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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Apr 06. 2020

외롭고 높고 소소한

너란 존재

  나의 존재이유는 너의 파괴이다. 네 안에 들어가 네가 괴로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환기시키고 보게 하고 느끼게 해서 너를 괴롭게 만든다.  너의 평온을 짓밟고 결국 무기력하게 만든다. 너의 무기력을 보면서 나는 웃음짓는다.  너는 새롭게 생각하기를 멈추고 습관대로 움직인다. 언제든 폭발할 화를 담아 두고서. 지금 너를 괴롭게 하는 것은 너의 부모다. 너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분노하며 그들과 마주치기를 꺼다. 네가 그럴 수록 나는 너의 분노를 부추기고 그 감정을 키우도록 만든다.

 

  누군가는 나를 자아라고 하고 에고라고 하며 누군가는 악이라고 하 부정적 생각이라고도 한다. 내 이름은 많지만 나는 사실 실체가 없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거의 네가 태어나 생각이란 걸 한 뒤로 줄곧 나는 너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너를 파괴할 씨앗을 찾아다니고 네가 용케 그것을 네 안에 심으면 거기에 물을 주고 비료를 준다. 너의 황폐, 너의 슬픔, 너의 분노, 너의 괴로...그것들을 피어나게 하려고 나는 노력한다.


  네가 평온할 때에 나는 불안하다. 그래서 나는 너를 파괴할 씨앗을 찾아 종횡무진한다. 다행히 너는 겁이 많다. 두려움이 네 삶을 지배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잘 알기에 그것을 십분 활용한다. 네 안에 다시 내가 가져 온 씨앗이 심겨지도록. 너는 아무 것도 못해. 네 환경을 봐. 너는 벌써 지는 해야. 너는  어제처럼 오늘도 미룰 거잖아. 그게 최선이야. 너는 완벽을 추구하니까 더 생각하고 미뤘다가 해. 이 모든 건 네 탓이 아니야...달콤한 목소리에 너는 다시 넘어간다.

  

   생동감을 잃은 너를 보는 게 즐겁다. 나는 언제나 이길 것이고 언제나 너를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네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등할 거다. 이것이 내가 너와 함께 하는 이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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