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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중희 Nov 30. 2022

일본에서 캠핑을 하면서 #1

쿠주 코겐 코티지 캠핑장에 가다.

일본에 몇 번 갔던가?

문득 궁금하여 사증을 꽉 채웠던 지난 여권까지 뒤적이니 정확하게 열일곱 번을 방문했더라. 첫 일본 여행으로 도쿄를 방문했을 때가 스물한 살이었으니 약 십육-칠 년간 해마다 한 번씩 간 꼴이더라. 그중 도쿄를 압도적으로 많이 갔었고, 후쿠오카만 세 번이었다. 항상 쇼핑을 하러 갔었기 때문에 구글맵에 저장된 별 플레이스는 죄다 먹는 것 아니면 브랜드 매장이 전부였다. 10여 년 전 출장으로 후지산 바로 아래의 후모톳바라에 갔던 적이 있긴 했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전부라 패스. 아, 그 이야긴 잠시 후에 하도록 하자.


일본에서 캠핑하기

'굳이 일본까지 가서 캠핑을 해야 해?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지금의 나는 한치 망설임 없이 'YES'라고 대답할 거다. 이유라면 너무나 많고 한 열 번 정도는 캠핑 짐을 싸들고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후쿠오카가 위치한 규슈 지방은 한국에서 퍽 가깝기 때문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짧게 즐기기 좋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에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밤 비행기로 돌아오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우리는) 주목적이 캠핑이었기에 규슈를 남동으로 가로질러 아소쿠주 국립공원 인근의 쿠주 코겐 코티지 캠핑장으로 향했다. 그럼 이동수단은 무엇으로 했느냐.


오예!!!

당연히 바이크를 탔지 뭐. 아무래도 자동차보다는 바이크가 더 재밌으니까... 그러나 230cc 배기량의 가와사키 KLX로 고속도로를 타고 100km를 넘게 이동하여 아소산 부근까지 간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진짜 존나 힘들었다.

사실,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움직였고 특히 내 캠핑 짐은 가이드 차량에 죄다 실었기 때문에 완전히 모토캠핑 혹은 백패킹 세팅으로 바이크에 실었던 다른 일행들에 비하면 한결 수월하긴 했다. 

이동하는 중간에 다른 경로를 거치는 바람에 캠핑장에는 해가 저물고서야 도착했는데, 마치 이니셜D에 등장하는 고갯길을 끊임없이 넘어야 해서 운전에 자신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볼멘소리가 절로 나올법한 경로이긴 했다. 사진에 남지 않아서 아쉽지만 날이 밝을 때 캠핑장으로 향한다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놓을지도 모른다고 미리 말하고 싶다.


쿠주 코겐 코티지 캠핑장은 쿠주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정말 끝내주는 산세를 자랑한다.
간략한 설명이 있어 알아차리겠지만 캠핑장에 무려 온천이 존재하고, 그 바로 옆엔 경비행기 활주로가 있다.

도착한 첫날밤 날이 너무 어두워 급하게 사이트를 피칭했다. 이날 나는 빅 아그네스 Big Agnes에서 협찬받은 텐트와 기존 내 백패킹 세팅의 텐트 두 개를 들고 갔는데 좀 따뜻하게 자고 싶어서 럭스 아웃도어 미니픽에 화목난로를 설치했다. 와일드와일드웨스트의 W스토브를 가져갔고 처음으로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의 펄

쿠주 코겐 코티지 캠핑장은 약 해발 300m쯤에 위치하기 때문에 낮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따뜻했지만 밤에는 꽤 추웠다. 그리고 그만큼 하늘에 가까워서일까.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별이 쏟아졌다. 차마 사진에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쉽지만... 이건 정말 눈으로 봐야만 알 수 있다.

오전 6시쯤

나는 캠핑을 할 때 그리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니다. 동계에 너무 추워서 깨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8시 전후로 일어난다. 이번에는 그리 춥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햇살이 너무 강해 6시에 강제 기상했다. 결론은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정말 눈부시도록 근사한 햇살을 맞이했고 마치 해질녘 때처럼 온 세상이 붉게 물든 진풍경을 바라보았는데 단언컨대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을 순간이라고 자부한다.

우리 일행들이 타고 온 바이크와 아침햇살
올해 나와 캠핑을 가장 많이 했던 류기자. 저 멀리 보이는 헐벗은(?) 산이 쿠주산이다.
모두 백패킹 세팅이었기에 가벼운 경량 텐트들만 눈에 보인다.
인생샷

영상을 주로 담아내니 사진이 별로 없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쿠주 코겐 코티지 캠핑장은 일본 내 존재하는 5대 캠핑 명소로 손꼽는 곳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후모톳바라가 원탑이라면 여기는 투 혹은 쓰리 정도일 것이다.

종일 바이크를 타고 이동했기에 몸에 쌓인 피로는 온천으로 날려버릴 수 있었는데, 아니 막말로 세상 어디에 캠핑장에 온천이 있겠는가? #온천있는캠핑장 해시태그를 잔뜩 걸어야 할 만큼 매력적인 곳이지만 온천이 없다고 해도 쿠주 코겐 코티지는 충분히 가볼 만한 곳이다. 약간의 사담을 하자면, 쿠주산 아래로 활화산인 아소산이라는 곳이 존재한다. 쿠주산이 오래전 아소산이 터질 때(?) 지반이 융기하여 생긴 산이고 그 일대가 해발 200m~400m가량의 고원지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풍경만으로도 엄청나게 아름답다. 상상으로라도 근사하지 않은가? 

게다가 캠핑장을 다시 나와 10km 정도만 이동하면 밀크로드 MilkRoad라는 길이 나온다. 아소산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는 밀크로드는 일본 바이커들의 성지이자 유명한 투어코스다. 오래전 우유가 상하기 전에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밀크로드. 그리고 여전히 활동 중인 분화구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볼 이유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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