벌에 진입할 차례다.

갯벌에 장비까지 다 갖추고 들어가기엔 짐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

삽(해변가를 걷다가 주웠다) 하나만 들고 양말만 간단히 벗고 들어갔는데...


아차차 지금 겨울이지....ㄷㄷㄷㄷㄷㄷㄷㄷ

한 10초도 안돼서 발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갯벌 모래는간밤의 차가운 기운을 가득 머금은 채였다.



발 너무 시려워ㅠㅠㅠㅠㅠㅠㅠㅠ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까 

아예 고무장화랑 장갑 등 도구를 전부 갖춘 여행객이 한두 팀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 맞다, 이 주변에서 장비 대여해주는 곳이 있었지...


1분만에 철수하고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펴고 모래를 씻어낸 뒤

어제 사놓은 와인 중 하나를 따고 풍경과 함께 마셨다.

아침부터... 알딸딸하니 취하니까 좋다 헤헤


내가 가보고싶었던 카페가 10시에 개장해서 

백사장에서 일광욕하는 게처럼 1시간 남짓 누워있다가 일어난 뒤

숙소에서 좀 빠른 체크아웃을 했다.

안녕 숙소..다시 날 볼 일은 없을거야..



3층으로 돼 있는 카페인데

절벽을 볼 수 있는 뷰라고 한다.






의외로 빵이 굉장이 많고 모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배는 별로 안 고팠지만 너무 맛있어 보여서 옥수수 스콘 하나에 마시란 슈페너를 주문했다.

'마시란 슈페너'는 말차라떼에 커피크림을 올리고 마들렌을 곁들인 음료인데

한 두 입까진 정말 맛있었으나....

먹다보니 속이 너무 느끼해져서 반 정도를 남기고 돌아왔다.

아깝지 않다;; 내 위장이 더 소중해;;




맛은 있지만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것 같다. 옥수수 스콘 자체도 좀 크리미해서;




이번 여행때 읽으려고 고른 책은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여주인공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은 작품인데

앞부분은 내용이 좀 난해하고 추상적이어서 읽기 어려웠는데 참고 조금 더 읽어보니 중간부분으로 갈수록 흥미로워졌다.

여행 가서 책을 이렇게 오랫동안 집중해서 읽은 건 처음인 듯 하다.


속은 느끼한데 허기진 이상한 상태여서

이대로 점심을 먹지 않으면 더 속이 안 좋아질 것 같아

찾아놔 뒀던 점심을 먹으러 용유역 주변으로 향했다.

네이버 지도 찍어보니 17분 나오길래 지름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덤불로 뒤덮인 불모지를 헤쳐가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네이버가 알려준 시간이랑 비슷하게 걸렸다. 

하여간 고생을 사서 하는 재주가 있다.



이 주변 음식점 평균 가격이 1인분 15000원정도인데 반해

이 곳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원래는 삼겹살을 시켜서 구워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느끼한 건 생각도 하기 싫을 지경이었기에 조기탕을 시켰다.

아, 이번 여행에서 예전과 달라진 건

예전엔 여행지에 가도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고기 위주의) 음식을 시켰는데

이제는 현지의 문화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를 택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름이 특이한데...'돈나 맛있어요'라고 짧게 남긴 리뷰가 떠오르는 가게다.





손님은 나와 부부로 보이는 일행 한 팀 이렇게 세 명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중간에 은행을 갔다오겠다면서(?) 나가시고

나 외의 그 일행이 밥을 다 먹고 나가자

뭔가 내가 가게를 지키고 있는 묘한 상황이 되었다...ㅎㅎ


조기탕은 예상대로 깔끔하고 개운해서

여기 오기 전까지 시달렸던 느끼함이 상당부분 사라지는 듯 했다.

아주머니가 돌아오신 뒤 정리하고 나오니까 2시 15분.

인천국제공항가는 버스가 바로 와서 회사에 도착하니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자 이번 여행 영수증 짜잔

보통 혼자 떠났던 여행은

돈이 아까워서 음식을 안 먹기도 하고, 외로움을 자주 느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돈보다 현지의 분위기에 젖어드는 데 목표를 두고, 외롭기보다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혼자였던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아무튼 정확히 24시간 동안 머물렀던 영종도 해변 여행은 이렇게 끝.

머지않아 또 비대면 여행지를 소개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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