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칼 소프라 No2 스피커와 네임 NAP 250, NAC 282 앰프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나는 내 귀에 들어오는 음악 소리가 악보의 모든 음표를 반영해 주기를 강박적으로 열망한다. 그리고 그 소리들이 고역과 저역의 균형감이 음향적으로 최적인 콘서트홀 '명당' 자리에서 듣는 것에 필적하기를 또한 열망한다. 잠시 아이러니를 말하자면, 나는 아직 콘서트홀 '명당'에서 음악을 들어 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음악의 표상으로서의 음향은 어디엔가 이데아가 있을 것이고 그 이데아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오디오파일'이라 한다면, 오디오파일들에게는 현세계의 흠결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는 콘서트홀 명당의 음향을 이데아인 양 우러르지는 않을 것이다. 자칭 오디오파일인 나에게도 콘서트홀에서의 경험은 절대 음향을 향해 나가는 여정에 있어 작은 나침반일 뿐이다. 요컨대 나는 음악의 완벽한 구현으로서의 음향을 찾기 위한 구도자다.
오디오파일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스피커와 앰프일 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스피커를 사용한 끝에 내가 현재 정착한 스피커는 프랑스 하이파이 업체 포칼사에서 만든 소프라 No2다. 포칼에는 유토피아 시리즈라는 웬만한 수입 자동차 가격의 하이엔드 스피커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피커는 소프라 시리즈일 것이다. 그중 No1은 아담한 북쉘프 형, No3는 한 짝 당 70kg이나 나가는 육중한 거대 스피커이며, No2는 가격이나 크기가 그 중간 정도다.
대한민국의 흔한 '국평' 아파트에서는 포칼 소프라 No2 정도면 차고 넘친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 중 큰북과 팀파니가 동시에 작렬하는 코다에 이르면 모든 거실 벽면과 바닥이 거대한 악기라도 된 듯 함께 울리게 되는데, 이럴 때는 소프라 No2도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는 소프라가 소리를 과장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프라가 충실하게 재생하는 원음에 가까운 음향을 국평 아파트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프라 No1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종악장 코다의 음향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인 온몸으로 느껴지는 큰북의 저역 에너지를 온전히 재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면 소프라 No3는? 아마도 No3를 제대로 울리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우리 가족은 아파트가 아닌 곳으로 이사하거나 No3를 처분하거나의 선택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혹자는 스피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앰프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혹자는 앰프는 사람 귀에는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고도 하지만, 오디오파일들에게 있어서 스피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앰프다. 내 경험 상 좋은 앰프는 스피커의 소리를, 특히 저역을 더 단단하게 하고 고역의 소리를, 특히 피아노 소리를 더 맑게 만든다. 이 두 가지가 내가 앰프를 평가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기준이다. 내가 사용하는 영국산 네임 NAC 282 프리앰프와 NAP 250 DR 파워앰프 세트도 좋은 앰프에 대한 나의 평가 기준을 잘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백하건대, 이는 과학적 분석, 아니 최소한 객관적 분석의 결과는 아니다. 이런 식의 오디오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오디오파일들이 회의론자들에게 비판받는 이유일 텐데, 이에 대해서 사실 나는 회의론자들에게 동의하는 편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다시 주관적인 오디오파일이 되곤 한다.
네임 NAC 282, NAP 250 DR 앰프 세트의 의외의 장점은 대형 스피커를 울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힘을 보이면서도 전력 소비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힘 좋은 근육질 보디빌더를 연상시키는 오디오 리서치사의 앰프들이 웬만한 에어컨에 맞먹는 1kW의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을 보면, 아무리 오래 켜 놓고 음악을 들어도 미지근한 온기조차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네임 282/250 앰프가 갖고 있는 미덕이라 할 만하다. 물론 좀 더 테크니컬 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앰프는 AB형일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소리의 왜곡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니, 전력소모와 소리 왜곡은 다소의 트레이드오프 관계가 있기는 하다. 어찌 되었든, 작은 전력 소모에 소리도 고우면서 힘도 달리지 않아 만족스러운 앰프다.
소프라 No2와 네임 NAC 282, NAP 250 DR은 네임사의 신품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함께 세트로 출시된 바 있다. 사실 포칼사와 네임 사는 십수 년 전 합병된 바 있고, 이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세트다. 소프라 No2와 네임 282/250이 좋은 짝임을 제조사가 공식 공표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별 계획 없이 앰프와 스피커를 2년 여의 시차를 두고 별도로 구입했던 내게는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사실, 나는 포칼과 네임이 합병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로 각각을 구매했던 것이다.
나는 음악을 훼손시키지 않는 음향을 찾기에 몰두한 '오디오파일'이다.
소프라 No.2는 국평 아파트에서 울리기에 이상적이다.
네임 250/282 세트는 전력 먹는 하마가 아님에도 상당한 힘을 보여준다.
별생각 없이 네임을 구매한 후 소프라를 구매했는데, 얼마 후에 두 기기가 세트로 출시되어 '개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