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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래 Aug 01. 2019

뉴욕 기록

7

종교음악은 힘이 있다. 두 번의 일요일 동안 교회와 성당을 찾아가 가스펠, 오르간 공연을 보고 느낀 감상이다. 나는 무교인 데다 성경 내용도 잘 모르는 문외한이다. 오히려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말하는 맹목적 구원을 조금은 회의적으로 보는 편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음악은 울컥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가스펠은 그들의 감사, 사랑, 의지, 존경을 가사로 표현한다. 또 그것을 백명이 넘는 사람이 일제히 벅찬 표정으로 따라 부르는 것이다. 그 광경이 나에겐 생경하고 또 놀라운 모습이어서, 그래서 눈물이 고이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르간은 가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거대한 오르간이긴 하지만 - 혼자 연주한다. 하지만 멜로디에 느껴지는 하나님에 대한 헌사가, 내 삶에 깃든 축복에 대한 감사가,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면 어느새 이런저런 생각과 사람들이 떠올라 코끝이 맵다.

오늘 일과를 끝내고 맥주랑 같이 먹을 안주를 만든다. 새우랑 마늘, 베이컨과 홍고추를 넣고 볶다가 한쪽으로 몰고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어서 나머지와 섞은 안주인데 짜고 맵고 고기 맛도 나고 해물맛도 나는 것이 내 취향이다. 입맛까지 천상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다. 맥시멀 리스트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히려 여행을 오면 더 많이 요리한다. 가격을 꼼꼼히 따져가며 리스트를 적고, 집에 무슨 재료가 있는지, 또 내가 그것으로 무얼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장을 본다. 서울에서는 절대 없는 일이다. 서울에서는 아침은 당연히 거르고 점심은 손에 꼽는 횟수로 먹으며 저녁과 야식으로 하루의 식사를 대신한다. 또한 그 사이에 커피를 3-4잔은 마시는데 필연적으로 한잔에서 두 잔은 빈 속에 마실 수밖에 없다. 적고 보니 너무 자기파괴적인 일과다.  이랬던 사람이 여행을 오면 바지런해진다. 아침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탄단지에 유제품 비울도 신경 쓰고 밤에 먹는 술에 따라 준비하는 안주도 달리 한다. 프랑스 여행 때는 친구와 함께여서 그럴 수 있다 생각했지만 혼자 여행하는 한 달 내내 이것을 유지한 걸 보면 일종의 스타일인 듯하다. 여행을 오면 나를 위해 더 시간을 내고 보살피는 것. 내가 직접 한 건강한 요리를 먹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인생 드라마를 보는 것. 배부른 상태에서 길게 누워 하루를 돌아보며 글을 쓰는 것. 사소하지만 엄청 행복해진다. 따지고 보면 나에게 내가 보내야 할 관심은 이렇게 사소한 양이었는데 그걸 주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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