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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슬 May 17. 2023

2. 엄마의 눈에는 무슨 일이 생긴걸까?

  우리 엄마의 장애를 이야기하자면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소위 어떤 사람이 휠체어를 타거나 안내견을 데리고 다닌다거나 하면 긴 설명 없이도 '아 어떤 장애고 얼만큼 불편하겠구나'가 딱 이해될 텐데, 우리 엄마의 경우는 12년째 함께 사는 아들인 나 조차도 아직 명쾌하게 엄마의 장애 정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우리가 같이 외출할 때 패션에 무관심한 아빠가 반바지에 긴 정장양말을 신고 농부 아저씨 같은 이상한 옷차림을 하면 눈도 나쁜 엄마는 귀신 같이 그걸 알아보고 양말을 바꿔 신고 나오라고 아빠에게 잔소리를 한다.

  또 내가 엄마랑 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가 어쩌다 이 정도는 모르겠지 하고 딴 짓을 하면 귀신같이 알아보곤 한다.

  이러니 아들인 나도 엄마의 눈 상태가 아직도 알송달송한 것이다.

  

  도대체 엄마의 눈에는 무슨 일이 생겨서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엄마는 내가 일곱 살 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 나이에 맞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 때 들은 이야기를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초등학생이라면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내고 태어난다는 걸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성격이 급한지 엄마 뱃속에서 5개월 정도부터 자꾸 나오려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그 때부터 병원에 입원해서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엄마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걸 막으려 했지만, 결국 7개월 만에 성격 급한 엄마는 세상 밖으로 나와 버렸다고 한다. 

  미숙아로 태어난 엄마는 집중 치료실 인큐베이터에서 3개월 간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큐베이터에 산소가 과다 공급되는 바람에 미숙아 망막증을 얻게 되어 시각장애인이 되었다고 했다.

  

  엄마도 참, 세상이 뭐가 그리 궁금하다고 그렇게 빨리 나와서는...


  조선 시대 세조가 한명회도 칠삭둥이라고 했는데, 엄마 얘기를 들으면서 무척 똑똑했다던 한명회를 떠올렸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도 엄청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산소는 우리에게 늘 이로운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너무 많아도 안되는 모양이다. 

  뭐든 과유불급인 듯.

  


  엄마는 엄마의 애매한 시력 상태에 대해서도 파워포인트까지 써가며 나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다. 



  엄마가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엄마 집 마당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단다. '어? 왜 내 오른 쪽 눈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세상이 보이는데 왜 왼쪽 눈은 캄캄하게 구멍이 막혀 있는 거지? 내 눈이 좀 이상한가 봐.'

  그렇다. 엄마의 왼쪽 눈은 빛도 볼 수 없는 완전 실명 상태이다.

  오른쪽 눈에 대해 설명하는 게 좀 애매한데, 최선을 다 해 내가 이해한 만큼 설명해 보겠다. 엄마의 오른쪽 눈의 시력은 마이너스 20디옵터 정도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눈 앞에 손가락이 왔다갔다 하는 걸 인지할 수 있고, 1~2미터 거리에 있는 책상이나 자동차 같은 큰 물체류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게다가 그나마 보이는 것도 또렷한 게 아니라 수정체가 없어서 물 속에서 보는 것과 같다고 하니... 참 답답할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글씨를 읽을 수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요즘 바닥 신호등이 생긴 덕분에 학교 앞 같은 곳에서는 엄마도 신호등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적용된 곳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 엄마는 책도 읽을 수 없고 운전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서 말하고 싶다. 

  '우리 엄마는 점자를 사용해서 눈 대신 손으로 책을 읽는다.'

  또한, 지금은 운전할 수 없지만,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신 내가 너무나도 존경하는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박사님이 곧 엄마도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줄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사실 자율주행 기술만 좀 더 발전하더라도 엄마도 곧 운전을 할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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