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람 Jan 19. 2020

저는 프로 이사러입니다

아, 정착이요? 저도 참 그게 하고 싶습니다만


띄엄띄엄 이긴 해도 서울에 산 지는 햇수로 4년 정도 됐다. 대외활동이 하고 싶어서 휴학생으로 지낸 1년, 인턴부터 지금까지 지내온 3년. 조그마한 고시원부터 쉐어 하우스, 원룸, 오피스텔까지. 4년의 시간 동안 많은 곳에서 살아 봤다.


큰 보증금이 부담이 되어 고시원과 쉐어 하우스에 살다가 취직을 하고는 원룸에 살기 시작했다. 3년 전, 취업을 하게 되면서 집을 구했고, 한 곳에 오래 살고 싶었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했고, 몇 차례 이사도 해 보니 너무 힘들다 싶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바람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이루지 못했다.



첫 번째는 원룸 월세였는데, 세탁기부터 벌레까지 집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이 집에서 나오게 된 계기는 바로 물이 샜다는 거다. 천장에서 물이 샜는데, 집주인은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기는커녕 우리 집이 온도가 높은 거라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집은 보일러를 높게 틀어도 히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냉골이었다. 집주인이 해결도 안 해주고, 연락도 되지 않아 일주일 동안 찜질방 살이를 했다. 그리고 결국 참다 참다 이사를 결심했다. 매달 월세도 많이 내는데 집주인도, 집도 이모냥 이 꼴이라니 이런 집에서 더는 못 살 거 같았다.


두 번째는 오래된 오피스텔이었는데, 역시나 월세였다. 평수도 크고, 대로변에 위치해서 여자 혼자 살기에 적합한 집이었다. 옷장, 서랍과 같은 수납공간이 없어서 별도로 사야 했지만 말이다. 이 집은 에어컨에서 물이 새고, 세탁기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수리 기사님을 여러 번 불렀던 집이다. 그래도 이전 집과는 다르게 집주인이 좋아서 바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싼 관리비 탓에 월세 +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했고, 마침 중기청 대출이 나오게 되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세 번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신축급 오피스텔이다. 대출로 이 집에 들어오게 됐는데, 평수는 작지만 대로변에 위치해 늦은 시간에도 안전 귀가가 가능하다. 수납공간도 많아서 가구를 살 필요도 없어서 좋았다. 하지만 집주인이 1년 계약만 해서 1년 계약으로 들어왔고, 중앙난방이라 관리비도 비싸 만기가 된 지금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연장 생각도 해 보았으나 5% 인상된 가격이 부담되기도 했고, 또 1년 계약이라길래 다른 방을 구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지금 네 번째 집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매물이 많이 없기도 하고, 부동산에서 조율 없이 새 임차인 입주 일자를 정해서 그 일정에 맞춰야 하기에 이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집을 나와 혼자 자취를 하면서 늘 이사 갈 때마다 '부디 이번 집에서는 오래 살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하는데 이뤄진 적이 없다. 비록 아직까지 그 기도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언젠간 나도 프로 정착러로서의 생활을 살아 볼 수 있기를 조금이나마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