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컨시어지에서 코슈메디컬 이커머스로의 변신 과정
2020년 6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컨시어지 서비스와 뷰티시술 예약커머스를 제공하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 인한 입국제한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었고, 또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가차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2020년 부터 의료관광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자 2019년에 마케팅과 인력에 투자를 많이 해두었던 터라 더욱 앞이 깜깜했다.
입국제한이 마술처럼 빨리 풀리면 좋겠지만, 그 카드에 모든 것을 걸고 기다리기에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너무나도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락다운, 입국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규모델을 빨리 테스트 해보자라는게 나와 우리팀의 생각이었고, 그렇게 신규사업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규사업 아이디어대한 대략적인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락다운, 입국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기존 유노고의 고객데이터와 핵심가치와 자산을 활용할수 있는 모델일 것.
지금 당장 빠르게 실행해볼 수 있도록 할 것.
코슈메디컬 이커머스 EunogoShop
그렇게 시작하게 된게 바로 피부과 전문 화장품 이커머스였다. 유노고의 기존 고객들은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자주 이용하는 30대 이상의 여성 고객으로 이 모델과 핏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 주고객들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더 이상 한국으로 오지 못하는 상황에 본국에서도 사회적 격리 등으로 병원이나 피부관리샵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유노고가 큐레이션한 한국의 피부과 제품으로 홈케어를 하는게 고객의 니즈의 맞는게 아닐까 싶었다.
또한 우리 회사가 지난 5년 이상 쌓아온 한국의 주요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네트워크로 우리와 유통계약을 맺을만한 코슈메디컬 브랜드를 찾고 입점시키는 일도 맨땅에 해딩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유노고의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도 의료관광 컨시어지로서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전문성을 레버리지 하기에도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진 K-Beauty가 아닌,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기능성 피부과 전문 제품이 핏이 잘 맞을 거라고 믿었다.
시작은 늘 가볍고 빠르게
어쨌거나 위의 논리는 어디까지나 우리 팀이 정한 "가정"일 뿐이고 이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실제로 통할지, 그리고 우리팀이 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최적화된 팀인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다. 일반적으로 신규 사업 아이템 검증에 이용되는 전문가 인터뷰, 설문조사, 포커스그룹 인터뷰 등은 묻지마 생략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Drop Shipping (상품 재고를 두지 않고 주문을 처리하는 유통 방식) 으로 시작
우리가 검증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정은 "우리의 현재 고객이 우리가 큐레이션한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를 할것인가?"였다. 이 가정을 검증하는데는 새로운 웹사이트도, 여러 다양한 브랜드도, 재고보유도, 엄청난 물류시스템도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1개의 브랜드, 우리 고객에게 이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채널, 그리고 고객의 구매할 수 있는 판매채널이었다.
따라서 여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데 시간을 쓰지 않고, 이미 우리 회사와 네크워크가 있는 그리고 우리의 첫번째 목표시장인 싱가포르에 총판이 있는 한국 피부과 전문브랜드 한 곳과 제휴를 맺었다. 싱가포르의 총판이 이미 있는 브랜드의 장점은, 현지에 브랜드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우리가 재고를 사입해서 관리할 필요도 없고, 직접 수입인허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으며, 현지배송 등의 물류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팀은 "판매" 딱 한가지만 하면 된다.
홍보채널의 경우, 우리는 이미 뉴스레터에 가입한 기존 고객 메일링 리스트와 1만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6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홍보채널에 우리가 셀렉한 피부과 브랜드의 상품, 왜 이 브랜드와 이 상품들을 셀렉했고 이 상품이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그리고 왜 우리를 통해 구매해야하는 지 등의 셀링포인트를 매력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판매채널은 별도의 이커머스를 런칭하는게 가장 좋지만,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또한 새로운 사이트를 런칭해서 트래픽을 모으는데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우리의 현재 고객이 우리가 큐레이션한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를 할것인가?" 를 검증하는데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기존 우리가 보유한 의료관광 예약 플렛폼에 "Skincare Shop"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 우리가 판매할 화장품을 입점시켰다.
그렇게 한 1주일채 안되어서 짜잔! Eunogo Skincare Shop이 출시되었다.
홍보는 광고없이 기존에 우리가 보유한 소셜미디어,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판매하다보니 고객이 직접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없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라이브와 유튜브를 통한 제품 데모영상으로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고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시도 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와 레슨을 얻었다.
대부분의 유노고 기존 고객들은 이미 본인들이 몇년째 사용하고 있는 충성 스킨케어 브랜드가 있었다. 전반적인 반응은 "어 이거한번 써볼까?" 라기 보다는 "신규사업은 알겠고, 그래서 나는 한국을 언제 갈수 있어?" 였다.
또한 유노고 컨시어지의 기존 고객의 소비는 건당 대략 1만불에서 2만불 사이이다. 화장품의 주문당 평균 소비는 200불;; 기존 충성고객의 일부가 우리 화장품을 구매하고 꾸준히 이용할 수는 있지만, 재구매까지 치더라도 매출에서 이미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화장품은 무조건 스케일업을 해야하고 신규고객을 대량으로 유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점.
드롭쉬핑의 한계. 재고리스크를 안지고 물류나 배송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마진이 줄어들고, 따라서 신규고객유치 비용 조차 안나올 수도 있다. 또한 유통업체가 한 국가에 여러개가 있으면 그만큼 유노고샵을 통해 구매를 해야하는 니즈도 줄어들고, 우리 스스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좋은 화장품은 정말 많지만, 좋은 화장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아 그들에게 판매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또한 좋은 화장품을 소개하는 K-Beauty 이커머스가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이미 5-6년 전에 시작해서 자리를 잡은 곳들이고, 우리는 이제야 시작하는 신생업체나 다름이 없었다. 단순히 한국의 좋은 화장품 셀렉해서 판매한다를 넘어서, "Why EunogoShop" 에서 구매해야하는 지 설득하는게 매우 중요하고, 우리에게서 꼭 사고싶겠금 만들어야 했다.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희망을 보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소비력이 높다는 싱가포르에서, 화장품 이커머스의 건당 평균 주문액은 한화로 3만원이 채 안된다. 반면에 유노고샵의 건당 평균 주문액은 약 20만원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살 수 있는 소비자 그룹에 대한 access가 있고, 그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재구매율이 높고, 고객 피드백이 좋았다. 여태껏 프랑스제 고가 화장품을 쭉 써왔던 고객들도 우리가 큐레이션한 상품에 열광했고, 우리를 믿고 주변에 추천하기 시작했다. K-Beauty가 단순히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정도를 넘어서, 기능성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아 우리가 이 시장을 키워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보였다.
이거라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집에서 셀카봉으로 찍은 물광피부팁 유튜브 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뷰와 댓글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영상에서 사용한 스킨케어 제품들에 대한 구매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우리가 다음 스텝을 밟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입국제한이 1-2년 정도는 안풀린 것 같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하고 지금은 화장품만이 답이다.. 그렇게 다음 스텝으로 점프 했고, 그 내용은 다음 브런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