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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래 Jul 16. 2019

뉴욕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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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말 오랜만에 쓴다. 그만큼 오후 시간대가 여유롭지 않았기도 했고 비 오는 날 굳이 우울한 기분에 글을 써서 똥글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모처럼 날씨가 맑다. 아주아주 좋다. 오늘 같은 날 일기예보를 믿지 않고 히트택에 기모 맨투맨을 입은 나는 삼류다.

뉴욕은 비켜서니 더욱 아름답다. 사실 그 속에 있을 때에는 아름다움보다는 터질듯한 인구, 그로 인한 문제점이 더 크게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뉴욕을 비롯한 모든 메트로폴리스의 비극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곳이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를 갖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마천루는 필연적으로 거리를 벌려야 그 참모습을 볼 수 있다. 높이 올라가거나, 멀리 떨어지거나. 어젯밤에 탑 오브 더 락을 갔고 오늘 브루클린에 왔으니 수직적으로도 수평적으로도 뉴욕의 마천루를 본 셈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아름다운 도시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으며 멀어지는 뉴욕을 보는 것은 퍽 멋있는 일이다. 노래를 들으면서 보는 풍경은, 그 노래를 다시 듣기만 해도 머릿속에 함께 풍경이 재생되곤 한다. 사실 풍경뿐 아니라 그 날의 온도, 바람, 주변의 소음 같은 것도 함께 리플레이되니 사실상 음악에 모든 경험을 함께 저장해 놓은 셈이다. 사진보다 때때로 더 강력한 저장 수단이 되곤 한다. 앞으로 나는 선인장이나, I Do, 우리 처음 만난 날을 듣는 다면 지금을 떠올릴 수 있다.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이 하나 늘어난 셈이다.


지금은 empire store라는 곳의 옥상인데 여기가 누가 한 곳인지는 몰라도 참 좋다. 외부 계단과 테라스가 불규칙하게 반복되는데 이게 사람을 힘들이지 않고 옥상까지 올라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부르클린 브릿지를, 강 건너 뉴욕을 보여준다. 시각적으로 너무 즐겁다. 한편으로는 페이빙과 적당한 투명성으로 내부의 오피스와는 동선을 분리하니 현명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루프탑마저 내부인을 위한 곳이 따로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알찬 경험으로 가득 찬 곳이다. 뉴욕에는 이런 곳이 꽤 있는 것 같다.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갔을 때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공간들. 지도에 찍고 힘겹게 찾아간 곳이 아니라 그 뜻밖의 경험들이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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