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공간을 팔고, 블루보틀은 커피를 판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애플(Apple)은 서로 다르지만 동일한 업종의 브랜드를 비교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스타벅스(Starbucks)가 커피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적은 매장 수로 가장 단기간에 유명세를 탄 커피 스페셜티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은 애플로 불린다. 지난 6월 법인을 설립한 블루보틀 커피 코리아에서 2019년 한국 1호점을 성수동에 선보인다.
작고 심플한 하늘색 병모양, 아마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하다. 일본이나 미국에 다녀오는 사람들의 첫 번째 관광지이기도 한 커피계의 애플(Apple)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Blue Bottle)이다. 블루보틀은 미국 오클랜드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진 커피 스페셜티 브랜드다. 그들이 유명해진 것은 바로 ‘커피를 대하는 모습’ 때문인데, 48시간 이내에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모든 커피를 직접 핸드드립으로 제공한다.
그런 블루보틀이 내년 상반기 한국, 성수동에 상륙한다. 블루보틀 커피 코리아 법인은 지난 6월에 설립되었고 그 이후에는 삼청동, 테헤란로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블루보틀 커피 한국 1호점은 ‘성수동’으로 선정됐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한국이 두 번째다. 한편 블루보틀 해외 오픈 첫번째 국가인 일본에는 도쿄와 교토, 고베의 한적하고 아늑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0월 테헤란로 선정을 발표하며’ 여행을 통해 블루보틀을 경험한 203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블루보틀과 테헤란로는 뭐랄까.. 잘 섞이지 않는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블루보틀 코리아 또한 꽤나 오랜 시간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성수동 정말 핫하다!)
블루보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커피 그 자체다. 그 포지셔닝을 가져가기 위해 ‘Minimalism’을 강조한 매장 경험, 위치 선정, MD상품도 한몫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은 정성스러운 커피 한잔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선 20분 이상의 대기시간은 필수다. 때로는 1시간까지도 커피를 기다려야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스타벅스는 누구나 머물러 갈 수 있는 ‘공간’이며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또한 ‘The Third Place’다. 어디서나 같은 맛을 내고, 빠르다. 다시 말해, 부담 없이 자리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스타벅스다. 한편, 블루보틀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느리다. 신주쿠 블루보틀에 방문했을 때, 차디찬 스탠딩 의자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게 개인적으로 좋은 고객 경험은 아니었다. 블루보틀은 공간보다는 커피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정말 더 맛이 있는 것일까? 음식이라는 것이 본래 취향의 차이이기 때문에 무엇이 낫다,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나는 교토에서 먹은 %(응 커피)가 더 맛있었다. ‘아 이거면 정말 한 시간도 기다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그 또한 여행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던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한국에서도 통할까?라는 질문에는 글쎄… 결국 셱셱(Shack Shack)처럼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블루보틀이 한국에 상륙하며 우리나라 커피 산업 그리고 커피를 음용하는 소비자의 모습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잠을 깨우기 위한 커피와는 다른 즐기기 위한 커피가 생기겠지!
스타벅스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블루보틀의 한국 매장은 또 어떤 모습일지. 그들 고유의 고객 경험을 살릴지 혹은 조금 달라졌을지.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다.
블루보틀의 MD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중고나라에서 거래되는 모습도 볼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