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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타 Apr 06. 2020

외롭고 높고 소소한

일상의 복원

  품 비푸릿! 역시 몇 발 늦다. 이미 유명한 태국 친구.  '러버보이'부터 나온 곡을 모두 들으며 이야 좋다, 했다. 그루브한 연주도 좋고 말하듯 부르는 노래도 좋다. 뮤비도 유명하단다.  이 친구의 음악을 건져서 신나는 하루다. 그린플러그드에 온다는데 역시 토요일과 일요일. 5월이라 일단 개최하는 방향으로 한다는데, 나는 이번에도 우리 아이들이 더 크기를 기다려야 한다. 나에겐 월화수목금금금이니.

  

품 비푸릿  뮤비 러버보이 장면 중

     e북을 보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도서관 가기도 애매하고 아이들과 종일 있어야 하는 만큼 책을 들 시간이 잘 나오지 않았다. e북에 대해선 이상한 고집이 있었다.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책답다 같은. 컴퓨터로 글을 쓰는 시대에 손글씨를 고집하는 작가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라고 하기엔 좀 과하지만 얼추 비슷한 감정이라고 해 두자. 그랬는데, e북은 새 세상이로구나. 물론 종이책과 질적으로 다르게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쓱쓱 읽기 편하고 종류도 많고 언제든 열 수 있어서 참 괜찮다. 뭐 찾는 책은 많이 없다. 그래도 요즘 같이 아이들과 붙어 있을 땐 틈틈이 이용하기 좋다.

 

   어제는 아이들과 뒷산에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너무 열심히 한 우리에게 뒷산 정도의 보상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좋은 공기를 마시다가 사람을 발견하면 마스크를 썼다. 막내는 아직도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줄 안다.


  미끈한 나무가 있어서 나무를 타며 놀았더니, 첫째가 말했다. "우리 엄마가 점점 미쳐가고 있어요." 둘째는 자기만의 표식을 남기겠다고 막대기로 가는 길 바닥 곳곳에 하트를 그렸다. 내려 올 때 되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거의 다 지워져서 첫째가 급조한 게 많았지만.

산에도 곳곳이 봄봄이다.



    씩씩한 시간들.  일상의 파괴가 도리어 일상의 복원이 되어 돌아온다. 학교에 가고 유치원에 어린이집에 가느라 집에 종일 있는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아이들이 비일상 속에서 마음껏 권리를 누리고 있다. 물론 어미로써 지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이제 좀 적응이 되어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함께 할 건 함께 하며 서로의 욕망을 조율중이다.  


  일상을 잘 복원해서 진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 일상을 감사히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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