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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신입사원수련회에서는 카드매스 게임을 한다.

그게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을까 독이 되었을까

by 찬란


내가 대기업 그룹에 속했다는 기쁨!

대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에게 그 마음을 극한으로 끄집어내주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신입사원 수련회.

전 계열사의 같은 기수 신입사원 수천명은 한 데 모였다. 그리고 삼 주간 합숙하며 교육을 받았다.

신입사원들은 삼 주, 그리고 개중 특별한 이들은 두어 달 동안 합숙하기도 했다. 주로 이 프로그램의 응원단 또는 공연단으로 선출된 이들이었다. 이 신입사원 수련회를 위해, 두어 달 동안 그들은 함께 먹고 자며 응원과 공연을 준비했다. 그들에게는 전문 행사 지원 업체가 붙어 보조했다. 그들은 배우였고, 업체들은 감독이었다. 겨우 15년 전이다. 믿어지는지.

교육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에 캐리어를 끌고 도착했다. 내가 배정된 조는 23명이 한 그룹이었다. 이제 사회에 발걸음을 내딛은 젊은 이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식당에 내려가보니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다. 신나게 식판에 떡볶이와 김밥을 담았다.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우리는 각자의 회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잠시 뒤 우리 그룹을 리드할 그룹 리더가 들어와 우리가 앞으로 배울 것들에 대해 엄숙하게 설명했다.


“우리 조는 앞으로 삼 주 동안 중요한 것들을 배울 겁니다. 여러분은 회사를 대표해서 여기에 왔어요…”


우리는 바짝 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그룹 리더도 입사한지 5년 차 정도 되는 젊은 대리였다. 뭐가 그리 어렵고 모든 관계가 수직적이었는지.


우리는 시간표를 받아들었다. 우리의 하나된 가치, 그룹의 나아갈 비전, 역사, 회장님의 연대기, 이런 걸 배웠더랬다.

교육 중간 중간 참여활동도 많았다.

그룹별로 한 명씩 이쁘장한 남성에게 여장을 시키기도 했다. 우리 그룹에서는 한 남사우가 당첨되었다. 내가 가져온 쫙쫙 늘어나는 저지 드레스를 입었다. 아이라인을 그리고 매니큐어까지 칠한 그는 우리 그룹을 대표해 무대 위로 올랐다. 노래도 하고 춤도 췄다.


“자 다같이 불러요! 그대 모습은~보랏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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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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