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줄 안다는 것은 축복받은 재능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직접적으로 '수익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봤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질문 앞에 '실례지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어쨌거나 방법이든 수치적인 것이든 구체적인 대답을 듣고 싶어 한다.
작가로서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경우는 네 가지다.
여행작가, 혹은 작가가 되고자 하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여기서 책을 팔아 버는 '인세'는 논외로 하기로 한다.)
강연은 가장 큰 수입원이다. 막 강연을 시작한 초기에는 10만 원부터 차근히 시작했다. 이때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강연료를 주지 않는 곳에서도 불러만 준다면 서울이든 충청도든 어디든 갔다. 그렇게 첫 책을 내고, 강연 연차가 쌓이면서 몸값도 올랐다. 10만 원부터 시작한 것이 30만 원으로, 50만 원으로, 70만 원으로 올랐고 최고 많이는 150만 원까지 받아본 적도 있다. 유명 방송인이나 강연자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혼자 브랜딩에 나선 나 같은 작가에게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돈이다. 주 거래처는 각 지역 관공서, 공단, 대학교, 혹은 대기업이나 여행 관련 유관기관이다.
강연료를 올리는 데는 아무래도 등단을 해서 전문성을 높이거나 책을 더 내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팔로워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 강연 시장은 무척 활발했고 때문에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에게 고가의 강연이 자주 들어왔다. 팬이 많을수록 고정 신청자가 확보될 것이고, 그러면 강연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강연자의 몸값 역시 올라간다. 때문에 강연의 질은 논외로 치더라도 팔로워 수가 많으면 의뢰를 많이 받게 된다. 아주 인기 있는 강연자는 이 제안을 승낙할지 거절할지 '선택'하는 행복까지 누린다. 일도 하고 돈도 벌고 팬으로부터 사랑도 받는 직업. 인기 있는 작가로서의 삶은 그런 것이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늘 갖고 산다.
강연 다음 수입원은 칼럼이다. 중앙지와 각 지역 신문사들과 연계하여 고정 칼럼을 기고하게 되면 그에 따른 고료를 받는다. 나는 총 기십편 이상의 여행 칼럼을 쓴 적이 있고 이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신문사에 원고를 보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세계 어디를 떠돌아다니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리랑카에 살던 시절, 모 신문사와 주 1회 인도 여행 칼럼을 보내주는 조건으로 회당 20만 원으로 거래를 한 적이 있다. 한 주에 20만 원이면 한 달에 80만 원. 숙소비와 식비를 제하고도 남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나는 한 달에 4일만 일하면서 쭉 스리랑카를 여행했다.
신문사와 일할 때의 단점은 시간을 절대 어기면 안 된다는 것인데, 여기서 문제는 바로 시차가 되겠다. 세계 어디에 있든 일을 할 수 있는 대신 한국 시간 아침 9시에 맞춰 수정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현지 시간과 관계없이 한국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가령 스리랑카를 예로 들 때 한국과의 시차가 3시간 30분이기 때문에 나는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해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단점을 제외한다면 여행작가로서 칼럼을 쓰며 사는 삶도 꽤 나쁘지 않다. 만일 여러 신문사를 끼고 있다면 한 달에 기백 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칼럼으로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작가는 김영하나 전명윤 작가 정도뿐이다. 칼럼은 고정 의뢰를 받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정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작가들은 자신의 채널을 최소 두 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채널이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소통 창구를 의미한다. 이런 창구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올리면 어딘가에서는 연락이 온다.
'작가님 캐나다 워홀 콘텐츠가 너무 좋은데 혹시 저희와 연계할 수 있을까요'
'블라디보스토크 콘텐츠를 조금 더 디벨롭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런 메일이 오면 당연히 오케이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상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돈을 받거나, 약간의 수정만 거친 후 보내주면 통장에 돈이 꽂힌다. 어떤 곳은 내가 만든 콘텐츠들을 보고 고정 연재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행을 주제로 각 나라별 콘텐츠를 주 1회 3개월 동안 올리기로 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거래를 했던 곳이 여행에미치다인데, 콘텐츠의 가치와 저작권의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던 시절에도 원작자의 권리를 꼬박꼬박 챙겨주던 몇 안 되는 기업으로 기억한다. 여행에미치다와 거래를 하는 몇 개월 동안 내 페이스북 팔로워는 1,000명에서 9,000명으로 늘었고 파급력이 커진 만큼 강연 의뢰도 많이 들어왔다. 결국 여기저기 노출이 많이 될수록 팔로워가 늘어나고, 팔로워가 늘어날수록 '돈 벌 기회'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작가로서 돈을 벌고 싶다면 나보다 덩치 큰, 그러니까 수십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누군가에게 업혀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콘텐츠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예쁜 사진, 노출이 있거나 몸매로만 어필하려는 콘텐츠는 팔로워를 모을 수는 있겠으나 강연 의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정보'혹은 '재미' 둘 중 하나는 꼭 챙기도록 하자. 참고로 나는 글로 만나면 재미가 별로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로 전자를 선택했다.
나는 국어국문학과와 신문학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마케팅 회사에 입사했다. 때문에 제안서 작업을 기계적으로 해낼 수 있다. 만일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있고 사고력 있는 글을 쓸 줄 아는 데다 파워포인트까지 잘 다룰 줄 안다면 제안서 외주를 받아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기업에서 원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근거 자료를 확보한 뒤, 흐름을 잡고 분량에 맞춰 쓰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반드시 '기업에서 원하는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올해 모 교육청에서 원하는 것이 XX 교육 지원 사업을 홍보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그에 초점을 맞춰 홍보 방안을 체계적으로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안서는 최대한 두괄식으로 작성하고 내용은 반드시 구체적이어야 한다. 근거자료는 PPT로 시각화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거기에 페이지마다 총론이 붙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렇게 마케팅 회사로부터 제안서 외주를 받거나, 혹은 더 나아가 입찰에 통과할 시 파이를 나눠갖는 식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글을 쓸 줄 안다는 것은 상당히 축복받은 재능이다. 때문에 본인이 쓰는 것을 좋아하고 게다가 잘 쓰기까지 한다면 그 능력을 썩히지 말고 십분 활용해서 하나의 자원이 되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 글이 돈이 되고, 그 돈이 다시 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은 생각보다 꽤 행복하다.
이상 작가로서 돈 버는 방법에 대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