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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 2주간 LA, 2주간 뉴욕에 머물면서 짧지만 참 긴 여행을 했지 싶다. 사실 넌덜머리를 내며 한국을 떠나왔던 터라 돌아가는 것이 퍽 무섭다. 또 그렇게 싫은 게 많아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된다. 그래도 막연히 예전보다는 성장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미국식 낙천주의가 물든 모양이다. 지나오니 아쉬운 건 내 방어적인 태도다. 분명 호의를 가지고 다가오던 사람도 많았고 내가 열려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좋은 인연을 이어갈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쳐있다는 이유로 모든 기회를 걷어차버렸고 이제와 후회가 되는 것이다. 나에 대해 물을 때, 이유 없이 친절을 베풀 때, 끝끝내 벽을 세우고 거리를 벌린 것일까.
나에게 누가 LA와 뉴욕 둘 중에 어디가 더 좋아?라고 묻는다면 난 망설임 없이 LA다. 8할은 날씨 때문이다. 까맣게 타는지도 모르게 돌아다녔던 LA. 햇빛은 설레고 바람은 두근거렸다. 태양 아래 모든 게 반짝거리니 나도 같이 반짝이는 기분인데, 그게 정말 정말 못 견디게 좋았다. 그럼 누가 나에게 어디를 더 추천해?라고 묻는다면 그건 반대다. 추천은 뉴욕을 해 줄 것이다. 훨씬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같은 기간 내에 경험할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된다. 도시, 공원, 자연, 사람 등등 폭발할 듯 많은데 이렇게나 조화를 이루는 게 신기한 곳이다.
아- 어찌나 싱숭생숭한지 머리는 하고 싶은 말로 가득 차서 왕왕대는데 그것이 잡혀 글로 나오지는 않는다. 정리하려 애쓸수록 관자놀이만 뻐근하다.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나의 한 달이 다시 재생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렇게나 어설픈 말로 여행을 마무리지어야 하나보다. 또. 아니 꼭, 여행을 하며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