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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래 May 10. 2019

LA 기록

4

도시의 매력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십분 느낄 수 있다. 보행의 차원에서 경험하는 도시와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음 좀 더 엄밀히 이야기하면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는 느낌이다. 보통 대중교통은 도시의 심장부를 지나기 마련이다. 빠른 속도로 주파하는 각각의 핫플레이스들은 딱 보기 좋은 거리에서 펼쳐진다. 만약 걸어 다니며 경험했다면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노숙자들, 동양인을 향한 캣 콜링 등 가지가지를 겪었을 테지만 창밖으로 바라보는 도시는 그렇지 않다. 생동감은 그만큼 떨어지지만 ‘그림’같이 ‘예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산타모니카 해변을 오는 길에 이를 통감했다. 내가 먹던 크루아상을 갑자기 뺏으려들던 흑인 때문에 -지금도 지나가며 캣 콜링을 하는...- 확 환멸이 나려고 했지만 버스를 타고 햇빛이 쏟아지는 거리를 보자 기분이 나아졌다.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며 찬란하게 반짝이는 -사실은 3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였지만 - 도시를 보는 것은 퍽 기분 좋은 일이다. 지상철 또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미국의 지상철은 체감상 2층 정도의 레벨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꽤나 생경한 뷰를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기가 막힌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산타모니카 해변은 의외로 평범하다. 하지만 해변이 주는 여유와 건강한 분위기는 매번 똑같아도 매번 매력적이다. 모래 위에서 약간 기울어져 그렇게 뜨겁진 않은 햇빛을 받고 있다. 동시에 바닷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쓴다. 오감이 경험으로 충만하다. 아주 기분이 좋다.

이 곳의 햇빛은 참 빛난다. 한낮의 나뭇잎에서, 파도의 넘실거림에서, 윤기 나는 곱슬머리에서, 별이 반짝이는 듯한 착각을 준다. 타는 걸 개의치 않고 태양을 만끽하는 여기 사람들은 분명 햇빛이야말로 자연이 자신들에게 준 천혜의 보물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그에 물들어 나 또한 볕이 적당할 때 벤치를 발견하면 곧잘 앉아 쉬어가곤 한다. 저절로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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