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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배추 차장은 왜 비상계단에 있었을까

내가 뿌린 씨앗은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by 찬란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 인물과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여보세요? 저희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시라고요?”

지이잉 진동하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과일나라 어린이집. 불길하다. 싸늘한 바람이 가슴에 스쳐지나간다.

“혹시 아픈 건가? 사고가 있었나?”

“지금 데리러 갈 수 있는 가족이 있나?”

한창 일하고 있던 중이었지만 전화를 받아야 했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실내화에서 구두로 바꿔 신고 의자를 뒤로 밀었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과일나라 어린이집입니다~“

”아 네네, 안녕하세요~~“

걸어나오며 화장실로 향하다 멈칫했다. 물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틀어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길로 향했다. 그 곳이라면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니 통화하기 편할 것이다.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두꺼운 방화문을 열었다. 응? 그런데…

비상계단에 그림자 하나가 휙!!! 급하게 떨어졌다.

엇, 자세히 보니…

옆 팀 배추 차장과 무 과장이 아닌가??

그 둘이 비상계단에서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당장 전화 너머의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을 경청해야 했다. 다행히 별 일 아니었다.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간 후 통화는 끊어졌다. 배추 차장 무 과장이 있었던 자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들은 바람처럼 사라져 있었다.

“둘이 긴밀하게 할 얘기가 있었나 보다.”

자리에 돌아와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머릿속이 복잡해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손은 여전히 키보드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녔지만 내 정신은 머나먼 곳에서 유영하기 시작했다.

배추 차장과 무 과장,

그들은 사내 연애 중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둘이 사귀거나 말거나. 사실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긴 했다. 술자리에서 ’누구랑 누구랑 그런 사이래‘ 류의 가십들이 들리곤 했다. 하지만 늘 속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 소문의 주인공들을 비상계단에서 만나니, 마음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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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략기획부문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랑, 용기, 희망을 믿습니다. chanranfromy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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