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막 쓰고 버려지는 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을 어떻게 쓰고 버리냐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선량한 우리 이웃들이 막 쓰고 버려지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기도 하고, 안다고 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기도 하다.
뉴스에서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신지? 보신 적 있다면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시고, 보신 적 없다면 지난 기사를 검색해보시라.
그렇게 검거된 사람들은 다 수금책들이다.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주로 중국 청도나 연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송금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이스피싱 조직 구성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제일 위 층은 머리인데, 사장과 팀장들이다. 이들은 중국 청도나 연변에서 장기간 거주하고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잡힌 적이 없다.
중간은 TM(텔레마케터)들이다. 한국에서 황금을 캐려고 중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인데, 이들은 사장과 팀장이 건네준 전화번호부와 전화응대 매뉴얼에 따라 고객분들께 열심히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다.
TM들은 중국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여권 갱신하러 한국에 종종 들르는데 잡히는 일은 거의 없다. 한 명이 우연히 꼬리가 밟히면 그 분괴 중국행 비행기를 같이 타고 간 일행들을 추적하는 발법으로 검거하는데, 이렇게 하면 고구마 줄기처람 한 조직의 TM들이 다 털리지만, 첫 한 명이 잡히는 경우가 너무 드물어서 TM들이 털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잡히면 최근의 김민수 검사 사칭 사건처럼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몇 년에 한 번 있거나, 많아도 일 년에 몇 건 안 되는 것 같다.
세 번째 제일 아래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수거책이다. 현금을 수거한다고 수거책인데, 수거책이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 적어도 무슨 무슨 책이라고 하면 조직의 일을 잘 알고 조직의 손발이 되는 사람이 연상된다.
행동책 연락책
간첩에게는 연락책이 있고
간첩이나 조폭들에게는 행동책이 있다.
보이스피싱에는 수거책이 있는데, 다른 책 형들과 달리 이들은 다른 책들과 달리 조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조직원이 누군지,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이들,
수거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다 비슷비슷하다. 교차로 같은 정보지, 아니면 신문에 난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광고를 보고 알바라도 하려고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보이스” 로 ‘피싱’ 당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다 건너 엘도라도에 사는 보이스피싱 일당들로부터 듣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사채 수거하는 일이라 보수를 후하게 쳐줘요’ ‘정선카지노장에서 돈 빌린 사람들 돈 받아 오는 일이에요’ ‘사설 환전업체인데요 환전한 금액 받아오는 일이에요’ ‘금리 너무 높은 사람들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업체인데요. 대환 하려면 기존 대출을 먼저 회수해 와야 돼요.’
결국은 돈을 받아 오라는 얘기인데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솔깃한 마음이 생기는데 한 마디 거든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라 그만큼 돈을 쳐 줘요’
여기에 솔깃한 분들이 미끼를 덥석 물면 한 마디 보탠다.
‘사채란 게 대단한 불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법이어서 보안을 지켜야 돼요.’ ‘고객 만날 때 약속 장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돼요’
여기가 좀 수상한 대목이다. 사채가 불법이니 보안을 지키는 건 알겠는데 약속 장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가라는 건 뭔 말이지?
좀 이상하지만 그냥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물어보는 사람은 무슨 대부업체의 탐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힐난을 받게 된다.
'아니 뭔 사람이 그리 의심이 많아요. 그렇게 의심이 되면 본사로 와 봐요’라고 소리친다.
이쯤 되면 웬만한 사람들은 본사 찾아가 보지 않고 그냥 일을 하게 된다. 저렇게 큰소리치는 거 보니 거짓말이 아닌가 보다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실제로 00 대부업체라고 이름이 비슷한 업체가 있다.
이렇게 수거일을 하게 된 사람은 대개 7-8번째 수거를 할 때 경찰에 검거된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하나 같이 7-8번째이고 피해금액은 1억 원-2억 원 사이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