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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이방인 Sep 30. 2022

독일에서의 직장 생활

독일에서 살아남기

올해 초에 일을 시작한 후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반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동안 6개월 동안의 수습 기간인 프로베 자이트(Probezeit)를 무사히 지나고 이제 어느 정도 일과 사람들에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 매달 계좌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과 함께 나의 생활도 드디어 안정되어 가는 듯하다. 물론 일단 1년 계약이라 내년에 계약을 연장할지 아직 장담할 순 없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독일은 한국보다 좀 더 개인적인 분위기이기도 하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자기가 알아서 일 성실히 하고 퍼포먼스가 좋으면 딱히 터치하지 않는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집단적인 분위기도 없어서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회식 같은 건 당연히 없고 가끔 모임이 있긴 한데(예를 들면 주말에 옥토버 페스트에 같이 가자던가 하는) 참여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다. 한국에서는 주말에 더 나가기 때문에 도심 곳곳이 막힌다면, 독일의 주말은 특히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곳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밖에 나가더라도 휑한 시내를 만나게 된다. 아직까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슈퍼마켓 정도는 열었으면 좋겠다) 주말은 집에서 쉬거나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는 올해 2월부터 일하기 시작해 올해 총 26일의 휴가가 주어졌는데 이는 거의 5주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한국에서 일했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휴가 일수인 듯하다. 물론 5주를 한 번에 쓰는 건 어렵지만 나처럼 고국이 먼 사람들은 최대 4주까지 한꺼번에 휴가를 쓸 수도 있었다. 작년 연말에 자가격리가 급 부활해 한국을 가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2주 동안 한국에 갔다 올 예정이다.

또한 매일 칼퇴가 가능하며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찍 출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팀장과 상의 후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하고 있으며, 일찍 퇴근해 나만의 시간을 좀 더 오래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팀장과 2주마다 일대일 커피 캐치업을 가지는데, 일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불편한 점이나 건의 사항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며 수다를 떠는 게 대부분이다. 일도 일이지만 사람들이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히 잘 지낼 수 있는 것에도 신경 쓰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팀장이 미팅 때 늘 하는 이야기도 'No stress'이다.

가끔씩 회사에서 제공하는 점심 뷔페

그렇다고 해서 마냥 여유로운 직장 생활은 아니며 특히 정규직이 되기 전까지는 살벌한 칼바람이 분다. 보통 처음에 1년 계약에 처음 6개월은 프로베 자이트(Probezeit)라고 하는 수습 기간인데, 내가 일한 6개월 남짓의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잘린 사람들을 이미 꽤 보았다. 사람은 착하고 좋은데 일머리가 너무 없어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아 프로베 자이트가 끝나고 어쩔 수 없이 내보낸 사람도 있었고, 역시나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던 친구였는데 출근하자마자 인사팀 통보를 받고 그날 책상을 비워야 했던 친구도 있었다. 또한 잔머리를 굴려 꾀부리면서 일하는 모습이 걸려서 역시 당일 퇴사 통보를 받은 사람도 봤다. 1년 계약은 무사히 끝났지만 재계약이 안 된 사람들도 있다. 처음엔 너무 깜짝 놀랐는데 벌써 여러 명을 보다 보니 이제는 그런 소식을 들어도 '음...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1년이 지나면, 아니 그 전에도 어찌 될지 모른다. 

물론 1년 계약이 끝나고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간 사람들도 많다. 요즘 한국도 그렇다고 하지만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 길에 보이는 자연자연한 풍경

그래도 아시아인, 특히 한국 사람들은 특유의 성실함과 빠릿빠릿함으로 인해 거의 잘리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파도 웬만하면 출근을 하기 때문에 사실 근태가 가장 좋다. 외국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이 참 성실하고 똑똑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한다. 반면에 독일 사람들이나 다른 유럽 사람들은 비교적 자주 병가를 낸다. 신나게 휴가를 보낸 후에 아프다고 하고 몇 주 후에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에서는 병원에 가서 의사의 소견서만 제출하면 몇 달이고 병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코로나 확진 후 컨디션 회복이 안 돼서 거의 두 달만에 돌아온 동료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사무실이 텅 비어있기도 한데(특히 월요일과 금요일), 그래도 아프면 모두가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쉬면서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회사와 뮌헨 도시 곳곳에서 많은 이벤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 뮌헨에서는 옥토버페스트가 진행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뮌헨을 찾는다고 한다. 지난여름에는 회사에서 써머 파티가 있어서 바르셀로나 오피스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와서 함께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회사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지난 2020년 코로나 이후로 회사에서 이런 파티나 행사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주최된 파티에서 다들 엄청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홈오피스가 축소되어서 슬픈 건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파티를 즐길 수 있어서 운이 좋은 것 같다.

뮌헨 옥토버페스트는 10월이 아닌 9월에 시작된다.

어쨌든 이곳 뮌헨에서의 직장 생활도 아침에 커피 없으면 시작하기 힘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생활이지만 나는 나름대로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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