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언 김 Sep 04. 2017

책임 있는 시민, 공부를 하자

그리고 "식당 메뉴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여하자

“He’s our President… until he is impeached.”


트럼프 대통령 지자자의 입에서 튀어 나온 한 마디. 그에게 투표한 많은 이들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주일 전 갤럽이 조사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35%이라니 뉴스위크가 “least popular president ever”라 부른 것도 틀리지 않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내가 지지하지 않은 이가 대통령이 되어도, 정치가 딱히 내가 생각하는 대로 가지 않아도 국정수행에 대한 비판에는 신중했다. 대통령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정보망을 통해 얻은 고급정보를 훌륭한 참모진과 논의하여, 그가 생각하기에 대체로 국가에 가장 이로운 결정을 내린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누가되든 리더의 자질에 대한 커다란 의구심은 없었기에.  


미국 온 지 25년이 되어 가는데 백악관 새주인에 대한 걱정이 이렇게 큰 건 처음. 양당제는 필연적으로 민주, 공화 양당의 부패를 가져왔다. 지난해의 그야말로 놀라운 대선 결과에, 나는 워싱턴정가 이방인인 트럼프가 맡아야 하는 역할도 있을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한다는 게 몇몇 이슬람국가 출신들의 미국 방문을 막은 travel ban. 그렇게 전세계를 우려스럽게 하더니, 취임 후 7개월간 제대로 된 법안 하나 통과 못 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협조를 구해야 할 의회, 심지어는 공화당 의원들까지도 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참모진은 어떤가? 이민자에 적대적인 스테판 밀러 같은 사람이 주요 정책 수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미성년자일 때 서류미비자인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어린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고 취업자격을 부여하는 법안)의 즉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서류미비자 포함 이민자가 미국 내 일자리를 가져갔다는 논리다. 로봇과 고도의 기계화 때문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


텍사스에 몰아닥친 ‘하비’같이 가공할 태풍의 중요한 발생 요인 하나는 기후변화이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물은 더 빨리 증발하고 따뜻해진 공기는 수증기를 더 오래 머금고 있다가 태풍이 몰아닥치기라도 하면 위력을 더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통령은 이런 과학상식도 믿지 않는다. 기후변화가 허구라고 한다. 2005년의 허리케인 ‘카트라나’ 피해 복구를 위해 정부에서 지출한 돈이 1,200억 달러, 한화로는 약135조원. 이번 피해 복구에는 1,500억-1,80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태풍 강도는 점점 세지고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자연재해는 전세계의 관심을 받는데다 복구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과 시스템이 뛰어나다.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그러나, 사망자 수가 몇 천명대를 기록하는게 부지기수이고, 이재민의 숫자는 이 나라와 비교하기가 미안할만큼 어마어마함에도 무관심 받기가 일쑤다. 국가에서의 지원은 미미해 해외로부터의 원조가 거의 전부라고 봐야할 정도이다. 신도 12억명의 카톨릭 교황과 3억명의 그리스정교회 총대주교가 최근 만나 기후변화에 대한 전세계인의 주의를 환기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을 거라 본다.


이 외에도 북핵 대처, 미국의 통합과 빈부격차 해소, 세제 개편 등 미 대통령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너무나 많다. 다른 나라 - 특히 한국 - 에서와 마찬가지로 진영위주로 국가가 분열되어 있다. “내가 나선다고 뭐가 바뀌겠어?” 한다면 아마 식당 메뉴판같은 신세 (“If you don’t have a seat at the table, you are on the menu.”)가 될 것이다. 어느 국가에 속해 있든 사회 구성원으로의 책무를 잊지 말아야겠다. 참여해야 한다. 


여름에 들어서며 뉴욕타임즈의 어느 컬럼리스트가 제안했듯, 각자 거주하는 국가의 한 두 가지 사회 이슈에 대해 찬반 입장을 폭넓게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나는 일차적으로 환경과 이민문제에 대해 의견을 정리해 가려 한다.



시민의 책무에 관한 테드 루즈벨트 대통령의 한 문장으로 글을 맺는다.


The first requisite of a good citizen in this republic of ours is that he shall be able and willing to pull his own weight. – Theodore Roosevelt




작가의 이전글 고객서비스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