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주 3센터 - 재고관리/검품
유방암 수술과 치료 후 회복 기간을 갖고 구직을 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체감하는 채용 시장의 불경기는 직장인이 되고는 가장 안 좋은 것 같다. (Medium에 올라온 글들과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벨리 N잡러 알바생이 된 정김경숙님 경우로 짐작건대 글로벌하게 IT업계가 많이 얼어붙은 듯)
그래서!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알바 채용 광고를 보고 UXUI 디자이너 입장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 했던 생각을 행동으로 추진! 채용 광고를 봤을 당시엔 업무적 경험의 목적이 컸지만, 지금은 생계와 좀 더 맞닿아있달까? ㅎㅎㅎ
과거에 여러 알바를 했음에도 책상머리 앞에만 앉아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행동으로 옮기자고 결심하고도 일단 해보자! 란 용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예 못할 것 같아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경험자들의 후기를 참고해서 업무 분야와 각 업무별 작업, 물류센터별 작업 환경 등을 먼저 좀 알아본 후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1일 업무 신청을 했다.
쿠팡 알바 후기글들 덕분에 업무 신청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업무 신청 앱 자체가 복잡하지 않은 프로세스로 개발되어 후기를 보지 않더라도 원하는 물류센터로 업무 신청은 어렵지 않을 듯...
업무 신청 앱 쿠펀치(Coupunch) 앱 설치 → 일용직 가입 : 이름, 인증 휴대번호 등 가입 양식 작성 → 로그인 → 업무 신청 : 로그인하면 업무 신청 화면으로 진입해 희망 시간대, 공정(업무종류), 물류센터(입력하는 주소 기반 물류센터 리스트업), 근무일, 이동방법(출퇴근 수단) 선택까지 완료하면 → 진행 중 업무 탭메뉴에 '신청'으로 표기된 지원한 업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
여기까지가 말 그대로 업무 신청까지만이다. 신청했다고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물류센터에서 '확정' 문자나 카톡이 와야 가서 일을 할 수 있다. N잡러들, 불경기로 인한 구직자들, 방학 시즌의 알바 대학생들로 업무 '확정'되기가 어렵다고들 하더니 정말 그랬다. 희망 근무일 2~3일 전에 신청한 첫번째는 업무가 취소되었고, 6일 전에 신청한 두번째에 드뎌!!! 희망 근무일 전날 밤에 '확정' 카톡을 받았다. 확정된 업무 정보와 금지&필수지참/불가 항목 등의 카톡과 셔틀버스&쿠펀치 앱 안내 카톡이다.
경기광주 3센터는 반바지/시계/캡모자/뮬/슬리퍼 금지, 현장 내 휴대폰 사용 불가, 자물쇠/신분증 필수였다.
1. 신분증/자물쇠
>> 배정받는 개인 사물함에 사용할 숫자 자물쇠로 준비
2. 복장 : 더러워져도 아깝지 않는, 폭염과 업장의 더위를 견딜 수 있는 상하의와 바닥이 도톰한 양말/깔창 또는 신발.
>> 업장에서 어마어마하게 걸을 것을 고려해 양말과 신발을 선택할 것!!! 지급하는 안전화를 필수 착용해야 하는 센터도 있는데 이 경우엔 깔창을 준비하라고들 하더라. 경기광주 3센터의 재고관리/검수 업무 작업장에서는 개인 신발을 그대로 신었고, 마침 신고 간 리커버리 기능성 운동화가(바닥이 도톰) 큰 도움이 됐다.
3. 투명한 포장의 생수
>> 혹한기라 그런지 작업장에서 얼음 생수를 무료로 지급하고 있었다. 계절이나 센터마다 다를 수 있을 듯.
4. 손수건, 덴탈마스크
>> 땀부자라면 손수건 필수! 현장 먼지를 고려해 덴탈마스크를 가져가긴 했으나 폭염과 숨 막히는 습도에 마스크 착용은 포기! 그 탓에 다음날 목이 꽤 불편했다는...
5. 간식-호올스(사탕)
>> 간단히 당충전 하기 좋은 초코바, 젤리, 사탕 중 주머니에 넣어 작업장 출입이 가능하고 기온에도 견딜 수 있는 민트맛 호올스로 선택. 꽤 흘린 땀과 갑갑한 목에 완전 요긴! 물도 같이 마셔주면 더 시원한 느낌적인 느낌
6. 동전 : 소문 자자한 쿠팡 물류센터의 400원 자판기 이용 시 필요한...
자차 or 센터별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셔틀버스를 이용할 경우 'CP 모빌리티지'란 앱을 설치하고 앱에서 승차권을 발급받아야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업무 확정이 되면 오는 셔틀버스/쿠펀치 앱에 대한 카톡이나 문자의 안내 문서대로 앱을 설치하고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면 승차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CP모빌리티지 앱 설치 → 가입:확정된 물류센터, 이름, 근무조, 공정, 약관/권한 허용 등 가입 양식 작성 → 셔틀을 이용할 물류센터/버스 노선/승하차 버스 정류장을 미리 등록하고 알림 설정까지 하면 편리 → 등록한 버스 정류장에 표기된 탑승 시간보다 10~15분 미리 대기(정시 도착 보장이 없고 기다려주지도 않는다는...) → 앱에서 승차권 확인&발급 후 탑승:셔틀이 정류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승차권 팝업이 뜨고 확인 버튼을 눌러 승차권을 발급받아 기사님께 보여주고 탑승.
15분 정도 미리 정류장에서 기다렸는데, 급작스럽게 쏟은 소나기 때문인지 오히려 늦게 도착했다. 승차권 확인 팝업은 셔틀이 정류장 정말 바~로 앞에 다다라서야 떴다. 셔틀버스가 정류장 근처에서 신호 대기 중임에도 승차권이 발급 팝업이 뜨지 않아 불안해서 얼마나 앱을 껐다 켰다 흔들었던지...ㅋㅋ. 앱의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걸 버스가 도착해서야 발견했다는~~~ㅎㅎ
내가 탄 셔틀은 마을버스정도의 노란 소형 버스였고, 금방 자리가 차서 마지막 정류장에서는 기다리던 사람이 다 타지 못하는 상황 발생. 다른 안내도 없이 자리가 없으니 내려야 한다는 기사님. 앱 사용 목적 중 하나가 인원에 맞는 셔틀 배정이 아니었나? 셔틀 노선과 승하차 정류장 등록하고 승차권까지 발급받았을 그분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다.
https://coupangmcn.modoo.at/?link=e4tjvxgg
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쭉 따라 들어간 끝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사무실이 보였다. 나도 그 줄에 서서 읽었던 후기글을 떠올리며 눈치껏 해야 할 것들을 했다.
Wifi 등록 : 데스크에 있는 Wifi 연결 → 바코드 발급 기계에서 원바코드 출력 → 원바코드 확인 후 사물함 번호키를 받으며 처음이라고 얘기 → 바로 옆 다른 직원의 안내를 받음 : 쿠펀치 앱에 체크인/아웃 메뉴에 들어가 등록할 내용 등을 채우고 출근 확인까지 마치고 안전교육장으로 가라고 안내받음
번호키에 있는 번호의 사물함에 물품 보관 : 지하철 물품 보관소보다 작은 사이즈로 생수와 손수건만 손에 들고 나머지는 사물함에 넣고 자물쇠로 잠금.
안전 교육장에서 성폭력 외 안전 관련 시청각 교육을 받으며 건강확인서 외 이것저것 작성하고 싸인. 교육 이 끝나고 대기하고 있으니 금방 업무 담당자가 왔다.
여자는 나뿐, 총 5명 정도가 작업장으로 이동. 번호키에 꽂아 둔 원바코드를 보안 검색대에 찍고 통과. Wow!!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면서부터 훅 치고 들어오는 뜨끈한 공기. 담당 인솔자가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지나가며 얼음 생수를 챙기라고 해서, 하나 챙기고 좀 더 걸어 들어가 작업 설명을 들었다.
마트에 있는 소형 장바구니와 PDA를 지급받아 PDA에 원바코드 등록 후 제품들이 적재되어 있는 위층으로 이동.
@본 작업장
라인별 표식이 있는, 여러 단의 수많은 진열장. 단마다 각 바코드로 구분된 종이박스의 칸들, 거기에 적재되어 있는 제품들. 이 재고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수의 진열장과 거기에 물건들로 채워진 작은 박스 하나하나.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선지 몇 년이 지났건만 여기 작업장은 몇 년 전 업무적으로 방문했던 물류센터에서 크게 진보되지 않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까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직 종이 박스 칸막이라니... ㅋㅋ 일용직 알바로 오긴 했으나 UXUI디자인적으로 뭔가 달라진 업무 환경을 알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단 말이지~
PDA에 표시되는 진열장 라인의 칸으로 이동 → 칸의 바코드 스캔 → 거기에 있는 제품들 바코드를 하나하나 스캔하거나 수량을 입력 → 등록. 이를 걷고 또 걸으며 무한반복하면 되는 아주 쉬운 작업.
작업장 양쪽 끝, 모서리, 통로에 선풍기만 있어 1층보다 더 더워 바로 땀 줄줄~ 목에 두른 손수건은 금세 흥건해졌고 먼지 대비 마스크 착용은 엄두도 못냈다. 교육 후 작업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 첫 짧은 휴식 시간이 되었다. 장바구니와 PDA를 두고 다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작업장을 나왔다.
잠깐의 휴식 후, 돌아와서 다시 장바구니와 PDA 들고 걷고 또 걸으며 무한반복 작업. 나도 그랬지만 끝날 때까지 다들 묵묵히 각자 작업만 쭉. 그래서 정신적으로 정말 편한 알바~
[ 휴식 시간 - 3번 ]
22:00~23:00, 1시간의 긴 휴식 시간 : 밥을 준다
긴 휴식시간 전/후 1회씩, 약 15분가량의 짧은 휴식 시간이 있었다.
[ 휴게실 ]
에어컨 빵빵하니 뉘어서 쉴 수 있는 의자들이 나열되어 있는, 물류센터에서 가장 시원했던 곳.
업장&업무들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쉬다 보니 휴게실에 의자는 금방 만석. 그래서 그냥 바닥에 앉아 쉬는 사람도 있다.
22:00~23:00시, 구내식당에서 야식 제공. 일반 구내식당처럼 밥, 국, 반찬들이고 먹을만하다. 그리고 강변 편의점처럼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게 되어 있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계란과 파도 비치되어 있다.
그닥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열일 못하는 내 위장때문에 야식은 안 먹는 편이라 제공되는 밥을 건너뛸까 하다가 몇 시간동안 흘릴 땀과 움직임을 고려해 밥을 먹기로 했다. 라면 조리하는 곳에서 달걀 프라이도 되면 밥 대신 먹을까 했는데, 안 돼서 그냥 밥줄에 섰다.ㅎㅎ
간식은 그 유명한 400원 음료 유료 자판기, 과자&커피 유료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고, 무료로 제공되는 아이스바도 있다. 또 얼음을 내려 먹을 수 있는 무료 커피얼음머신도 비치되어 있다.
업무 종료 시각은 새벽 4시. 10~15분 전쯤 처음 업무 안내를 받았던 1층으로 집합. 지급받은 PDA와 장바구니를 반납하고 작업장을 나와 사물함 물건을 챙겨, 체크아웃(퇴근) 줄에 섰다. 새벽 4시, 시각을 다시 확인 후 쿠펀치에 ‘안녕히 가세요’ 버튼을 눌러 체크아웃을 하고 원바코드와 사물함키를 데스크에 반납. 이제 집까지 무사귀환만 남았다.
퇴근 셔틀 탑승 장소가 하차한 곳과 다를 수 있다고 해서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니, 하차했던 곳과 동일했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노란 작은 셔틀버스들이 정차하고 있었다. 등록했던 노선을 찾아 탔는데 몇 자리 남아 있지 않아, '올 때처럼 못 타는 사람이 생기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우려한 상황이 또 발생. 이번엔 셔틀 기사분이 콜택시를 이용한 후 영수증으로 교통비를 청구하면 된다고 간단히 안내를 해 주시더라. 어떤 경로로 어떻게 청구하면 되는 거? 이번에도 우려한 상황의 1인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교통 체증이 없는 새벽이라 올 때보다 적게 걸려 하차 정류장에 도착. 아직 어둠이 깔린 조용한 새벽길.
근무 시간은 9시간이지만, 오가는 통원까지 포함하면 대략 총 12시간.
간만에 한 노동. 씻으려 벗어던진 옷에서 혹서와 사투를 벌인 흰 땀자국들을 발견했다. 수시간에 걸쳐 작업장의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옷가지는 운동하며 흘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체취로 쩔어 있었다.
업무일 기준, 익일 10시 정도까진 입금될 거라더니 익일 기다릴 것도 없이 저녁에 똭! 입금 알림이... 오후조라 10만원이 좀 넘는 금액이 통장에 꽂혀 있었다.
오후조(야간)일 경우 잠과의 사투라던데 잠은 그닥 오지 않았고 작업이 5시간을 넘어가면서부터 몸에서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칸으로 통로로 걷고 또 걷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며, 까치발로 스캔하다 보니 종아리와 고관절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칠 때즈음엔 1, 2단을 스캔하려 구부리는데 '에고고~'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매일 4km/1시간 이상 걷고, 일주일에 한 번 8km/1시간 이상 조깅했던 몸이라 큰 대미지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몇 시간 후부터 스멀스멀 다리랑 관절이 쑤셔왔다. 이번엔 처음이라 교육이 있어 8시간 통으로 채워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 몇 시간 자고 나니 다행히 거의 회복됐다. 평소 꾸준히 소소하게나마 운동했던 게 도움이 된 듯하다. 평소에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이 일을 한다면 며칠 앓아눕지 않을까 싶다.
아무런 터치도 없이 묵묵히 내 작업만 하면 돼서 정신적으로 너~무 편했다.
걷고 걸으며 스캔하고 물량 확인하는 무한반복 단순 노동. 신체적으론 좀 고되도, 정신적으론 1도 고되지 않은... 내겐 무념무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작업장 한쪽 끝에 에어컨이 있다고 들었지만, 거대한 작업장을 커버하긴 당연히 무리. 얼음 생수도 순식간에 다 녹아버리는 더위. 통로 끝, 모서리 등 여기저기 선풍기가 있긴 하나, 후끈한 바람. 공기 순환용에 가까웠다.
다들 친철하고 잘 대답해 주니까,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라던 후기들처럼 직원들 거의가 친절했다. 무표정이신 분도 있긴 했으나, 굳이 미소 지으며 친절하게 대할 필요는 없으니까~
앱으로 비대면, 1일도 신청 가능한 알바
체계적인 일용직 프로세서 : 앱으로 일용직 알바 신청, 출퇴근 확인, 근로계약/정산정보 확인, 셔틀버스 이용 등 가능.
***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었던 앱과 현장 업무까지 연결되는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UXUI 디자이너로써 괜찮은 경험이었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
이렇게 삶의 경험치 레벨 +1 획득!!!
사람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 업무 분야에서 나이 때문에 더 이상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면, 그때가 아닌 지금 먼저 부딪쳐 본 경험이 유용하리라~ 믿으며 내 삶의 모토,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를 다시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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