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람 Oct 21. 2020

상상과 현실은 다른 법

정확한 시점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2014년 무렵이란 거다. 그 시절의 나는 전국 대학생 연합 마케팅 동아리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상태였다. 상경하기 전, 알바를 했었긴 했지만 당장 머물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의 집 값이 내겐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내가 다닌 학교 앞 원룸은 이러진 않았는데, 역시 서울은 비싸구나 싶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셰어하우스다. 어디서 무엇을 봤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셰어하우스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난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있으면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편이기에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선호한다. 더군다나 아무도 없는 서울이라는 타지에 있으니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셰어하우스 가면 같이 맛있는 요리도 해 먹고, 맛집도 가고, 놀러도 가고 그런 것 같아서 셰어하우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것이 외국인과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였다. 위치도 꼭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던 망원동이었고, 여성들만 있는 셰어하우스라니 내겐 딱이다 싶었다. 견학을 신청해 가 보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월세를 고려해야 하다 보니 가장 다인실인 3인실을 선택했는데, 개인별로 침대나 책상이 다 있고 행거도 따로 있어서 좋았다. 사실은 망원동이라서 더 좋았다. 집 앞에는 맛있는 동네 빵집이 있었으며, 10분 거리에는 망원시장이 있었다. 15분 쯔음 걸어가면 한강공원도 있어서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다.

집 자체가 너무 좋았기에 딱 입주하면 이제 내가 상상하는 셰어하우스의 삶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내 상상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외국인이랑은 지내본 적이 없던 나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면 밝고 명랑한 외국인들이 많길래 사실 가면 다들 반겨 주는 분위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2인실을 사용했던 한 외국인 분은 낯을 많이 가리셔서 같이 방을 사용하는 분과도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다. 밥도 늘 방에서 따로 드셔서 머무는 동안 단 한 번도 얘기를 못해봤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외국인이라고 다 밝을 거 같다는 건 일종의 선입견인 것 같다. 사람 개개인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단 걸 알면서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봐왔던 모습을 기대했던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3인실이었기에 왁자지껄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란도란하게 얘기도 하고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내가 운이 없는 건지 나는 퇴실할 때까지 그 큰 방을 혼자 썼다. 덕분에 편하긴 했지만, 넓은 방을 혼자 쓰려니 조금 쓸쓸했다고나 할까. 생각과는 달랐던 셰어하우스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어디서 본 게 많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역시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프로 이사러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