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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행복한 순간에 전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는 모습이 랭크가 되어 있는 건 꽤나 모순적이다. 하지만 실로 그렇다. 터뜨리듯 웃는 아이들과 그들을 보살피는 부모, 그리고 그 모두에게 찬란하게 내려오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면 안정감, 행복함 더 나아가선 희망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거기에 시원한 커피와 달달한 빵까지 있다면 나에겐 모든 게 갖추어진 순간이다.
지금 보고 있는 광경과는 별개로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LA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걸 이 곳 사람들도 아는지 참 호의적이었다. 오죽하면 ‘이 나라 사람들이 검은 꽃무늬 원피스를 좋아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을까. 하지만 오늘로 또 한 번 느낀 것은 내가 참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 그것도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그것대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겠지만 동행은 이내 피로해지고, 혼자 마천루를 올려다보며 걸을 때야 비로소 오늘을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천천히 도시를 곱씹으며 걸을 때 진짜 여행을 한다는 기분이 든다.
LA는 단연코 태양의 편애를 받은 도시이다. 평범했을 광경을 이토록 눈부시게 만들어주는 건 햇빛이다. 또 한 가지 더, 여기 사람들은 땀 흘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번 땀이 나기 시작하면 에어컨이 빵빵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마르지 않는, 후덥지근한 우리나라의 여름과 다르게 이 곳은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내내 불어온다. 땀이 조금 나더라도 이내 마를 걸 안다. 이것이 이 곳의 여유의 근원 같다. 집어삼킬 듯한 잔인한 더위가 아닌 온화하고 배려 넘치는 날씨. 이 것은 사람의 발걸음을 늦추고 한번 더 하늘을 보게 한다. 이는 수많은 노천카페가, 공원이, 쉬어갈 벤치가 생겨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도시를 생동하게 만든다.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가 온화한 4월에 여행을 한 탓에 이렇게 느끼는 걸 수도
온화하고 여유로운 LA는 나를 느긋하게 만든다.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변했고 나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나 또한 그들에게 더욱더 소중한 사람이 되리라 다짐한다. 기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즐겁고 그 사진을 보며 다시 그 감정을 곱씹는 것이 행복하다. 2주간의 변화는 실로 긍정적인 것 같다. 걱정했던 동행들 -물론 전날 동행을 파토 낸 미친 여자가 있긴 하지만 -도 다 즐겁게 끝이 났고 나는 예상보다 훨씬 더 혼자가 취향에 맞았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만 2주는 나를 외롭게 만들기엔 짧은 듯하다.
뉴욕은 어떤 곳일까. 나의 행선지를 이야기하면 다들 뉴욕을 훨씬 부러워한다. 뉴욕은 LA보다 훨씬 춥다. 이것만으로 나에게는 뉴욕의 감점 요인이 엄청나다. 하지만 모두가 즐거울 것이라 입을 모으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그것을 경험하러 지금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