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 아이와 즐기는 국내여행(2) 커피커퍼 박물관, 주디스 타이 마사지
아이와 함께 한 강릉여행 이틀 차!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산을 떨었을 테지만
전날 아기 목욕시키고, 아침에 이유식에 분유 먹이고 나니 나도 조금은 지쳐서 정오가 넘을 때까지 숙소에 머물렀다 3시가 넘어서야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하슬라아트월드도 가보고 싶었지만,
유모차와 함께 가긴 어려운 곳이라고 해서 인근의 카피 커퍼 박물관으로 이동.
커피의 기원과 추출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다. 1인당 8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커피 수확을 한 곳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전시도 잘해 놨지만, 사람이 별로 없고 층마다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어서 아기와 함께 중간중간 쉬기에 좋았다.
아기가 좀 배고파하면 분유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고
빈 소파와 의자에서 아기 돌잔치 때 쓸(...) 감성 사진도 찍고.
다음 목적지로 결정한 곳은 타이 마사지 집.
전날 만난 현지 친구가 추천해준 마사지 가게로 가기로 했다.
평소에 집안일하고 육아하면서 뭉친 근육이 스트레칭으로도 풀리지 않는 느낌이어서
서울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얘기를 듣고 한 결정이다.
모든 건 다 배고플 때 외엔 잘 울지 않고, 나와 남편이 밥 먹을 때가 되면 스르륵 잠들어주는 아기 덕분에 가능한 행보다.
택시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고
가격은 족욕+전신 마사지가 60분에 현금가로 4만 원.
직원 분이 아기를 보시더니 아기를 별도의 침대에 눕힐 수 있도록 3인실로 안내해주셨다.
크흑 ㅜㅜㅜㅜㅜ감사해라...
아기는 저렇게 구석에서 편안하게......
낄낄
엄마 아빠는 시체처럼 누워 있고, 정체 모를 여성이 엄빠를 압박하는 듯한 풍경에 놀랐는지
아기는 한참을 관리사 분을 쳐다보다가 침대를 넘어 우리 쪽으로 배밀이하며 기어 왔다.
관리사 분이 일어나서 아기를 바로 눕히기를 여러 번, 결국 아기는 남편의 품에서 다시 잠들었지만
울거나 보채는 기색이 없어 무사히 1시간의 마사지를 마칠 수 있었다.
피로곰에서 해방된 이 기분!!!!!!
고맙다 아가야 ㅠㅠㅠㅠㅠㅠㅠ
엄빠가 잘할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사지가 끝나니 저녁 시간이 돼서, 직원 분께 가까운 맛집을 추천받았다.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라서 이번엔 걸어서 이동.
반찬은 몇 가지 안 되고, 두루치기에 밥을 먹으면 딱 간이 맞았다.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는 국물에서 약간의 잡내로도 느껴질 수 있는데, 소고기를 넣으니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칼칼했다.
고기가 부족한 것 같아서 1인분을 추가했는데, 100그램에 7000원으로 적은 가격은 아니었다.
그래도 두루치기 1인분이 비싼 편이 아니니 뭐...
이 식당에서도 가장 감동받았던 점은
점원 분이 아기를 보자, 에어컨 바람이 오지 않은 자리에 앉았던 일행에게 양해를 구해
아기를 이 자리에 앉히게 한 점이었다.
손님 역시 점원의 부탁에 약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우리 일행의 아기를 보더니 흔쾌히 자리를 옮겨 줬다.
아마 그 자리가 아니었으면 먹으면서도 내내 바람 때문에 신경 쓰였을 텐데 죄송하고도 감사했다.
이틀 연속 강릉의 '베이비 프렌들리'를 느낀 순간이다.
감동 포인트를 뒤로 하고, 기차 출발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남편 지인의 오빠가 하는 카페로 이동.
역시 택시로 이동했고 5분도 안 걸렸다. 택시도 잘 잡히는 편이었다.
아담한 규모에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였다.
나는 아메리카노에 뚱카롱 하나를, 남편은 아인슈페너를 주문.
여기서 음료 2개 시켜놓고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게요....
올해 찍을 남편과 아기 사진은 다 찍은 듯하다.
기차 시간이 다 돼서 먹다 남은 크렘 브륄레와 아메리카노를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포장된 아이스박스 안에 뚱카롱 다섯 개가 떡하니...ㄷㄷㄷ
우리 주문을 받았던 남자분이 남편 지인의 오빠였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아무튼 시간이 다 돼서 부랴부랴 강릉역으로 이동.
역시 택시로 5분도 안 걸려서 역에 도착해 늦지 않게 ktx를 탔다.
가는 길엔 아기가 조금 보챈 탓에 진땀을 뺐지만
함께 1박 2일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가 한껏 생긴 덕에, 멘털이 아작 나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ktx엔 비교적 크기가 적은 절충형 유모차라도 둘 곳이 여유치 않으니
가장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이용하거나 아기띠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기와 외출을 한다는 건
먹고 싸는 등 아기의 기본 욕구를 해결해줄 만한 준비물과 정신적 여력을 함께 챙겨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우는 소리나 유모차로 자리를 차지하는 등의 이슈를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는 없어서, 결국 외출을 꺼리게 된다.
아기에게 맞춰진 이 답답한 일상은 내게 약자를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아기와의 이번 여행은 남편뿐만 아니라 식당 점원, 숙소 주인, 거리를 걷는 모든 사람에게 배려를 받아서
뜻밖의 따뜻함을 느꼈던 일정이었다.
남편도 아기도 고생 많았어.
우리 조만간 또 놀러 가자.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