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 아이와 즐기는 국내여행(1) 강릉 카페거리, 옹심이 맛집
강릉에 또 갔다..
이번엔 6개월 아기, 남편과 함께!
결혼 기념 여행을 가고 싶은데 마땅한 덴 생각나지 않고
작년에 태교여행으로 갔던 곳이 강릉이었던지라 다시 생각났던 것이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친정이나 시댁이 아닌, 여행 목적으로 짐을 싸들고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아무래도 제약이 있는 편이다.
특히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와 함께 할 때에는 유모차가 가기 편한 곳 위주로 일정을 짤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함께 하는 데 의미가 있으니, 일단은 그 첫 발을 떼 보는 걸로.
먼저 논현동 집에서 상봉역 ktx까지는 택시로 이동했다.
케텍스 임산부 할인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동반 1인까지 할인 적용해 강릉행 케텍스를 탔다.
도착하자마자 들린 곳은 폭풍 검색으로 알아낸 부성 불고기 찜닭 가게.
닭볶음탕에 해물을 넣은 콘셉트가 떙겨서 냉큼 들어가 매운 낙지 찜닭을 시켰다.
이 가게는 맛도 훌륭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가 밥을 먹기 시작하니까
가게 점원 분이 아기를 돌봐주신다면서 10여 분간 데리고 놀아주신 점이다.
밥 먹을 때 아기 보는 일이 보통이 아닌데, 덕분에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한 숨 자고 일어나서
현지에 사는 친구 차를 타고 강릉 카페거리로 갔다.
카페거리는...사실 강릉에 올 때마다 와서 다소 식상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바다는 익숙하기보단 어딘가 답답했던 마음을 탁 트이게 해 주는 맛이 있었다.
내가 갔던 카페는 친구의 누나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사방이 유리로 된 카페에 앉아서 친구 얘기를 들으며 해지는 바닷가 풍경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이 친구는 강릉에 20년 동안 살았는데
초등학교 자녀를 둔 둘째 누나 때문인지 우리 아기를 아주 능숙하게 돌봐줬다.
아이랑 하는 여행에서 아기에게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고맙다.
얘기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돼서 추천받은 옹심이 맛집으로 갔지만
문 닫아서 그다음으로 괜찮은 옹심이 가게로 이동.
가건물로 된 곳이었는데 감자적이나 옹심이 등 강릉 토속 음식을 꽤 많이 팔고 있었다.
우리는 옹심이, 장칼국수, 감자전, 전병, 닭발과 옥수수 막걸리를 시켰다.
(사진 맨 위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1. 옹심이: 서울에 있는 옹심이 프랜차이즈보다 조금 더 감칠맛이 났다. 옹심이 모양이 수제비처럼 여러 모양이었는데 쫄깃하고 맛있었다.
2. 무뼈 닭발: 무뼈 닭발을 매운 양념에 졸이듯이 요리한 음식인데, 국물 닭발과 숯불구이 닭발의 중간 느낌이면서도 덜 매웠다.
3. 장칼국수: 여기 붙는 '장'은 고추장이나 된장을 말하는 걸까. 칼국수 국물에 매운 양념을 풀었는데 정작 맛은 신라면 맛이 난다(...)
4. 김치 전병: 사 와서 구워주는 전병이라고 했는데 속이 꽉 차고 맛있었다.
원래는 이태리 화덕 피자 같은 걸 먹으려다가 조금 더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음식을 고른 건데, 이 정도면 된 것 같았다.
그냥 헤어지긴 아쉬워서 시내에 있는 오락에 들려 펌프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 친구와 만나서 이룬 가장 큰 성과는 펌프 레벨 8까지 시도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히히
아기가 생기면서 생활에 제약이 많아 우울할 때도 많았는데
약간의 노력을 들여 함께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서울에선 사람이 없고 의자에 앉는 카페나 음식점이 아기와 동행하기 좋았는데
강릉은 바닥에 앉는 곳이어도 대체로 음식점 직원 분들이나 친구, 음식점 손님이 아기에게 친절해서 아기도 편하게 느끼는 듯했다.
내일의 일정도 안전하고 별 탈 없이 소화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