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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Dec 22. 2019

세 아이와 네 멋대로 해라

# 무엇이든 변신하세요.

  막둥이는 요새 막둥이인 적이 별로 없다. 스파이더맨이거나 태배기사님이거나 아기 사자이거나 기중기이거나, 사람 사물 가리지 않고 변신하는데 오늘은 치킨이었다.

   막둥이가 치킨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우리는 막둥이의 이름을 불러선 안 된다. 버럭 화를 낸다.


   잘 놀다 울면서 오길래 왜그러냐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토끼라고 했어, 할아버지 혼내 줘 ." 그런다. 뭐? 치킨한테 토끼라고 했다고? 막둥인 치킨인데 토끼라고 해서 속상했구나. 왜 치킨한테 토끼라고 했을까. 치킨 치킨 하니까 치킨이 먹고 싶네. 이따 시켜 먹을까.  막둥이를 달래는 아무 말 대잔치가 시작된다.


   문득 막둥이가 치킨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닐까 싶어 물어보았다. 막둥이는 "큰 거." 라고 대답하고는 아무 말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아, 막둥이는 치킨이 뭔가 큰 거라는 걸로 알고 있구나. 내가 그렇게나 치킨을 사주지 않았었나 반성하며 오후엔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막둥이는 좋겠다. 뭐든 변신할 수 있어서. 원하는 건 뭐든 될 수 있어서. 사람도 동물도 사물도 뭐든 될 수 있어서.


  뭐든 될 수 있다고 나는 꽤 오랫동안 믿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절반은 믿고 싶은데.  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변신할 수 있을까. '엘사'는 1탄의 변신에 이어 2탄에서도 변신하던데.  도합 이단 변신. 그런 건 공주님만 할 수 있는 걸까. ...1단 변신만이라도 하고 싶구나.  

  

  아이들에겐 시간이 아무리 지나더라도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뭐든 변신할 수 있어. 언제라도, 언제까지나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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