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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민정 Nov 06. 2021

돌아와야지 나한테

 일동안은 혼자만 있으면 눈물이 났다. 친구들과 재밌게 떠들다가도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울렁거리고 눈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흘렀다. 실연한 사람처럼 어김없이 언제든 눈물이 나는걸 멈출  없으니 답답할  밖에. 누군가와 연애에 실패해서 이렇게 눈물이 난다면야 그사람을 원망하기라도 하겠지만, 나는 아무와도 이별하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삶과 연애에 실패한 사람처럼 말이다. 삶과 연애에 실패하다니. 삶과 연애에 실패한다는건 어떤거지. 그러게. ​


누군가와 연애에 실패한다면 , 그가 가진 감정이 있으니 내가 아무리 그를 사랑한다해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야 그건 온전한 실패겠지만. 삶은 어느 감정도 가질  없는 무형의 무언가가 아닌가. 이건 좋아해야하는 건가. 결국 내가  삶에 마음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연애에 실패하지 않을테니. 이건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


몇일간은 침대  작은 공간에서 누워서 울기만 했는데,  와중에도 희망적인  배가 고팠고, 냉장고가 차있었고, 나는 몇줌의 힘으로 그것들을 손질하고 굽고 자르는 힘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배고픔을 달래고 의자에 앉아서  나오는 눈물을 닦고 처음으로 책상에 엎드려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은.  다시 눕기는 했지만, 그리고 밤이 무서워서  울었고,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누군가를 찾지 못해서 절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결국 운동복을 입고 거리를 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거다.


이전엔 달리면서 안간힘을 주지 말자, 그냥 여유롭게 인생처럼 그냉 힘을 빼고 그렇게 달리자고 말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온힘을 다해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목에서 피맛이 날정도로 안간힘을 다해. 그래서 아무런 생각이나지않고 고작 힘들다 그만 뛰고 싶다정도만 생각나게 뛴다. 그러면 나오려던 눈물도  들어가겠지 하면서 아무생각을 하지 않기위해 아무렇게나 달렸다. ​


돌아오는길에 몇일 전부터 먹고 싶었던 복숭아를 한바구니 샀고, 샌드위치를 포장했다. 아직까지 혼자 있는데도 눈물이 한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어떨때는 아무생각이 나지 않도록 몸을 혹사시켰다가  내가 먹고 싶은것들을 착실히 사서 돌아와 먹이자. 그렇게 나를 돌보자. 그런 정성에 삶도 나에게 언젠가 돌아오겠지. 그것이 마음이 없대도 이정도의 정성이라면 돌아와야지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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