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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Feb 27. 2020

외롭고 높고 소소한

나홀로 친구먹기

  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첫째의 학부모들, 성당 사람들...그렇지만 속 깊은 말들을 나누고 과 음악과 청춘의 감성을 일깨우는 말들과 그밖의 것들을 함께하는 친구는 아직이다. 아쉽지는 않다. 그런 친구는 다 멀리 산다. 일상을 공유하지 않다 보니 통화 횟수가 줄었다. 그렇더라도 가끔의 통화는 마음의 메마른 것들을 채워준다.

  봄이 되면 마당에 할 일이 많아진다. 아이들이 많으니 원래 할 일이 많다. 그렇더라도 외로운 건 어쩔 수 없는데, 그래서 나는 하나 둘 책 속의 저자와 팟캐스트 진행자들과 나 혼자 친구를 먹기 시작했다. 그 친구들과는 나 혼자 사귀었다가 멀리 사는 내 친구들처럼 가끔 만나도 했다가 떠나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한 번 친구는 계속 친구다.


  지금은 멀리 떠나보낸 팟 캐스트' 두철수'가 그렇다. 철학자들의 생과 사상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이들과 나는  나혼자 친구를 먹었더랬다. 그렇게 자주 낄낄거리며 이들에게 에너지를 얻곤 했는데, 머리가 굳어진 까닭에 이해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철학자를 소개하면 찾아서 읽어도 보아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가 않았다. 책을 빌려와선 중간도 나가지 못하고 반납하곤 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두철수'가 그랬다. 우리 청취자들은 다시 돌아온다고. 언제 다시 돌아가서 함께 낄낄거 날이 나에게도 왔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메뚝씨와 똥팔씨가 무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고는 나혼자 신형철씨와 친구를 먹었더랬다. 글 속에 따뜻함이 느껴졌고 나이 차이도 그리 크지 않고 뭐...여러 가지로  섬세한 을 친구로 두기 좋았다. 신형철씨는 윤상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윤상은 내가 가요에 입문하고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다. 물론 나는 윤상이 가수였던 때의 음악을 좋아했지만. 그래도 역시 통하는 데가 있다.


  고백하자면 요새는 열정적으로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이 다 매력있게 보인다.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잠도 안 자고 코로나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도 참 멋지다. 이 재난이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음...아주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군. 뭐, 좋다. 투어를 떠난 혁오도 친구를 먹고 싶었으나 그러기에 혁오는 너무 유명해졌고.  오존과 고갱은 언제나 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친구들이다.  


  좋다고 다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다. 교감이 중요하다. 가끔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팟캐스트를 듣고 이 분도 참 매력적이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를 먹지는 않았다.  또, 선입견일 순 있지만, 매력적이어도 너무 유명한 사람은 친구라기보다는 내게 그냥 유명한 사람. 그런 이유로 나는 지코나 이효리와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아 쓰다 보니  혼자 놀기의 진수, 정신 승리, 이런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


  그런 김에  최근에는 나홀로 선생님까지 두었다.  황현산 선생님. 뵌 적 없고 강의를 들은 적 없으나 이 분의 문장과 생각은 정말정말정말 매력적이다. 배우는 것도 많다.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지.


  앞으로도 친구와 선생님이 계속 생기겠지. 아, 생각만으로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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