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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중희 Nov 10. 2022

캠핑을 '잘'하는 법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

어렴풋한 기억 속에도 캠핑은 있었다.

미취학 아동 시절인지 쪼꼬미 초등학생 때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지만, 부산 송정 바닷가에서 이모 부부와 함께 텐트를 쳤고 참치 통조림을 넣은 김치찌개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맛이 좋았다. 그때 텐트가 코오롱 자립식 제품이었다. 약간 쑥색인 데다 꽤 무거웠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때 국토종단에 나섰을 때 그 텐트를 가져갔으니까. 어찌나 무거웠는지 백업 차량에 실었던 기억도 있다.


첫 캠핑의 추억은 그게 전부다. 텐트에서 잤던 기억은 없고 물놀이를 했으며 옷을 갈아입기 위해 텐트를 이용했다 정도.

성인이 된 후에는 나는 캠핑과는 꽤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굳이 불편하게 바깥에서 잘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당시 다니던 잡지사에 소속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캠핑 매거진이 바로 옆 팀이었는데 큰 연중행사 때 일부 업무를 서포트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장에서 캠핑은 안 했다. 정확하게는 바로 옆 숙소에서 잤다. 불 냄새가 옷은 물론이고 온 몸에서 나는 게 싫었고, 화장실을 한 번 가려면 수백 보를 걸어야 하는 게 더 싫었다. 물티슈로 식기며 수저를 왜 닦아야 하며, 굳이 침낭 속에 기어 들어가 '춥다춥다' 거리면서 왜 잠을 자야 하며, 허리 아파가며 텐트를 왜 쳐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

서른여섯의 여름.

우습게도 내 돈 주고 처음으로 텐트를 샀다. 중고로 텐트마크디자인의 전투형이 다 된 서커스TC를 DDP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입구에서 거래했다. 여자친구가 동행했고, 판매자는 전형적인 캠퍼 스타일의 여자분이었다. 텐트는 무거웠고 이걸 들고 캠핑을 가자니 벌써부터 피곤했지만 괜찮은 옷 한 벌 샀다고 생각하며 여겼다.

서른일곱의 겨울 초입.

텐트가 여덟 개가 되었다. 침낭은 네 개며, 백패킹용 스노우피크 오젠라이트 테이블이 세 개, 램프는 열개쯤 되나, 화목난로가 세 개, 한 세트로 조합할 수 있을 IGT가 네 개, 타프가 다섯 개, 다양한 소재와 길이의 타프 끈이 스물몇 개쯤, 135리터짜리 캠팩부터 20리터짜리까지 용량별로 구비,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아이스박스와 워터 저그도 어느샌가 생겼고, 부시크래프트를 위한 나이프나 도끼, 톱도 새것 같은 중고로 있다. 화로대는 다섯 개, 의자는 의외로 적지만 세 개, 코펠은 안 세어봤다. 백패킹부터 모터캠핑, 풍족한 오토캠핑까지 모두 커버할 아이템들이 사무실에 그득하다.

photo by @lookclear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쳤던 지난겨울, 모터사이클을 타고 3박 4일 혹한기 캠핑을 다녀오는가 하면, 짜증 날 정도의 똥바람이 부는 화천 어딘가의 얼어붙은 강 위에서 텐트를 치고 자기도 했다. 4월엔 제주도에서, 뜨거운 한여름에도, 모래먼지가 자욱했던 김천의 어느 한 노지에서도, 억수로 비가 퍼붓는 늦은 장마 때도 블라블라... 정말 미친 듯이 캠핑을 했다.


나도 모르게 캠핑에 중독되어 있었다. 어떤 달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주 캠핑을 갔고, 일 때문에라도 캠핑을 했다. 호텔 침대파였던 여자친구도 여차하면 캠핑을 가자고 졸랐다. 여자친구와 함께 캠핑을 떠났던 어느 날엔 차가 퍼져서 렉카를 타고 서울로 되돌아온 기억도 있다. 풉.

photo by @lookclear

어쨌든, 캠핑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내가 2022년 한 해만 서른 번에 가깝게 캠핑을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하고 느낀 몇 가지가 있다. 누군가가 본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열거해보련다.


1. 캠핑 장비는 무조건 침낭으로 시작한다.

필요한 몇 가지가 있다. 텐트가 있어야 하고 잠을 잘 침구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텐트를 고르는 데 몇 주씩 걸리고, 그다음 침낭을 사는데 지갑과 타협을 한다. 틀렸다. 캠핑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침낭을 가장 먼저 사야 한다. 1년에 텐트를 세 번 바꾼다면, 성능이 매우 우수한 침낭 하나는 최소 5년을 쓴다. 시작 시기가 겨울이라면 무조건 극동계 침낭을 사고, 여름이라도 극동계 침낭을 사면 된다. 그럼 여름에 쪄 죽으라는 소리냐? 아니, 그냥 가볍게 덮고 자거나 깔고 자면 된다. 여름용 침낭은 브랜드의 장난질일 뿐이다. 극동계 침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 때부터다. 극동계 때 타프만 치고 잠을 자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름이라고 안 쓸 것 같나? 훗.


침낭을 샀다면, 다음에 사야 할 게 텐트다. 텐트는 가볍게 작은 것부터 사길 권한다. 욕심 내서 크고 비싸며 무거운 것을 살 필요 없다. 장비를 만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게 분명하니 혼자서 혹은 둘이서 캠핑을 떠날 목적이라면 가볍고 치기 쉬운 자립 식이 좋다. 경험이 좀 붙고 아이템이 늘어나면 그 이후에 스타일에 맞춰서 텐트 크기를 키우거나 종류를 달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텐트를 산 후에 컬러 혹은 스타일에 맞춰 의자와 테이블을 준비하자. 특히 의자는 무조건 접고 펴기 번거로울수록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캠핑 짐을 꾸릴 때 부피를 줄이는 것은 매우 영리한 행동이자 기본이다. 자동차에 다 때려 넣으면 된다지만 차가 터져라 빼곡하게 짐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경험치를 대략적으로나마 측정할 수 있다. 뭐... IGT를 몇 세트씩 들고 다닌다면 할 말 없다.


그다음에 살 것들이 자잘한 아이템들. 예를 들어 코펠, 컵, 수저, 랜턴, 화기, 코트 등등등. 필요에 의해 추가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맥시멀 리스트가...


2. 면텐트는 나중에 시도해도 된다.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면 면 텐트의 아름다움에 빠져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사람이 제법 많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면 텐트는 일반적인 폴리 텐트보다 훠어어어어얼씬 피칭이 힘들고 관리도 쉽지 않다. 왜냐, 무겁거든. 힘세고 강한 사람이라도 무거운 면 텐트는 일찍부터 꽤 많은 체력을 소진하고 시작하게 한다. 더불어 텐트 사이즈가 크고 칠 사람이 나 혼자라면 스트레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 가급적 경험치가 조금 붙은 후에 사용하는 게 낫다. 요즘 면 텐트가 방수가 상당히 좋다고 할지언정 무거운 게 더 무겁게 될 뿐이고 철수 후 건조 및 보관, 관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역시 분명하다. 물론 면 텐트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제대로 맛을 들이면 폴리 텐트를 안 쓰는 사람도 상당히 많으니까. 그럼 그 장점이 뭐냐고? 일단 작은 거부터 시작해보라니까. 그래야 장단 구분을 하지.


3. 제발 일회용품 좀 쓰지 말자.

이 축복받은 한반도는 먹거리 문화가 지나치게 발달해서 이제 웬만한 음식은 다 가볍게 조리할 수 있게끔 나온다. 나도 안다. 편하고 먹을만하거든. 그런데 그만큼 쓰레기가 넘쳐난다. 음식 하나에 종이, 플라스틱, 비닐이 대여섯 개는 나온다. 거기에 일회용 젓가락에 종이컵까지 사용한다면... 미안하지만 그건 캠핑이 아니다. 그냥 밖에 놀러 나와서 배 채우는 거지.

나의 경우엔 웬만하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편이다. 물론 죽고 못 사는 콜라캔이 서너 개쯤 나오고 무알콜 맥주캔도 두 개 정도 나오는데 이때는 가볍게 짜부시켜서 집에 가지고 온다. 장작 망에 넣어 오면 편하고, 거기에 플라스틱 쓰레기도 생기면 함께 담아 온다. 그 외 발생하는 모든 종이류나 비닐류 쓰레기는 다 태운다. 일명 소각장을 가동하는데 혹자가 환경호르몬 이야기를 꺼내며 좋지 않다고 말한다면 참고할 것. 착각하지 말 아야 할 점이 내가 돌리는 소각장은 화력발전소가 아니며, 당신이 버리는 쓰레기가 어느 매립지에 가서 고스란히 묻힌다고 생각하면 태울 수 있는 쓰레기는 그 자리에서 태우는 게 훨씬 환경에 앞장서는 행위다. 아참, 비닐류는 조금 조심하는 게 좋다. 난로든 화로든 잘 눌어붙으니까. 아무튼, 일회용품을 쓸 거면 웬만하면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설거지를 할지언정 다회용기를 쓰자. 예쁘고 가격 싸며 질 좋은 캠핑용 그릇이며 등등등 많잖아?


4. 캠핑을 각 잡고 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유심히 관찰해라.

타프를 칠 때 펼치기도 전에 팩부터 박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친해져라. 매듭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기를 쓰고라도 배워서 손에 익혀라. 고인물을 넘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타프 한 장으로도 멋들어지게 사이트를 치는 사람이며, 별 도구 없어도 할 거 다 하며, 정형화된 틀에 얽매지 않는다. 캠핑장에서 그런 사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바로 옆 사이트에 있다면 유심히 관찰해라. 적어도 하나는 얻어간다. 배울 게 있었으면 음식이라도 나눠주자. 신나서 다른 걸 알려줄 수도 있다.


5. 동계 캠핑의 꽃은 난로다.............................가 아니라 핫팩이다.

사실 캠핑은 겨울에 하는 게 가장 재밌다. 모든 아이템이 다 제 역할을 한다. 다 써먹는다는 소리다. 그 아이템들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고생을 덜한다. 나는 등유난로는 안 쓴다. 따뜻하고... 또 따뜻하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굳이 캠핑을 가는데 무겁게 가져가고 싶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등유 냄새... 벌써부터 두통이 온다. 대신 화목난로를 쓴다. 물론 이게 보통 피곤하고 번거로운 아이템이지 않을 수 없는데 밤이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화목난로는 화로대와 더불어 가장 근사한 녀석이니까. 당연하겠지만 불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또 어느 정도의 지식 역시 필요하다. 아끼는 텐트에 불빵 나면 마음 아프고, 불을 피워도 추울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불을 피우고 열을 올리면 그제야 '아 내가 진짜 캠핑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아날로그에 맞춰진, 추위에 맞서는 생존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드는 순간일 거다. 

나는 잘 때도 화목난로에 불을 잔뜩 올려두는 편이다. '죽는 거 아냐?' 싶겠지만 일산화탄소에서 안전해지는 방법은 환기뿐이다. 텐트는 갇힌 공간이기에 난로를 피우지 않더라도 환기는 매우 중요하다. 이산화탄소를 사람이 내뿜는다는 사실만 기억해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화목난로는 기본적으로 나무장작을 이용하기 때문에 타는데 한계가 있다. 즉, 자는 동안 계속 장작을 집어넣을 게 아니라면 새벽 즈음 자연스럽게 불은 꺼진다. 춥지 않냐고? 당연히 춥다.

침낭의 중요성은 여기서 생긴다. 극동계용 침낭은 텐트 내부 온도 변화에 덜 민감하다. 한 번은 쪄 죽을 만큼 텐트 내부 온도를 올려놓고 여름용 침낭을 쓴 적 있는데... 새벽 5시쯤에 동사할 뻔했다. 뒤늦게 핫팩을 다섯 개쯤 터트렸지만 잠에 들 때쯤 날이 밝았고, 다크서클 가득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참고로 올해 초 혹한기 캠핑을 지인들과 다녀왔는데 한 친구는 타프만 치고 비박을 했다. 당시 그 친구의 침낭은 영하 30도를 가볍게 버텨낼 극동계용 침낭이었는데 핫팩 두 개를 손에 쥐고 자다가 뜨거워서 밖으로 던져 버렸다고 한다.

한겨울에 침낭만으로 버티는 게 두렵다면, 핫팩을 열개쯤 챙기자. 땀 흘리면서 자게 될 거다. 참고로 핫팩은 군용 핫팩이 최고다. 


6. 먹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사실 캠핑을 하면 딱히 할 게 없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주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활동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물론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고 캠핑을 하는 목적 또한 다르기에 '캠핑을 할 때는 반드시 이러저러해야만 한다' 같은 룰 따위가 성립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우리나라 캠핑 문화는 먹는 비중이 거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집에서는 요리를 안 해도 바깥에만 나오면 요리사고, 주방에 수저가 몇 개나 있는지 몰라도 내돈내산 수저세트는 몇 개씩 있다. 뭐 설거지를 미루는 것은 별 반 다를 바 없다만. 잘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 캠퍼들은 먹는 것에 크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보통 삼겹살 등의 일반적인 고기류는 물론이고 온갖 밀키트가 튀어나오며 기상천외한 요리들을 그야말로 생성해 낸다. 즉, 텐트를 치고 난 후부터 사이트를 정리하는 그 순간까지 먹는다. 나 역시 그랬으며,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한가롭게 고기를 굽는데 문득 '나는 먹으려고 캠핑을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습게도 그날의 내 식량은 평소라면 3일은 거뜬하게 먹을 것들로 그득했고 배가 찢어질 것 같은데 다음 음식을 준비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우스웠다. 누가 보면 평소에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사람처럼 먹는 것에 환장하는 사람처럼 천박하게 느껴졌다. 얼마 후 정말 최소한의 먹을 것들로만 준비해 캠핑을 갔다. 목살 200g, 파스타 0.5인분, 청양고추 1개, 마늘 10알, 올리브 오일과 소금, 콜라 캔 하나, 2잔 정도면 끝날 커피 원두, 무알콜 맥주 한 캔, 쥐포 한 장, 아침에 먹을 요량으로 편의점에서 산 4장짜리 식빵 하나, 버터 조금 등. 웬만한 것들은 집에서 챙겨갔다. 나는 그때 당시의 캠핑이 가장 몸이 가벼웠고 스트레스가 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먹을 것에서 신경을 덜 쓰니 풍경이 보였고, 다른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며, 한결 여유로웠다. 그제야 캠핑을 '한다'는 느낌 또한 받았다. 남는 시간에 나무를 깎아 보기도 했고, 부싯돌로 불 피우는 걸 연습해보기도 했으며, 주변에 널린 특이하게 생긴 돌을 주워다 탑을 쌓아보는 등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위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밤이 되면 장작을 화로대에 하나씩 집어넣으며 멍청하게 한 시간을 앉아 시간도 보냈다. 휴대폰은 텐트 안 어딘가에 던져 놓은 채로 말이다. 아마 그렇게 마음먹고 가지 않았더라면 너무 많이 먹어 화장실에 앉아 있었거나 부대끼는 속을 달래느라 고생 좀 했을 것이다.

캠핑을 하면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일종의 생존과 연관이 있다. 무조건 먹긴 해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먹으려고 캠핑을 하는 것은 자연에 나온 의미가 좀 퇴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7. 정리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범죄자처럼 철두철미해야 한다.

편하게 왔다 갔다 하는 캠핑장이 있다. 가끔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기도 하고 관계자처럼 안내를 해주기도 하는데 체크아웃 시간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손님들이 정말 많다. 쓰레기를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간다든지(미친 거 아니냐?), 잔디를 홀라당 태워먹은 것은 기본이고, 담배꽁초는 덤, 음식물 쓰레기는 예사다. 지난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뭘 했는지 안 봐도 알 정도로 흔적을 남긴다. 명탐정 코난을 데려오고 싶을 정도로. 이게 노지로 가면 더 심해진다. 똥 닦은 휴지가 바람에 날려 저 멀리 어딘가로 펄럭이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쓰레기는 당연히 있고, 별의별 것들을 다 남기고 간다. 대체 왜 그러지? 캠핑의 제1원칙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와서도 기분 좋게 머물다 갈 수 있다. 쌓이고 쌓인 쓰레기는 결국 누군가가 치워야 하며 그 몫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이고 그게 반복되면 근사한 풍경을 보며 하룻밤을 보내는 길이 어느 날 단절되기 마련이다. 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똥 좀 아무 데나 싸지 마라. 차라리 걸어 가든, 차를 타고 가든 주유소 화장실이라도 이용해라. 어우 씨팔 더러워.

photo by @lookclear

나는 절대 캠핑 마스터가 아니고 될 생각도 없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더 자주 캠핑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를 정리한 것이므로 절대 오해가 없길 바란다. 당장 이번 주에도 캠핑을 가야 하고 다다음주에는 일본에서도 캠핑을 할 계획이 있다. 어떤 장비를 들고 가야 덜 고생할지 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심지어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사기 싫었던 헬리녹스 체어원을 살까 말까 고민도 하고 있다. 취향이 아니라서 선뜻 손이 안 간다. 텐트는 무조건 작고 가장 가벼운 것으로, 테이블은 묻따 스노우피크 오젠라이트인데 화목난로를 미친척하고 가져가야 하나 싶고, 간신히 발아래만 따뜻하게 덥혀줄 작은 화로대를 하나 들여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씨, 그렇게 캠핑 장비가 많은데 또 사야 한다고? 이런 고민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캠핑을 잘하고 싶다고? 그건 아직 나도 어렵다. 대체 잘하는 게 뭔데.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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