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soo Kim Jul 10. 2021

익스펜더블 2

버려지는 사람들

수거일을 맡은 사람들이 하나 같이 7-8번째 범행에서 검거되고 하나같이 피해액은 1억-2억 사이라는 것은 뭘 뜻하는 것일까?


수거책은 지시받은 대로 만남의 장소(보통 은행 앞)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가기 때문에, 돈을 건네 준 피해자들은 수거책의 신원을 바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경찰은 가능하다. 그것도 쉽게. 


수거책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건네받고 기존 대출을 다 갚았다는 증명서를 준다. 그 증명서에는 수거책의 지문이 묻어 있다. 지문만 돌리면 된다. 수거책이 상환증명서를 주지 않은 경우에는, CCTV를 통해 수거책의 동선을 거꾸로 찾아가면 수거책이 타고 온 차 넘버가 보이고, 그 차 넘버의 명의인이나 명의인의 친척을 찾아보면 그 사람이 바로 수거책인 것이다.


얼마나 검거가 쉬운가? 


이렇게 쉽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신고만 하면 수거책은 반드시 잡히게 된다. 피해자가 속은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수거책을 검거하는데 보통 7주-8주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7-8명이고, 한 사람당 피해액이 2천 정도 되어서 피해액은 1억 중반대 정도 되는 것이다. 


수거책이 매 번 잡히는데 왜 보이스피싱은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보이스피싱 일당들에게 속아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거일을 불법사채 회수 일인 줄 알고 수거책이 되는 사람이 넘치고 넘치는 데다가, 보이스피싱의 사장, 팀장과 TM은 끄덕 없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수거책은 그저 쓰고 버리는 사람에 다름 아니다. 수거책의 유통기한은 7주-8주이고, 사용 가능 횟수는 7-8회이다.


대출금 회수로 알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사람들이 수거책이 되고, 수거책이 검거되고 나면, 이들은 또 새로운 수거책을 조달한다. 역시 보이스피싱을 통해서.


수거책이 검거되지만 또 다른 수거책을 통해 범행은 계속되는 것이다. 마치 도마뱀 꼬리처럼... 


1년에 7,000억이나 되는 매출을 올리는 엘도라도의 사업은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


이들이 선량한 사람들을 수거책으로 만드는 방법은 정말 교묘한데, 이들은 피해자들에게는 검사 신분증을 제시하고 경찰 신분증과 공문을 제시하며 자신이 검사라고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대부업체 과장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은행 명의의 대출상환증명서와 무역업체의 수출신용장 등을 제시하며 자신이 대부업체 팀장이라고 한다.


피해자나 수거책이 속는 방법은 똑같아 정교하게 설계된 '보이스' '피싱'이다.


속은 것을 깨닫고 나면 그제야 수상했던 정황들이 보인다. 피해자들에게는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그걸 속냐.'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수거책이 된 사람들에게는 경찰과 검사 그리고 판사가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런 고수익 알바가 불법적인 것이라는 걸 어떻게 모를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 되면 다 속아 넘어간다. 검사나 판사 형사 변호사들이나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피해액 수거 수법을 알지, 다른 국민들이 어떻게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거 수법을 안다는 것인가?


언론에서 이야기해주는 것은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는 방법이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피해금을 회수하는 방법이 아니다.


다들 속아 넘어가니 작년 한 해 자그마치 7,000억이라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생긴 것 아니겠는가?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수거책들의 사정을 살펴보면, 그들 역시 바다 건너 그분들로부터 이용당하고 버려진 사람들에 불과하다. 수거책들 중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고 명백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좀 이상한데 이 정도로 느끼고 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수거책들이 받는 보수는 회수한 금액의 5%- 7% 정도가 많다. 1억 5천만 원 기준으로 하면 700만 원 정도 남짓 돈을 받는 것이다. 두 달 정도 일하다 잡히니까 한 달에 300만 원-400만 원 정도이다. 요즘 같아서 괜찮은 벌이이긴 하지만 그리 대단한 돈도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두 달 동안 불법 사채 수금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달려들었다가, 700만 원-800만 원을 두 달 동인의 수금 수당으로 받은 후 그 죄 값으로 1억 5000만 원을 변제해야 하는 것이다. 알바를 하러 온 이 사람들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겠는가? 그 돈을 갚지 않으면 그 사람들은 사기죄로 실형을 받고 수 년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묻고 싶다. 한 달에 300만 원 두 달 일하고, 두 달에 700만 원 번 다음에 바로 1억 5천만 원을 변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 어떤 느낌이 드실지. 그리고 한두 달 일해서 700만 원을 벌기 위해서 나중에 1억 5천만 원을 갚거나 수년간 감옥에 갇힐 위험을 감수하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할 마음이 있으신지.


도대체 보이스피싱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정도 돈을 받고 가담을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하지만, 법원은 이제까지 쭉 '뭔가 불법적인 일에 가담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현금을 전달받아 백 만원씩 무통장 송금하는 방법이 이례적이며' '자신이 00 업체 과장이 아니면서도 00 업체 과장이라고 묻늗데 그냥 맞다고 한 사정'이 있고, '이러한 방법은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거하는 방법임에 비추어, 이들도 지금 벌어지는 일이 보이스피싱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며 수거책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보이스피싱의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한다. 


맞다. 이런 방법은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수금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피해자는 대환 처리하기 위해 기존 대출금을 갚기 위해 00 회사 00 과장이라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수거책은 대환처리를 위해 기존 대출금을 수거하기 위해 피해자를 만나러 간다. 서로 만날 당시에는 보이스피싱 윗선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계속 전화로 먼가 지시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할 시간은 없다


단지 00 과장님이 시켜서 보낸 분 맞느냐고 피해자가 물어보고, 수거책은 자신이 지시한 사람이 00 과장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킨 대로 그렇다고 답변하고 돈을 가져오는 것이 두 사람 만남의 전부이다.


수거책이 돈을 회수하면 수거책은 보이스피싱 일당이 시키는 대로 받은 돈을 100만 원 단위대로 다른 사람 명의로 입금을 한다. 수상쩍은 일이다. 하지만 윗 선에서는 세금 문제 때문에 그렇게 송금을 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수거책은 뭔가 좀 이상하지만 세금 문제라니 또 그런 게 있나 보다 하면서 송금하게 된다.


이런 방법이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금 방법이라는 것은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잘 알고 검사도 잘 알고 경찰도 잘 알고 형사변호사도 잘 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이런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금 방식을 잘 알고 있을까? 형사 재판을 담당해 보지 않은 판사도 이러한 방법을 잘 알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정에 직면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일을 계속한 사람들에게 그런 방법은 보이스피싱 수거책들이 하는 전형적인 일이니까 당신도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고 가담한 것에 틀림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논리적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익스펜더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