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냉철한 자기분석
저사람은 뭔가 매력있어.
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생각해보았다. 제목만 보고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 생각하고 클릭 혹은 터치한 분들께는 죄송하나 나는 저런 말을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가끔 듣긴 하는데 정말 가끔이라 가끔 듣는다고 말하기도 애매할 정도? 그러니까 누가봐도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일텐데, 왜 이런 글을 쓰느냐? 원래 연애 안 하는 친구들이 이론은 빠삭한 것처럼, 골목식당 보는 시청자가 분석은 거의 백종원씨 급인 것처럼, 상태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볼 때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실은 저런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도 쬐금 있고.
중요한 건 '뭔가' 다.
뭔가 매력있다는 말에서 포인트는 '뭔가'다. 말하는 사람도 저 사람의 어떤 점에 끌리는지, 뭐가 좋았는지 콕 집어 말하지 못한다. 그 사람은 그냥 '뭔가' 느껴지거나, '뭔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거나, 그 자체로 '뭔가'이다. 한마디로 모호한 사람인 거다. 똑똑한 사람, 몸매가 멋진 사람, 목소리가 큰 사람과 같이 한 가지 특징으로는 그 사람을 정의할 수 없다. 차곡차곡 쌓인 작은 습관과 작은 호흡으로 채워나간 일상의 시간, 오래 함께한 습관이 묻어나는 몸짓이 그 사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줄 뿐이다.
근데 (나처럼 매력적이고 싶은 사람들에겐) 슬픈 소식은 이게 앞서 말한 한 가지 특징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사람은 자신만의 자잘한 규칙과 가치관, 소신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고 일상을 채우는 사람이다. 심지어 이 패턴을 꽤 오래 지속해 그 사람만의 무언가로 만든 사람이다. 실용적이면서 너무 딱딱하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의 연장선에서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선택해 신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잡스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 그 스타일을 입는 사람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는 시니컬하게 대답했겠지. "날 따라하면 자기가 내가 될 줄 아는 멍청한 뇌 자체가 이미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다는 증거다" (상상한 것이긴 한데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말 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거나.)
별것 아닌 작은 것들을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별 생각없이 오래 지속하는 사람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거창한 이유보다는 '그냥', '난 이게 좋아'라는 무심한 이유를 덧붙여주면 가산점 플러스 백점.
이런 말도 있다.
사람은 좋은데.. 뭔가 매력이 안 느껴져.
주로 '착하다'거나 '성실하다'는 형용사를 많이 들어온 사람들이 소개팅이나 미팅 후 듣게 되는 문장이다. 그 사람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당신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보다 더 싫은 문장으로, 아직 나가본 적은 없지만 소개팅 등에 나중에 나가더라도 저런 말로 거절당하고 싶진 않다. 쫀심이 상할 것 같다. 사람들은 참 오묘한 게 착하고, 성실하고, 완벽에 가깝고 그런 것들을 좋아하면서 그게 어느정도 선을 넘으면 반대 지점을 선망하며 바라본다. 못되고, 때로는 멋대로 굴고 방만하고 부족한 점이 보이는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는 그동안 성실하고,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하며 되도록 부끄럼이 없는 깨끗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결과는 내가 봐도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아니라는 위로를 해줄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어느정도 논리적인 생각 끝에 도달한 결론으로 뼈아픈 팩트다. 매일 일기를 쓰고, 상대방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내 모습은 남들이 봤을 때 괜찮은 사람으로 비칠 순 있겠지만 '매력적이고' '함께 하고픈'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그런 루틴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깨면 안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멋대로 깨고,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있어도 내가 하기 싫으면 안 하는(이게 정말 어렵다.) 생활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걱정했던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림일기를 안 올리면 방만한 게으름뱅이가 될 것 같았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면 사회성 없는 인간으로 찍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직까진 일어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왠지 그런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을 것 같은 맘이 드는 것. 방만한 게으름뱅이, 사회성 없는 인간이 어때서? 내가 암묵적으로 지켜온 것들로 인해 행복했다면 나는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고 계속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그릴 마음이 없는데 그리는 것, 남들이 원하는 말을 하고 움직여주는 것)이 나를 계속 사소한 괴로움 속으로 밀어넣었고 나는 스탑을 외친 것이다. '그런 건 매력없어!'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