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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현 Jan 24. 2020

보사노바의 별, 주앙 지우베르투를 기리며

보사노바의 아버지 주앙 지우베르투, 타계하다.

2019 7 6, 향년 88세의 나이로 기타리스트 주앙 지우베르투가 세상을 떠났다. 새로운 물결이 잔잔하게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친근하고 나지막하게 우리 곁에 흐른다. 보사노바의 아버지 주앙 지우베르투. 고요하고 평온하게 그를 기록해본다.


브라질의 가수이자 기타 연주자, 작곡가였던 그는 1950년대 후반 브라질의 '새로운 조류' 보사노바(Bossa Nova)의 선구자였다. 브라질 전통 음악 삼바의 강렬한 리듬은 코파카바나 해변의 낭만과 정적인 쿨 재즈를 만나 차분하고 듣기 편한, 세련된 젊은이들의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보사노바에는 1950년대 전후의 낙관적 분위기와 경제 성장을 일궈가던 브라질의 밝은 사회 분위기가 넘실댄다.

주앙 지우베르투는 보사노바의 위대한 기타리스트이자 목소리다. 그의 연주는 텐션(코드를 이루고 있는 화성 이외의 음)을 사용한 재즈 보이싱으로 한결 세련되고 미묘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Dolarice'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 또한 'Desafinado'에선 기존의 아르페지오, 스트로크 기타 주법에서 벗어나 엄지손가락으로 베이스를 표현하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멜로디와 주요 리듬을 치는 주법으로 발랄하면서도 느긋한 느낌의 보사노바 리듬을 창조해냈다. 이 기법을 익히기 위해 몇 시간 동안 화장실에 틀어박혀 연습했다는 일화는 그의 뜨거웠던 음악 열정을 대변한다.


보사노바의 전설이자 브라질의 국가 대표 음악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주앙 지우베르투의 멘토이자 훌륭한 파트너였다. 국민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와 함께 영화 <흑인 오르페>의 노래를 작곡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주앙 지우베르투와 함께 대부분 곡을 작곡하며 그의 신선한 기타 연주를 뒷받침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난해한 코드워크를 인상파 클래식 스타일의 유연한 피아노 연주로 풀어내는 것이 보사노바의 핵심이다. 그렇게 탄생한 앨범이 주앙 지우베르투의 출세작 < Chega de Saudade >이며, 세계적으로 보사노바를 알린 작품은 미국의 색소폰 주자 스탄 게츠와 함께한 1963년의 < Getz/Gilberto >다. 보사노바 대중화의 정점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 Chega de Saudade > (1959)
“슬픔이여 안녕!” 조빔과 주앙 지우베르투는 아마 이렇게 외쳤을 테다. 미국이 로큰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을 때, 브라질 한 편에서 그들은 보사노바라는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그것은 록과는 전혀 다른, 서정적이고 편안한 음악이요 누구나 기대어 편히 쉴 수 있는 음악이었다. 가사 또한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있고 / 또한 잊히기도 하지'같은 통속의 이야기를 다루며 친근한 접근법이 도드라진다. 주앙의 출세작이자 조빔과의 성공적인 협업을 예고하는 앨범.

'Chega de Saudade' (1959)
영어 제목 'No more blues'로 유명한 곡이다. 조빔이 작곡해 엘리제치 카르도주가 처음 불렀으나 인기를 얻은 것은 주앙 지우베르투의 버전이었다. 현악기 위주의 연주 위 소박하고 담담한 노래가 돋보이고, 인트로의 플루트 라인이 보사노바 특유의 발랄한 느낌을 나타낸다. 후렴으로 넘어갈 때 마이너 키에서 메이저 키로 바뀌며 곡 분위기에 차분한 활기를 더한다. 더 이상 슬픔은 없다는 제목 속, 더 이상 블루스는 없다는 파격적인 뜻을 숨겨둔 건지도 모른다.

< Getz / Gilberto(feat. Antonio Carlos Jobim) > (1964)
1950년대 중반 로큰롤의 등장으로 재즈는 상업적, 예술적 위기를 맞았다. 부드러운 색소폰 소리로 인기를 얻은 스탄 게츠 역시 미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전전하며 '한 물 간' 재즈 음악을 연주해야 했다. 그런 게츠 앞에 보사노바가 나타난다. 1960년 브라질 여행을 통해 접한 보사노바에 흠뻑 매료된 게츠는 미국으로 돌아와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와 < Jazz Samba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 앨범이 1963년 빌보드 팝 앨범 (현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무려 1위를 차지했다.

기세를 탄 게츠는 주앙 지우베르투와 그의 아내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함께 오리지널 보사노바를 구현한다. < Getz/Gilberto >앨범은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며 온 세계에 보사노바를 알렸다.

음악사의 위대한 유산 'The girl from Ipanema', 조빔의 피아노 연주와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의 애잔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Corcovado', 어두운 단조 진행의 게츠의 솔로 연주가 돋보이는 'O Grande Amor' 등 다양한 보사노바 명곡들이 이 앨범에 실려있다. < Chega de Saudade > 앨범이 주앙 지우베르투와 조빔만의 것이었다면, < Getz/Gilberto >는 게츠의 부드러운 색소폰 연주와 함께 더욱 따뜻한 음색으로 풍부해졌다. 보사노바의 역사적인 기록이다.

'The girl from Ipanema' (1964)
이 곡은 버스(verse)에서 네 개의 코드 안에서 멜로디 진행을 반복하는 모티브를 가진다. 주앙 지우베르투의 나직한 스캣과 포르투갈어의 1절,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의 속삭이는 듯한 2절 가창에 이어, 스탄 게츠의 서정적인 테너 색소폰 음색이 만나 시원한 이파네마의 해변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어서 조빔은 양손 컴핑(양손으로 재즈 보이싱을 활용해 백킹리듬을 연주하는 것)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며 메인 테마를 반복한다.

당대에도 빌보드 싱글 차트 5위에 오른 인기 곡이었으며, 50여 년이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선 조빔의 손자 다니엘 조빔과 톱 모델 지젤 번천의 무대로 다시 한 번 비공식 국가(國歌)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후에도 주앙 지우베르투는 < Joao Gilberto >, < Amoroso > 등의 독집은 물론, 조빔과 스탄 게츠와도 < Gilberto and Jobim >, < Stan Getz meets Joao & Asrud Gilberto > 등의 작품을 함께 하며 보사노바 인생을 살았다. 우리에게 준 휴식 같던 음악처럼 그의 안식과 평안을 빈다. Adues, Joao!(안녕히, 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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