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직접 자기에게 별명을 지어준다면 어떤 별명이 어울릴까요?
말이 씨가 된다면, 전 저한테 부자라고 별명을 지어주고 싶네요. 돈도 그렇지만 마음도 부유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가 요즘 얼마나 찌그러져 있는 사람이냐면 갖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다 미루고 살고 있고, 조금만 싫은 소리 들어도 막 자괴감에 빠져 바닥까지 나뒹굴고, 잠도 잘 못자고, 먹는 것조차 맛이 다 없거든요. 어느 날 별 것도 아닌 일에 버럭 짜증을 내는 제 자신을 보며 내가 얼마나 마음이 쭈글쭈글하면 이럴까, 반성과 함께 연민도 들더라구요. 쫙 말려 쪼그라든 대추가 아니라 싱그럽고 향기로운 초록, 붉은 빛을 한껏 머금은 통통한 대추이고 싶어요. 안이 꽉 차고 겉은 반들반들하고 누가 봐도 보기 좋고 탐스러운 그런 과실이요. 자꾸 저한테 부자라고 불러준다면 탱글탱글 잘 여물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