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되면 사라질까? 그러면 다행이련만...
나이와 경력을 생각했을 때 쉽진 않겠지만, 나와 결이 맞는 회사에 들어가서 내 페이스에 맞춰 업무를 보며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으로 미니멀 라이프로 하고 싶은 걸 하며 세웠던 장기적인 계획을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나름 긍정 모드였다. 회복하는 기간을 가지기로 한 초중반까지는...
수술과 치료, 회복을 하며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자던 퇴사 때의 호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닳아갔고 불안이 스멀스멀 엄습해 왔다. 지금까지 쭉쭉 달려왔으니 이번엔 큰맘 먹고 당분간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인생의 쉼표를 찍어보라는 지인들의 조언 알약 하나로, 아직은 좀 더 쉬어도 괜찮겠지 토닥임을 위안 삼아 급한 선택은 또다시 후회를 반복할 거라는 자기 암시로 불안을 다스렸다.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기대하던 취업 시장 또한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어두워져, 일상 복귀 계획에 가장 큰 비중이었던 구직이 순조롭지 않게 되면서 자주, 한숨이 두숨이 되고 세숨이 되고 있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와 지원할 만한 채용공고가 없다는 점이 불안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계획? 목표? 희망? 1순위가 막히면서 꼬리에 꼬리에 무는 걱정으로 불안은 커져가고 있다. 급한 나머지 잘못된 선택과 타협을 하진 않을까? 팬데믹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유연/원격/재택 근무에서 이전 업무시스템으로 잘 녹아들 수 있을까? 10년을 넘게 했어도 아직 흥미로운 UXUI디자인을 내려 놓아야 한다면, 아직 40대 초반인데 뭘 해야 하지? 한참 어긋나버린 전세 계약 만료 때의 계획은 어떡하지? 이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닥치면 엄청난 발품을 팔아야 할 테고 그나마 적당한 곳이 있으면 다행인데... 또 전세 대출이 순조로울려면 수입이 있어야 하고, 그럴려면 정규직이 유리할 텐데... 이렇게 불안감이 들어버리면 순식간에 번식해 버린다.
그나마 버텨내고 있는 건, 운동과 독서다. 점점 버거워지는 불안이 마음의 감기로 심해지지 않게, 걷고 뛰고 요가로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상투적이지만 가슴과 머리를 채우는 독서라는 행위로 생산적인 뭔가를 하고 있다고 위안 삼는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가까이하는 동안 충천되는 긍정 에너지로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지 않으려 버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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