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민정 Nov 18. 2021

거기서 나와 걸어 볼래

오늘은 나름 무기력이 조금 사라졌다. 글을 쓰고 한탄하니까 다시 괜찮아진 건가. 글을 쓰는 행위가 괜찮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내가 무기력한 걸 인정하는 것이 괜찮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제도 새벽 늦게 잠이 들었고, 오늘도 새벽 3시가 돼서도 말짱하다. 저녁에 시켜놓은 마켓 컬리 장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도 지금  시간에 받았다. 새벽 배송이 나에게 딱히 새벽 배송은 아닌 느낌이다. 남들은 자고 있는 시간에 배송되고  그걸 아침에 정리하지만 나는 대부분 배송되는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못하고 있다? 는  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자의로  새벽을 즐기고 있으니까.

하던 일을 멈추고 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집 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새벽 2시와 3시의 풍경은 좀 생소했다. 집 앞에는 큰 교차로? 가 있어서 주말이면 이쪽에 있는 꼬리를 문 차들이 다른 쪽의 차들의 차도를 막아 클락션이 울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것 때문에 늦잠을 못 잔 적도 있으니까. 근데 새벽 3시의 풍경에는 가지런히 여유롭게 가는 정말 몇 대없는 차들만 있을 뿐이다. 모든 일들이 끝난 뒤 뒷정리를 하는 무대를 보는 기분이랄까. 뭔가가 빽빽하지 않고 여유롭게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 안정감을 준다. 예전에는 뭐가 그리 불안했는지 뭐든 쟁여놓으려고 하고, 서랍에 꽉 채우려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적당히 있을 때 소량의 물건을 사는 게 좋다. 빽빽한 것보다 공백이 있는 것들이 좋다.

무튼 새벽 3시에 자전거를 타고 있는 분도 발견했다. 어쩌다가 3시에 자전거를 타러 나오셨나요? 불러 세워서 좀 물어보고 싶구나. 생각해보니까 나는 진짜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인 거 같기도 하네. 갑자기 쉬는 시간에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양동근의 어깨 노래 영상을 봤다. 아 나 이 노래 좋아했는데..? 가사가 정말 좋았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서 뒷문으로 등장하는 그의 당당한 모습과 무대가 기억에 남아서 더 좋게 남았던 노래였다. 오랜만에 들으니까 귀에 좀 박히는 가사가 많은데, 이 가사가 특히 좋다.

멍들어 퍼런 심장 구멍  가슴 가슴이 아픈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 

숨이 차오는  갑자기 멈춰서 그래 일단 거기서 나와 걸어 볼래

네가 신던 신발을 신어볼게  발이 얼마나 아팠는지 들어봐.


의식의 흐름으로 쓴 오늘의 끄적임. 마켓 컬리 장 본 거 정리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돌아와야지 나한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