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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가 G Oct 14. 2021

내 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바디 포지티브 운동 (Body Positivity Movement)

평균사이즈 마네킹의 등장

최근 스파오와 패션 유튜버 '치도'가 함께 협업을 하여 평균 사이즈 마네킹을 만들었다. 기존 마네킹이라고 하면 비현실적인 사이즈와 비율 때문에 마네킹이 옷을 입은 모습과 나의 모습은 사뭇 다르기 마련이다. 스파오가 설명하길 이번 마네킹 제작은 보디 포지티브 (body positive) 캠패인에 일환이라고 한다. 이걸 보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몸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으며 몸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다이어트 공화국'의 모습에서 서서히 다른 모습의 몸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흥미롭게 생각한다.


외국에 여행 다닐 때나 잠시 거주할 때 봤던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만큼 몸에 대한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곳이 없다고 느낀다. 몸매에 상관 없이 비키니를 당당하게 입고 체형이 훤히 들어나는 옷을 자신있게 입는 여자들의 모습을 내심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특히 젊은 여성들은 정말이지 길거리에 '평균 체중'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얼만큼 다이어트 강박이 심하냐면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결핵 환자가 극심한 다이어트로 인해 여성이 훨씬 더 많다 한다. 그렇기에 외모에 대한 지적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 속 바디 포지티브를 향한 최근 사회적 움직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스파오의 평균 체형 마네킹 사이즈


바디 포지티브 운동

바디 포지티브 운동 (Body Positivity Movement)이란 말 그래도 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움직임이다. 1960년 미국에서 Fat Acceptance Movement에서 파생되면서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취지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흔히 보기 싫다고 생각하는  튼살, 셀룰라이트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며 모든 형태의 몸은 아름답다고 주장하다.


바디 포지티브 운동으로 인해 특히 패션 업계가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옷 브랜드 들이 플러스 사이즈라고 따로 분류를 해놓거나 아예 큰 사이즈는 생산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바디 포지티브 운동의 영향으로 브랜드들은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할 뿐만 아니라 광고 캠패인에도 다양한 체형을 사용하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Savage  x Fenty (왼) vs. 빅토리아 시크릿 (오른)

대표적으로 '빅토리아 시크릿'의 몰락과 Rihanna (라하나)의 속옷 브랜드 '새비지 x 펜티'의 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날씬하면서 볼륨감 있는 비현실적인 몸매의 슈퍼모델들이 속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는 그동안 패션 업계의 큰 행사이자 모델들에게는 최고의 영광을 안겨주는 자리였다. 하지만 위에 사진에서 볼 수 있 듯 특정 몸매 (그것도 아주 비현실적인 몸) 만을 보여줌으로서 획일화된 미의 기준만을 상품화하여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으며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다양한 체형의 모델들을 광고와 런웨이에 적극 활용한 '새비지 X 펜티'는 '빅토리아 시크릿'과는 다른 전략을 취하며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 사회에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선사하는 바는?

사실 우리나라의 바디 포지티브 운동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이러한 개념에 대해 아직 생소한 사람도 많다.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근 3~4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항상 운동의 핵심은 다이어트, 체형 보완 등 외적인 것에 있었다. 그나마 단순히 굶는 '다이어트'에서 '운동'으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조금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바디 빌더 연예인 화보에만   있던 바디 프로필을 요즘은 일반인들도 많이 도전하는 것을   있다. 장인이 정성스럽게 빚은 석고상 같은 근육질 몸을 뽐내며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의 기준이 단순히 마른 것이라면 이제는 마름에 근육까지 더해진 '건강미' 추구하는 것을 관찰할  있다. 물론 바디 빌딩도 본래 심미적인 기준에 따라 근육을 키우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과연 이러한 몸이 '건강한' 몸인지는 불분명하다.


모든 변화는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생각할 수 있다. 몸을 가꾸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체형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른다. 외형을 바꾸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극단적인 식단보다는 최대한 건강하게, 지속 가능하게 식습관을 바꾸며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건강, 운동, 몸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누적되는 흐름을 보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한국 사회에 점차 그 영향력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다.


바디 포지티브 (positive) 에서 바디 뉴트럴로 (neutral)

물론 특정 형태의 몸을 혐오하기 보다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메세지는 긍정적인 사회 인식의 변화는 맞다. 정형화된 틀에 몸을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여러 형태의 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 다른 모습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많은 사회 운동이 그렇듯 '바디 포지티브' 운동도 적지 않은 비판을 직면한다. 반대 쪽에서는 '바디 포지티브'는 비만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이 운동이 그저 자기 합리화 혹은 정신 승리하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우리 사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바디 포지티브 운동의 영향을 받은 서구권에서는 이제는 '바디 포지티브' 보다는 '바디 뉴트럴'에 집중하고 있다. '바디 뉴트럴'의 핵심에는 말 그대로 중립적인 (neutral)인 태도이며 우리의 몸이 어떠한 감정적 평가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꼭 몸을 사랑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담겨있다.


우리의 몸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우리를 살아있게 해주는 '본체'와도 같은 대상이다.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좋다' / '싫다'라는 어떠한 가치 판단을 꼭 내릴 필요는 없다.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내 몸을 꼭 좋아할 필요는 없다. 외형에 대한 집착을 벗어던지고 내면의 가치에 집중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내 몸 사랑하기'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바디 포지티브'의 태동 단계에 서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이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에 그 영향력을 펼칠지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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