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을 정의해주세요.
어느 순간부터 ‘행복하자, 행복해, 행복해라’ 이런 말을 쓰는 것이 타인이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도대체 뭘 하라는 거지, 행복이란게 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반발감도 들고 더 시니컬 해지더라구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일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고, 마음이 편안하고, 건강하여 생활이 안정되는 것이지만 이걸 행복으로 여겼더니 도대체 나는 언제 행복해지는 걸까, 너무나 머나먼 세상의 이야기이고 마치 잡을 수 없는 연기처럼 나만 피해가는 것 같기도 했어요.
언제 내가 기분이 좋았지, 괜찮았을까.
- 바쁜데 보람찬 날, 어스름이 깔린 저녁 퇴근길에 운전을 하다 달이 선명히 보일 때
- 청소, 빨래, 설거지 등 생활 노동으로부터 나를 멀리 두는 날을 정해 아늑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날
- 맛있는 음식과 영롱한 화이트 와인이 반짝거리는 식탁을 볼 때
- 무작정 떠나는 여행의 순간
- 문득 집어 입은 옷인데 거울에 비친 모습이 괜찮을 때
- 많이 먹었는데 살이 빠져 있을 때
- 열심히 한 일이 빛을 발할 때
- 아이 냄새를 맡을 때
- 시원하게 응가 했을 때
- 비오는 날,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땅과 마찰하며 풍기는 냄새를 맡을 때
이런 순간들에 전 행복한 것 같아요.
하루 중에 다른 지난한 일들을 다 덮어 버릴 만큼 빛나는 순간 하나가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믿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