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이탈리아 영토의 도서이자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도에 비해 14배나 더 큰 섬이다. 그 시칠리아의 주도가 팔레르모이다. 팔레르모는 로마, 피렌체, 밀라노, 나폴리,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의 유명 도시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여행자들에게 한번쯤 가봐야 할 관광지의 하나로 꼽힌다.
내가 팔레르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 가지 경로에서이다. 먼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라는 책을 접하면서부터이다.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을 써서 혜성처럼 문단에 등장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25살일 때이다. 확실히 천재는 범인들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괴테는 고위 공직을 맡아서 일을 하다가 30대 후반에 홀연히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 2년 가까이에 걸쳐 이탈리아의 30개 넘는 도시를 방문한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작가의 성향에서 보면 다소 의외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괴테가 여행기도 썼어?’라는 반응을 보일 법도 하지만 여행 관련 저서로서 가치가 높다고 하니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될 것이다. 다만 엄청나게 길고 해제가 많이 붙은 이 책을 다 읽어내지는 못했지만 일부를 발췌하여 읽어본 나의 소감에 의하면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의견이라고 할 것이다.
괴테의 책 이야기를 왜 하냐고 하면 그의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팔레르모 여행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고 “시칠리아가 없는 이탈리아는 마음속에 아무런 영상을 남기지 못한다.” “팔레르모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등과 같이 시칠리아 지역, 팔레르모 도시에 깊은 애정을 표현했던 것이다. 그가 여행한 이탈리아의 다른 장소에 대해서도 좋은 점을 자주 지적했지만 강도가 이보다는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번째로 팔레르모가 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연히 넷플릭스 드라마를 본 뒤로부터이다. [레오파드]라고 하는 6부작 시리즈인데 이탈리아 통일전쟁을 주제로 한 드라마이다. 팔레르모 지역을 기반으로 한 귀족 가문이 19세기 중반에 걸쳐 당시 부르봉 왕가를 따르는 지배 계층과 가리발디 장군을 필두로 한 혁명 세력 사이에 전개되는 통일전쟁의 와중에서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가 되는데 남녀 주인공과 함께 이탈리아 유명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딸이 출연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이 시리즈물에서 스토리도 좋지만 배경이 되는 팔레르모 지방의 자연과 호화저택, 대농장 등 볼거리가 많아서 드라마의 흥행에 한몫을 하였다고 한다. 배우들의 의상도 볼만했거니와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식사 장면, 화려하기 그지없는 무도회 영상 등이 극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사실은 동명의 영화가 1963년 상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버트 랭카스터, 알랭 들롱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였고 개봉 당시 이탈리아에서만 천만 관객을 동원하였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 작품을 2025년 넷플릭스가 각색하여 새로 방영한 것인데 내용 상 큰 줄거리는 같은데 약간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전작이 웅장하고 서사적이라면 신작은 좀 더 재미에 중점을 두었고 디테일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위와 같은 두 가지 이유로 팔레르모에 애정이 가게 된 것이 사실이고 언젠가 여행을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 가기 전에 동영상으로 먼저 보고 싶다면 팔레르모 유튜브 영상 가운데 Prowalk Tours: Palermo, Sicily-Incredible Blend of Culture, Flavor, and Romance(5시간 40분) 영상을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매우 길어서 다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화면이 좋으니 한번쯤 시도 해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