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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래 Jul 24. 2019

뉴욕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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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루즈벨트 아일랜드에 숙소를 정했어야 했나 싶다. 물론 화창한 오늘 날씨 탓도 있겠지만 루즈벨트 아일랜드는 정말 완벽하게 행복하다. 당연하게도 좌우로 강이 흐르고 한쪽은 맨해튼의 모습이, 한쪽은 부르클린의 모습이 보인다. 조용하고 깨끗하다. 잘 정돈된 공원이 곳곳에 있고 - 심지어 칸이 한 것도 있다 - 길거리에 오리가, 고양이가, 청설모가 돌아다닌다. 내가 바라는 숙소의 이상향과 같다. 뭐 진짜 여길 숙소로 정했다면 섬 밖으로 안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누군가와 뉴욕을 다시 올 일이 있다면 여기 루즈벨트 아일랜드를 적극 추천할 예정이다.
도착해서 강을 구경하며 앉아있는데 이상한 파란 새가 내 발목에 와서 한참을 졸다갔다. 그러다가 일어나서는 열심히 내 발찌를 먹어댔다ㅋㅋㅋ 발찌에 홀려서 내가 걷는지도 모르고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고양이에게도 안 당해본 간택을 새한테 당할 줄은 몰랐다.
칸의 공원인 루즈벨트 4가지 자유공원 - 한글로 직역하니 매우 웃긴데 - 은 상당히 조형적인 정원이다. 섬의 끝자락에 있다는 것을 활용해 삼각형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강력한 일점 투시를 경험할 수 있다. 흰색 화강암 - 아닐지도 -은 선글라스가 없는 사람에게는 많이 눈이 부셨다. 하지만 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가자 모든 것이 반짝거리는 그 광경을 딱 알맞은 조도로 볼 수 있었다. 그늘로 들어오라는 칸의 계획인 건가ㅋㅋㅋ  살짝 단이 높여진 곳에서 바라본 맨해튼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쯤 되면 맨해튼은 뷰 치트키다. 조금만 벗어나도 이토록 황홀한 경험을 제공하다니 살신성인의 맨해튼이다. 그리고 여러 공원을 다니며 느끼는 것은 참 이 나라 사람들은 수목의 종류를 현명하게 잘 쓴다. 어느 정도 높이에서 잎이 무성해지는지, 그것이 얼마만큼의 그늘을 드리우는지, 주변의 색과 잘 어울리는지 기타 등등의 것을 전부 고려한 티가 난다. 심지어 애들이 노는 곳과 놀지 않는 곳에 따라 잔디의 높이가 다른 곳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원이 단순 휴식의 공간을 넘어 미학적으로도 상당히 완성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한국에서는 의외로 공원을 많이 안 가봤는데 꼭 한국에 돌아가면 혼자서라도 공원을 여기저기 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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