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읽고 있다. 고전 명저이고 e북으로도 나와 한번쯤 from cover to cover 즉 책 전체를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저자인 허먼 멜빌은 생전에 각광을 받은 인기 작가는 아니었다. 사후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고등교육이나 작가수업을 제대로 받은 적은 없다. 그 탓인지 문체나 묘사가 다소 거칠고 유려함 보다는 투박함을 갖지만 무언가 심오함을 느껴지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서술이나 비유가 번삽하고 주석이 많으며 분량도 방대하여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기 시작하면 손을 못 놓고 계속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흔히 독서가 좋은 취미라고 하고 책읽기를 통해 지혜를 얻게 된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중장년층에게는 독서의 유익함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저 책 읽는 게 재미있고 몰입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소설에 대한 많은 평론들은 우선 매우 길고 다 읽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무려 135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인 데다가 내용도 매우 현학적이어서 성경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유명한 서구문학의 고전들이 자주 인용이 되곤 한다. 저자가 실제로 원양어선의 선원생활을 하였지만 이 소설을 쓰면서 도서관에 드나들며 엄청난 공부를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저자의 직접 경험이 이 소설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포경선의 선장 에이해브인데 이야기의 서술은 화자인 이스마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스마엘은 포경선에 승선한 하급 선원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 모비빅은 거대한 몸체를 가진 흰머리 향유고래의 이름이다. 전체 135개 장 가운데 마지막 3개의 장에서 에이해브가 모비딕을 잡기 위해 벌이는 3일 동안의 처절한 싸움이 묘사되고 있다. 가히 인간과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는 대 서사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이 긴 책 언제쯤 완독할 수 있으려나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 읽어내지 못하였다. 몇 개의 장만 보거나 드문드문 발췌해서 읽거나 하는 꼼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강렬한 인상은 책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깊은 여운을 주고 있다. 이 소설이 왜 명작이고 많은 주목을 받는지 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최초의 영화는 1956년 세상에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백경이라는 이름으로 상영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수편의 영화가 더 제작이 되었다. 2011년에 개봉한 황정민 주연의 한국영화 모비딕은 이 소설의 영화가 아니고 전혀 다른 내용의 스릴러 영화이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ps: 일부만 읽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이 소설의 오디오북이 있어서 전부를 들을 수 있었다. 오디오로 도합 9시간에 달하는 분량이다. 오디오북은 눈도 피로하지 않고 편하기는 하지만 활자를 읽는 것에 비해 맛은 덜 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