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전에는 잘 몰랐다. 수십 년 직장을 다닐 때, 퇴임 전후하여 몇 년간 고문으로 있을 때, 하던 일에 몰두하느라 인문학 분야의 책들을 읽을 물리적, 정신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일이 없어지고 몰두할 대상이 없어짐에 따라 독서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고 이제 몇 년 안 지났는데 책 읽는 것이 이렇게 좋은지 그 전에 잘 몰랐던 것이다.
그간 꽤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 책 읽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대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적게는 200여 페이지에서 많게는 700-800 페이지쯤 되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이 보통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몇 초에 끝나는 쇼츠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수십 시간 내지 수백 시간을 들여 책을 읽어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수없이 밀려오는 잡념을 넘어서서, 수시로 다가오는 연락이나 처리할 일을 젖혀두고, 한가하게 책을 읽는다 아니 읽을 수 있다니 참 어렵고도 치열한 과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 읽는 환경은 많이 좋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동네마다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고 인터넷을 통해 무슨 책이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몇 년 해보니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여러 종류의 디스플레이를 거쳐 책을 읽는 e북 시스템이 편리하기는 한데 왠지 책 읽는 맛이 조금 덜하다는 생각을 많이 그리고 자주 하게 되었다. 조금 불편해도 종이책을 펼쳐서 책장을 넘기며 읽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할 뿐 아니라 좀 더 충만한 느낌을 내게 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책을 새로 사거나(중고 포함하여)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기회를 점점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있다. 다만 빌리는 경우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 없어서 조금 답답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