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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Dec 20. 2019

외롭고 높고 소소한

아줌마

 - 아름답고 쓸쓸한 문장을 쓸 수 없어 슬픈 밤이다. 나는 비유와 참신함과 깊이와...모든 것을 잃었다. 편리하게 쓰고 편리하게 좌절할 뿐.


   연애시절, 남편과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를 보러 가면 남편은 울고 나는 시니컬하게 앉아 있었다. 웃기다가 울리는  클리셰하고는. 팔짱을 끼고 앉아 우는 걸 들켜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어이 없이 웃으며 보았는데,


   아이 셋을 낳고 뻑하면 우는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뭔가 긍정적인 뜻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그래서 아이를 이렇게나 낳고도 내게만은 붙지 않았으면 싶었던  아줌마라는 단어는 그렇지만


  살면서 겪은 슬픔 같은 것들을 몸이란 통 안에 잘 담아 놓고, 타인의 슬픔에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된 사람으로 여겨져 이제는 싫지가 않다.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아이와 관련한 뉴스를 접하면서 울고 아이가 아니어도 뭔가 슬프거나 감동적인 사연을 읽어도 울고...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뭔가 관념적으로 살아 왔던 날 대한   반성 때문일 지도. 평범한 시민이 가지게 된 세월호 트라우마 때문일 지도. 그냥 내가 좀 지쳐서일 지도. 툭 건드리면 바로 울 수 있는 이 상태를 뭐라 설명할 수 없다...갱년기는 '한참' 멀었다...

   

  불안하고 불완전한 삶의 속성을 조금은 알게 되어서 오늘도 무사한 하루가 감사하고 하루를 매순간을 살려고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러니까 울음이 나오면 울면 되는 건데... 혼자가 아닐 땐 창피해서 눈에 힘을 주고 참고, 왜 그러는 건데 이 아줌마야.

 

  싫지 않다고 해 놓고 싫고 싫으면서 싫지 않고, 꼭 나 같은 단어 '아줌마'. 어떤 날은 내가 싫지 않고 어떤 날은 내가 싫고 어떤 날은 내 삶이 싫지 않고 어떤 날은 내 삶이 싫고 그래서 매일 싫지 않다고 해 놓고 싫어하고 싫으면서 싫지 않고...


   땅에 두 발을 완전히 붙이고, 싫으면서 싫지 않은 모든 것들을 와락 껴안고 살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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