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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중희 Dec 19. 2022

화목난로, 나는 불빵과 상관없을 줄 알았다.

본격 전투형 텐트 만들기 프로젝트...

누가 뭐라 해도 동계 캠핑의 꽃은 화목난로다.

이는 한치 추호의 의심도 없다. 왜냐, 연통 끝에서 올라오는 새하얀 연기, 발갛게 타오르는 장작, 추위와 싸우는 열기. 나름 낭만적이라고 해야 할까. 밖에 눈이라도 좀 내리거나 또는 내렸다면 그 분위기는 한층 더 올라간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동계 캠핑을 가장 즐기는 편이며 요즘처럼 눈이 자주 내리는 날엔 더욱더 짐을 바리바리 챙겨서 캠핑을 가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나는 화목난로를 퍽 자주 사용한다.

가을부터 시작해 딱 여름 전까지 사용하고, 극동계 때는 가스버너를 대신해 사용하거나 난로 위에 물을 잔뜩 올려 가습기 기능을 추가하는 등 단순히 난방장치 이상의 효율을 내려고 꽤 노력하는 편이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캠핑은 불편함을 굳이 감수하는 행위가 상당 포함된 활동이니까 번거롭고 무엇하나 빠르게 할 수 없더라도 그것이 캠핑의 맛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 혼자서 캠핑을 할 때 얘기다.

어쨌든, 나름 오랫동안 화목난로를 사용하며 지켜야 하는 안전수칙에 대해서는 제법 철저한 편이고 주의사항 또한 몸에 익을 대로 익었다고 자부한다. 아니 자부했다. 왜 이게 과거형이냐면... 이번 동계 캠핑에서 나는 아주 치명적이고 초보적인 실수를 하고야 말았으니까.


화목난로를 사용하면 언제나 불빵을 감수해야만 한다. 다 타지 못한 불티가 연통을 빠져나와 하늘로 흩날리다 텐트 위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보통은 연통을 빠져나오면 차가운 공기와 만나 그냥 재가 된다. 그래서 밤새 장작을 태우면 텐트 주변으로 새까만 알갱이 같은 재들이 새 모이 뿌려 놓은 것처럼 흩뿌려진다. 여기까진 충분히 괜찮다. 그냥 툭툭 털면 다 털린다.

문제는 그 불티가 그대로 텐트 위에 안착하게 되는 경우다. 그때 불빵이 난다. 바늘로 콕 찔러 놓은 크기부터 500원짜리 동전만 한 구멍은 물론 성인 남성의 얼굴이 들어갈 정도로 크게 손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아주 작은 크기의 불빵 정도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인데, 이번 캠핑에서는 이게 좀 심각할 정도로... 수십 개의 불빵을 획득(?)하게 됐는데...

사실 그동안 나는 불빵에서 꽤 자유로운 편이긴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운이 좋았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TP텐트는 럭스 아웃도어의 메가혼3 제품인데 2m짜리 연통만 설치해도 그동안 괜찮았다. 역시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작 2m에 불과한 연통을 설치하더라도 화목난로 자체에 꽤 촘촘한 불티 방지 망을 삽입하는 기능이 있었기에 불티가 연통 위로 올라와도 매우 작디작은 티끌만 한 것들에 불과했다. 덕분에 텐트에 손상이 가는 일은 거의,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날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놓고 거의 1년이 넘도록 안 썼던 난로를 오랜만에 써보겠답시고 먼지 탈탈 털어내고 평소처럼 딱 설치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연통도 2m... 미쳤지. 분명 그건 정말 바보 같고 미친 짓이었다. 오랜만에 꺼낸 화목난로에는 불티 방지 연통이 있었지만 불티를 걸러내기엔 구멍이 너무 컸고 당연히 그 큰 구멍을 타고 불티가 훨훨~ 훨훨~ 텐트 위에 곱게 안착하여 수십 개의 구멍을 내기 시작했으니...

허허허허.


글을 쓰면서 당시를 생각하다 보니 어이가 없어 문장이 제대로 완성 되질 않는 느낌이다. 허허허헐러허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들만 찍은 것일 뿐...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다.

비록 내가 아무리 텐트를 전투형으로 막 쓴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불빵'들'은 조금 감당하기 어려웠다. 보고 있는데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이미 장작은 활활 타면서 열을 올리고 있지, 연통 연장을 하려니 엄청나게 뜨겁겠지... 그대로 두면 불빵은 더 생기겠지... 하하. 이게 총체적 난국이지 뭐가 총제적 난국이겠는가?


하지만 나는 숙련된 캠퍼 답게 연통 연장에 성공했다. 장갑을 끼고 그 위에 방염 장갑을 껴서 최대한 빠르고 신속 정확하게 연통을 빼고 끼우고 끼우고 샥 딱 응?!

가진 모든 연통을 끼워 연장했지만 고작 3.5m... 안일하게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한 결과가 이렇게 참담하다니 여전히 좀 씁쓸하다.


나는 지금 난생처음으로 등유난로를 알아보고 있다. 일단 어찌어찌 안정화시켜 난로를 풀가동하긴 했는데 너무 추웠다. 장작 소모가 평소보다 배 이상으로 빨랐고 조금이라도 불씨가 사그라들면 다시 엄청난 한기가 밀려오니 살짝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밤에 급한 일이 생겨 서울로 돌아가 집에서 잤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텐트에서 잤으면 다음날 조금 감당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그래서 등유난로 뭐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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