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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열심히 적응 중이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뷰와 편의시설을 가졌지만 청결도나 가구의 상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실망스러운 이 서불렛에 대해 ‘그래. 원래 단짠이지.’라고 넘기고 있다. 빨래 돌리는 법을 배웠고 밥도 잘 데워먹었다. 아, 식탁이 없는 건 꽤 충격이었다.
카톡상으로는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던 방 주인은 실제로 만나자 퍽 살갑다. 서로 다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는 동행과 서로 꼬잘꼬잘한 잠옷 그대로 만나는 서불렛은 같은 한국인이더라도 다른 밀도의 친밀감을 준다. 2주간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혼자 숙소 전체를 사용하며 멋대로 편하게 지내던 2주간의 LA 생활이 그립지 않냐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혼자가 편한 본성 어디 안 가기 때문에 그 생활이 벌써 그립다.
짐을 다 풀고 어둑해지고서야 나가본 뉴욕 날씨가 아주 충격적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산이 꺾일 정도의 강풍이 불고 있다. 진짜로 날아가겠다 싶은 바람을 태어나서 처음 느끼고 있다. 느긋하게 타임스퀘어를 둘러보려다가 뜻밖에 재난영화 한 편 찍고 상당한 몰골로 집에 돌아왔다. 집 창문 밖으로 보이는 허드슨 야드는 먹구름 속에서 혼자 빛난다. 멋있긴 하지만 어딘가 디스토피아 같은 느낌이다. 태양이 속살대던 LA에 비해 뉴욕은 바람이 사자후를 친다. 내일은 잠깐 햇빛이 난다 하니 그때 다시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