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영화 #4 < 틱,틱,붐!> + 책 <튜브>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영화> 라는 주제로 브런치 글을 다시 쓰기까지 3년이 걸렸다.
영화읽기교육이라는 분야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확신을 갖고 글을 썼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나조차도 모호했다. 영화평론도 아니고, 영화분석도 아닌, 전문가의 시선도 아닌 그저 나는 시네필에 불과했다.
영화를 점점 더 안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현실이 어려워지니, 허상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2023년 새해 다짐을 적으며 이런 글을 썼다.
2023년은 새로운 것보다는 내가 꾸준히 관심있어 하던 것을 온전히 놓지 않고 이어가는 해, 그리고 그것을 더 정진해보는 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가는 해. 나를 미루지 말고, 나를 중심에 두는 해.
자연스럽게 내가 꾸준히 관심있고 애정가지고 있었던 영화가 떠올랐고,
영화 리터러시, 시네 리터러시, 시네마 테라피 등 다시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더 알고 싶었던 영화에 대해 애정을 다시 갖고 책을 필사하는 것으로 시작해다.
그러면서 소통공감 능력 (영화를 통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 공감하는 능력 양성) 이 어쩌면 내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영화라는 주제로 영화를 소개해주고 싶고 글을 쓰고 싶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를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영화>에 관련한 글을 쓰고 싶다고 느꼈고, 그렇게 생각한 지 한 달 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1.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이자, Jonathan larson의 뮤지컬 '틱,틱,붐'의 무대구성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30살이 되는 생일을 앞두고, 그는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자신의 삶을 불안해한다.
누릴게 가장 많은 나이이기도 하지만, 가장 불안에 시달리는 나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많은 걸 이뤄놨고, 누리고 살고 있는데 비해 그는 해놓은게 없다는 것에 많은 불안을 느낀다. 이 부분에 많이 공감이 되었고, 훗날 뮤지컬 렌트로 성공을 이룬 그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그는 뮤지컬 렌트가 그가 꿈꿔왔던 브로드웨이에 막을 오르기 전날 대동맥 파열로 사망했다고 한다.
12년간 브로드웨이에 무대를 올렸지만 정작 그는 꿈의 브로드웨이 무대를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고 슬픈 일이다.
2. Jonathan Larson 은 뮤지컬 작곡가가 되기 위해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고, 극작가 워크숍을 꾸준히 참여했다. 그곳에서 그는 Stephen Sondheim을 만난다.
그가 뮤지컬 작곡가로 무대에 올리지 못한 'Supervia'부터 워크숍에 올린 작품들에 대해 언제나 그의 재능을 알아봐 주었고 버틸 수 있는 말을 해주었다.
회복탄력성에서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멘토이자 버팀목은 스티븐 손더하임이었을것이다.
3. 스티븐 손더하임이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영화 '틱틱 붐'의 감독인 Lin-Manuel Miranda 이 있기도 하다. Lin-Manuel Miranda 은 Stephen Sondheim의 죽음을 애도하는 브로드웨이 한복판에서 애도사를 읽으며 같이 그의 뮤지컬 넘버 중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의 장면을 영화 속에서 두 시퀀스에 넣는다. 한 번은 스티븐 손더하임의 뮤지컬 영상과 Jonathan Larson 이 그를 오마주한 틱틱붐의 넘버 'sunday'이며 실제 그의 무대를 tv로 보는 장면이다.
린 마뉴엘 미란다 감독이나 생전의 조나단 라슨이 얼마나 그를 존경하고 애정하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4. 그는 8년을 공들인 그의 뮤지컬 음악으로 관계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를 갖는다. 여기서 무대를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에 그는 금전적 부담과 친구의 병문안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마음을 잡고 'Supervia'에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쓰일 곡에 대해 늘 가던 수영을 가면서 떠오른 영감으로 발표 12시간 전에 쓴 곡 'come to your sense'를 탄생시킨다.
워크숍은 정말 대성공이었다. 여기서 영화의 클리셰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탄탄대로를 걷는 이야기겠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실제로 'Supervia'는 브로드웨이에 무대를 올리지 못했다. 브로드웨이에 비해 예술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그는 절망하게 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는 뮤지컬 렌트라는 엄청난 작품을 만든 뮤지컬 작곡가라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실패를 딛고 일어섰는지가 궁금했다.
5. 같은 분야에서 오래 일한 극작가에게 거절 전화를 받고, 그는 묻는다. "이젠 저는 뭘 해야 하죠?"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음 작품을 써. 그리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써.".
하지만 그는 멘탈을 쉽게 잡지 못하고 같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가 광고 회사에 들어간 절친한 친구에게 찾아가서 다 포기하고 네가 제안한 일을 해야겠다고 나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네 재능을 포기하는 건 비극이야."
그리고 그는 HIV 양성 판정을 받았노라고 고백한다. 나는 시간이 없지만 너는 시간이 많고 기회가 많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한참을 울고 돌아온 조나단 라슨은 나도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서로 끌어안는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힘을 얻고, 자신이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적은 메모장들을 펼쳐가며 다시 작곡을 하려고 할 때, 마침 음성메시지가 들린다. 스티븐 손더하임이 무대를 잘 봤다고 정말 훌륭한 무대였다고 해준다.
다시 전화하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6.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틱, 틱, 붐!>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뮤지컬 렌트를 탄생시켰다. 뮤지컬 렌트는 브로드웨이의 형식을 완전히 바꿔놨고 뮤지컬의 기존 공식을 없애놓은 매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뮤지컬이라고 한다.
8년을 공들인 'Supervia'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고 포기했다면 우리는 뮤지컬 렌트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7. 영화를 본 비슷한 시기에 읽은 책 <튜브>를 읽으며 어쩐지 실패한 인생에 대해 어떻게 우리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튜브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영화와 연결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얻는가?"
이런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영화가 있어서,
그리고 회복탄력성에 대해 무엇보다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어서 더 힘이 되는 영화였다.
어차피 우린 자신만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 서있다면,
당신의 애씀은 언제나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나는 안주하지 않고 힘을 다하는 영혼들에게 멀리서나마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작가의 말을 빌려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을 깊이 응원한다,라고.
- 책 <튜브> 작가 손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