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인터넷 서비스가 생겨난지 올해로 30년,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망이 전국으로 깔리면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종 직업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은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우리 일상의 습관마저 변화시켜 버렸다. 혁신이라기보다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변화를 받아들였고, 지금 대한민국은 인구의 약 97%가 휴대폰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2022년 갤럽 리포트 기준)
스마트폰 알람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스마트폰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고, 사진을 찍고, 쇼핑을 하고,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정보를 찾고, 길을 찾고, 시시때때로 시간을 확인하고,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이로 인해 집 안에 시계가, 전화기가, TV가 사라졌다. 차 안에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자취를 감췄고, 여행을 갈 때 더 이상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게 되었다. MP3 플레이어와 게임기 두 가지를 모두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일이 줄어들고, 은행은 가뭄에 콩나듯 간다. 가더라도 ATM기에서 현금을 찾아야 할 때 뿐이다. 검색을 하려고 더 이상 노트북을 켜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와 언제 전화 통화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거의 대부분의 생활이 스마트폰으로 가능해졌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채팅이나 영상통화로 하다보니 회사에서 업무적인 일을 처리할 때가 아니면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일도 거의 없다.
광의적인 의미로 유엑스 디자인을 논한다면 1, 2차 산업 혁명 시대나 아니면 더 이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겠지만 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 대한 유엑스 디자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PC 모니터, 테블릿, 스마트폰, 이 세개의 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중심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크린의 개념을 확장해 본다면 TV, 스마트워치, 키오스크, 차량의 디지털 대쉬 보드, 가전의 스마트 스크린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스크린이 아닌 서비스의 개념으로 본다면 스크린을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포함하여 AR, VR, AI 스피커, 드론, ChatGPT 등 인간의 오감을 사용해서 인지 가능한 모든 것들이 서비스화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유엑스의 범주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고, 유엑스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무궁무진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엑스가 너무 일반화되어 유엑스 디자이너라는 직종이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마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역사의 유물로 사라져간 손때 묻은 물건들처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오프라인 서비스들처럼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 유엑스 디자이너라는 업이 정말 사라질까?
업이 살고 죽는 것은 기술의 발달과 일상 생활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하지 않는 이상,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업이 명을 다하는 일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엑스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이 사용하는 무형의 서비스든, 유형의 제품이든,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모든 것의 출발은 유엑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의 삶이 진화해 가듯 유엑스가 적용되는 곳은 계속 변할 수는 있고, 유엑스 디자이너가 풀어야할 과제는 다양해질 수 있다. 유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유저가 의식하는 가려운 곳을 또는 의식하지 못하는 숨은 니즈와 원츠까지도 발견하는 것이 유엑스의 역할이라면 가려운 곳을 어떻게 긁어줄 것인지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유엑스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사람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호기심, 새로움에 대한 무한한 탐구, 기민한 문제 해결 능력, 변화에 대한 탁월한 적응력, 이것은 유엑스 디자이너가 가져야 하는 이 다섯가지 소양이다.
미래에도 계속 쓸모있는 유엑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시다면 이 다섯가지 소양을 잘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그렇지 않으면 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