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생각해보면, 나는 늘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선생님이 내게 무언가를 시키면
언제나 "왜요?"라고 물었다.
그러면 사람들은 내가 반항을 한다고 여겼는데,
나는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건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나는 어른이 되었고,
어느 날 문득 내 자신이 초라하고 무력하게 느껴졌다.
애매한 나이에 애매한 경력과 애매한 실력.
나는 제대로 갖춘 것도 보장된 것도 없는 애매한 사람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애매한 어른으로 자라버렸을까.
그때 나는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했다.
전공 선택을 잘못했던 걸까?
대학교 때 조금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을까?
일하며 더 버티지 못한 게 잘못이었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잘못이 없었다.
물론 내 인생에는 약간의 실수와 약간의 방황과 약간의 오류가 있었지만,
그건 삶에 있을 수 있는 시행착오가 아닌가.
나는 학창 시절 선생님 말에 이유가 궁금했듯이,
아무 잘못 없는 개인이 왜 초라함을 느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많은 책을 읽었는데,
취미의 책 읽기가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읽었다.
나는 왜 초라해졌는가에 대하여.
나는 왜 당당하지 못했는가에 대하여.
나는 왜 아무것도 아닌가에 대하여.
그리고 궁금증을 해소해가며 내가 내린 최종적인 결론은,
세상이 나의 존재를 무가치하게 여길지라도
나는 나를 존중하고,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 된다는 거였다.
이 책은 내가 느꼈던 초라함의 이유이자,
나를 초라하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그동안 책을 쓰며,
나는 독자에게 잠깐의 위안과 잠깐의 따뜻함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단단한 위안이자 응원이고 싶었다.
냉담한 세상에서,
아무런 잘못 없이 스스로를 질책해야 했던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우린 잘못이 없다고.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 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