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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Jun 09. 2022

TV에 나오는 전무님 앞에서 발표를 하라구요...?

나는 대기업의 지역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본부의 특성이 그렇듯이 신문기사에 나오는 높으신 분 (?) 들과 소통은 거의 없을 뿐더러 본사가 짜준 전략에 기반해서 수행하는 역할만 잘 해도 업무의 대부분이 끝난다.

전략은 본사의 일이고, 우리는 그저 잘 활용되는지만 파악하면 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TF중간보고 날짜가 잡혔다.

기존 상무님께 하듯이 구두보고로 하면 되는지 알았는데 장소가 프레젠테이션을 주로 하는 회의실이었다.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떠한 가이드도 없었고 마주하는 분은 신문기사 사진에도 나오고, 인터뷰를 많이 하시던 분이라서 그 분 앞에서 발표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TF의 일은 사실 중간보고라도 할 것도 없이 본업에 밀려 뒤쳐져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뒷전에 두던 일인데, 발표를 하라니!


연장근로와 주말특근을 하면서 자료를 완성했다.

오랜만에 PPT를 만들고 또 내가 발표할 자료의 스크립트를 짜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이런 일 할 떄, 즐거워했지-'

'생각보다 나는 이런 스릴을 즐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대한으로 내 역량을 끌어내고 발휘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또 한번 느꼈다.


발표연습을 3시간동안 했다.

타이머를 재가면서 발표를 한 건 오랜만이었는데, 생각보다 떨지않고 또 너무 빠르지 않게 잘 마무리했다.

전무님이 발표 스토리라인이 너무 좋다면서, 아이템 발굴도 잘 했고 앞으로 성과로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고 했다.


보고서도 잘쓰고 발표도 너무 잘한다고, 오랜만에 기분좋은 보고를 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기 살려주려고 그러시나보다, 했는데 우리 직책자들한테도 따로 말씀하신 것 같았다.

동료들이 있는 다른 간담회에서도 그 말을 또해주셔서 나 역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되게, 칭찬에 약한 사람이구나- 하는 자기 발견을 또 했다.

어쨌든 이번 과제 발표로 배운 건 보고를 받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 / 발표는 자신감으로부터 나오니 여기서 나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 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 / 뭐든지 최악의 경우를 감안하고 A-Z까지 준비할 것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 TF를 꽤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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