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사람 내보내기 노하우
망할 뻔하기도 했지만 주로 성장하던 기업에서 임원까지 했고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시원하게 말아먹어도 봤고, 현재도 스타트업 CTO이자 스타트업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엄청 사람을 뽑아보고 잘라도 봤지만 사람 잘 떠나보내기란 늘 쉽지 않다.
전 직장에서 같이 고생한 팀원에게 우리 팀은 TO 가 깎였으니 다른 부서건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던 첫 경험. 미안했고, 서글펐고 같이 손 붙들고 울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참..어설펐던 순간이다.
오늘 잠 못 드는 밤 창업가 시리즈는 사람 잘 떠나보내기 노하우다.
회사가 경영난이라 사람을 좀 조정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어디 갈 곳이 없어서 매달린다고 상상해보자. 서로 못할 짓이다. 경영난이 아니더라도 스타트업이란 소수 멤버들의 역량에 좌지우지될 수 있으므로 아니다 싶을 때 회사와 멤버 개인을 위해서 빠르게 이별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 상황에 우아한 이별 따위 불가능하다. 아무리 급해도 다른 곳에서 탐낼,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들을 뽑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정리하기도 쉽다.
창업 2-3년 차, 학생 사원, 학교 가는 거, 월급 다 줘가면서 키운 멤버들이 개인 면담하자고 해서 가보면 갈 곳 다 정해 놓고 나가겠다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잡아도 보고 회유를 해보고 매달려도 봤지만, 뭐 길게 잡히지도 않았고, 그 관계는 이미 끝난 관계였다.
예전에는 그런 개인면담을 솔직히 피하고 싶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1) 내가 먼저 퇴사나 이직을 권하거나, 2) 개인면담으로 말해 오면 30일 이내 끝내자고 내가 먼저 권유한다.
먼저 이미 마음이 뜬 사람은 잡아도 단기적이고 언젠가는 떠난다. 빨리 대체나 대안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 빨리 뽑을 수 있는 인맥구축. 없으면 대체할 시스템 구축, 아웃소싱 방안을 늘 만들어 두자.
당연히 최저임금, 법정 대우는 해야 한다. 하지만 연봉 대비 기대 수준에 못 미치거나, 해당 연봉 감당이 힘들 때 이직할 수 있겠지만 같이 고통분담(연봉 삭감)을 먼저 제안해 본다. 대신 스톡옵션 제공이나 회사에 투자할 기회 등을 제공한다.
나도 잘 모르다가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께 배운 건데, 회사의 미래나 자기 역할에 비전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고 실제 경영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직장에서 정말 월세 걱정을 할 정도로 월급이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영진이 투명하게 경영사정과 반전 기회, 조금이라도 돈이 들아오면 직급이 낮은 직원부터 급여 제공, 스톡옵션, 전환사채 등
다양한 지분 참여 기회 제공이 계속 다니던 원동력이었다. 뭐 당시 사장님이 밥과 술은 사주셨었더랬고, 월세만 내면 생활이 가능했던 것도 잔류 이유.
이직을 권유했더라도 맨 처음 쓴 것처럼, 난 좋은 사람들을 뽑으려고 노력하고, 이직 결정을 하면 난 여러 편의를 봐드리고, 내 인맥을 총동원해 이직할 곳들을 알아봐 드리고 추천해 드린다.
우선 가설은,
- 앞서 말했듯이 내가 뽑았다면 일단 훌륭한 분일 거다. 또는 장점이 있는 친구일거다.
- 수습기간 통과 후 1-2년 넘게 기여한 분일 거다.
- 우리 상황, 진도, 형편에 안 맞는 거지, 그분이 다른 곳에 가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
나름 이렇게 노력해 와서인지,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내가 뽑았던 개발자, 프로덕트 빌더들을 추천하면 제법 긴 웨이팅 리스트가 생긴다.
여기서 속으로는
“나니까 데리고 일하지, 어디를 갈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자. 뭐 나도 과거에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럴때는 통렬한 자기 반성과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 우선 왜 그런 사람을 뽑았는가?
- 수습기간에 왜 통과시켰는가?
- 그런 사람을 다른 곳에 추천하면 내 인맥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 업계 생각보다 좁다.
진심으로 우리 회사, 팀보다 잘 맞고 기여할 수 있는 곳들을 추천하고 이직을 돕자. 나중에 비즈니스 기회가 연결되기도 하고 뭘 도와달라고 할 때 서로 돕는 관계는 비록 헤어져도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상 아래 3가지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 임금, 근무 외 수당 체불, 미지급
- 부당해고, 징계, 전보
- 지적재산권
- 기타 성차별, 직장때 따돌림 등
먼저 근무 외 수당, 주휴 수당은 잘 챙겨야 한다. 재택근무에, 자율 근무제 인대도 칼 같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가에 나는 사업자로서 불만이긴 해도, 최근 포괄적 임금제가 폐지되고 더 신경 써야 할 부분. 대체휴가로 커버 해고되고 적절한 비용 지급 후 잘 받았다는 확인 등을 해두면 깔끔하다.
부당해고, 부당징계, 부당전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사유와 사전 공지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그에 해당하는 증빙을 갖춰야 할 수 있다. 노동청, 노동위원회 신고가 되면 사업자도 돈 낭비,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으므로 해당 사유에 적법한 증빙을 남겨두는 게 좋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일단 신고하면 시간, 돈 낭비 우려해서 회사로부터 합의시도가 있다는 노하우(?) 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목표치나 근무 수칙을 만들고 증빙이 있음을 팀원들이 모두 알게 하자.
직무상 발명 시, 특허 등 지적 재산권은 회사 소유로 귀속시킬 수 있다. 이때 출원 시, 등록 시 소액의 현금보상을 하는 게 유리하며 이후 인수합병, 지식재산권 매각 시 유리하다. 이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인수합병, 지식재산권 판매 시 원 특허 내용 발명자가 과도한 요구를 할 수 있다. 50만 원, 100만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수천만 원으로 해결했다는 다른 기업 사례를 들은 바 있다.
직장인들이여. 그렇다고 특허는 몰래 내고 후일 수천만 원을 노린다고? 우선 출원하고 등록하는데
몇백만 원 드는 게 특허고 그게 상용화될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다. 회사 직무 중 취득한 정보로 잘 못 특허를 내는 경우, 영업비밀 누설, 직무태만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기타 성차별, 직장내 따돌림을 추가해 본다. 이런 비상식적인 중간매니저, 상위매니저가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부터 정리하는게 맞겠다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내 신고 루트를 만들어두는게 중요하다. 아무리 작은 기업도 20-30명 수준이 되면 경영지원팀에 이런 고민을 미리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 두는게 좋겠다. 그리고 기본적인 윤리 교육을 법정 수신 교육을 진짜로 하자. 어느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나가는 날, 법적, 노무적으로, 개인정보 누설, 영업기밀 누설등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행정적인 서명서류는 꼭 챙기자. 회사 기기 반납은 필수고 출입증 반납, 사용중인 소프트웨어에서 라이센스 제거는 필수다.
잡플래닛 등 채용 사이트에 악플에 낮은 평점, 또 구두로 욕하고 다니는 일들은, 신규 채용자 혹은 잠재적으로 모시고 오고 싶은 분들에게 분명 악영향이다
몇 가지 나가는 사람들을 끝까지 기분 상하게 하는 행동들이 있다.
- 나가는 전날까지 휴가 일수 체크하면서 과중한 업무 배정
- 회식이나 인사하는데 눈치를 주면서. “배신자” 어쩌고 하는 직장상사
- 내가 해왔던 일들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나 험담
- 나갈때 무슨 죄지은 사람 모양 내보내는 모습
뭐 일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중요한 업무를 퇴사 날짜 정해진 사람에게 배정할 필요가 없다. 열정적으로 할리도 만무하고 그 내용을 인계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갈 날짜 정해진 멤버에게 배정할 최적의 업무는 그 간 못한 문서화, 백업, 소스 정리다.
나갈 사람이다. 그 사람 커리어를 생각해서 해주는 충고가 아니라면 비난, 부정적인 평가를 해서 무엇하리. 마치 헤어지는 연인의 과거 단점과 옛날에 줬던 선물을 헤어지는 전날 끄집어내서 찌질하게 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 문화는 나가거나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소소한 치맥 or 피맥 아니면 중국집 점심 식사다. 소소하게, 쿨하게. 또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박수 쳐주고 앞으로 커리어가 잘되기를 빌어주자. 그리고 남는 분들에게 보란듯이 더 잘해보자는 의지를 심어주자.
전 직장에서 오퍼레이션 자회사의 사실상 구조조정을 명 받아 발령받은 적이 있다. MBA를 했다고 이런?? 의아했지만 그 때 당시 난 뭐든 할 수 있다 주의였고.
내가 한 일은
- 우선 아주 턴오버 비율이 높고 TO 가 있어도 못 뽑고 있는 직종 찾기
- 그 일들의 수치화된 품질, 정량 지수 만들기
- 운영 툴 개선, 소프트웨어 도입으로 해당 직종 블만 해소와 성과 향상(위의 수치로 증빙)
- 나가면 안 잡고 TO 가 있어도 안 뽑기 & 일 줄이기
- 팀 인원은 줄이고, 단위 성과는 높이고, 중간 관리자는 연봉 인상
결론은 상당수 감원 효과가 있었으나 업무 만족도는 늘었었다. 지금도 그때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 손수 만들어 준 책꽂이, 컵 받침은 내 보물 1호.
내 생각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계 건 툴이건, 그 사업 포기 건을 해서. 당시 구조조정하라는 회사는 운영 및 CS 처리가 위주였던 회사여서, 일을 정의하고 회사를 좀 이용해서, ROI 안 나오는 일을 없애는게 더 주였다. 일이 줄면 사람은 줄어야 한다. 턴오버 비율이 높았던 직종에서 담당하는 업무 중 비싸고 ROI안 나오는 일들을 정의하고 뺐었더랬다.
그리고 우리 직종은 특히, 단순 반복적인 일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예전 직장에서 단순 반복업무에 '소모되는 것 같다' 라는 표현을 하는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아래 프로세스로 일을 분리해본다.
- 단순 반복 업무를 정의해 보자
- 각 태스크간 우선순위, 걸린 시간 측정
- 태스크를 없애거나 효율화할 방법 모색 및 궁리
를 해보자고 한다. 특히, 난 개발자 출신으로 개발자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신념이 있다. 그걸 제발 코딩하기 전에 리서치해서 안 짜고 해결하면 더 좋다고 하지만. 요즘 같으면 AI 툴을 쓰자고 하지만.
노코드 툴을 잘 찾아서 안착시키는 디자이너, 개발자들을 난 존중한다.
비개발/디자이너라면, 적어도 스프레드 쉬트를 잘 써서 웬간한 연산/처리를 잘 하는 친구들을 존중한다.
자기 우선순위 관리와 자기 태스크 관리를 알아서 잘 하는 모든 멤버들을 좋아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이 늘 우선순위로 움직이는 멤버들을 역시 사랑한다.
나는 대부분의 나의 커리어를 직장인(employee)으로서 더 오래 살아왔고, 사업가, CxO로 살아온 건 몇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가끔 여전히 직장인으로 살아온 남편이 '사업가' 편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여전히 난 직장인 블러드도 흐른다는 생각.
사람은 도구가 아니다. 나와 관계를 맺은 주체이지. 서로의 이해가 달라서 헤어진다고 해도 서로의 최선을 다 해야 그다음 인연이라는 게 생긴다고 믿는다. 박봉에 업무강도가 세도 우리 회사를 믿고 승선해준 우리 식구 아닌가?
여전히 내 생일에 기프티콘이나 SNS DM을 보내는 전직장 동료들, 내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친구들, 잘 될 때 잘된다고 근황 알려주는 사람들, 안되면 안된다고 연락주는 사람들은 내 커리어에서 소중한 인연이다.
사람 잘 자르기 노하우로 믿고 읽었다면 여기서 배신을뙇!! 난 사람을 존중하고 같이 일하다가 잘 헤어질 때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