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슬픔은 더 한 것 같더라. 왜 하필 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걸까
어떤 사람은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마지막 역에서 오늘의 노래를 하나 골라 들으며 회사에 들어간대. 무언가 차분한 날이 되고 싶으면 차분한 노래를, 힘이 나야겠다 싶으면 신나는 노래를 선정해서 듣는 거지. 마치 오늘의 테마곡을 정하듯이 말이야.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처럼 하루가 흘러가더래.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출근 준비를 하면서부터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무언가 눈에 띄는 단어나 문장, 혹은 상황들에 하루가 결정 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우연히 듣게 된 이름 모를 이의 칭찬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기도, 때론 스치듯 읽어 내려간 글들에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하잖아.
특히 슬픔은 더 한 것 같더라.
기쁨, 행복, 화남, 짜증…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이 이렇게나 다양한데 왜 하필 슬픔은 한번 마주치면 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걸까. 마치 내 감정이 온전히 슬픔의 것이었던 것 마냥. 잊으려, 벗어나려 했는데도 어떤 때는 더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하지. 왜, 그런 날 있잖아. 너무 슬퍼서 이 슬픔을 잊어보려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맛집에 가서 배부르게 먹기까지 했는데도 집에 오면 다시 ‘그’ 슬픔이 나타나는 그런 날.
너는 어때?
그래서 그런가 나는 애써 피하려는 것 같아. 애초에 나에게는 슬픔이 없었던 것처럼, 그저 한없이 파고드는 슬픔이 싫어서 처음부터 느끼려 하지 않는 거지. 그런데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정말 피하고 있기는 한 걸까. 나도 모르게 지금도 슬픔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너는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